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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픽] 붓으로 그리는 시, 도자회화의 창시자 오만철 화백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9.11 08:15 수정 2020.09.11 08:16

달항아리-모란, 2019년 作 ⓒ 갤러리K 달항아리-모란, 2019년 作 ⓒ 갤러리K

예술이란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만지고 잡히는 형상을 가진 ‘유’가 되게 하는 일, 시와 그림이 그렇다. 늘 갖고 있던 예술에 대한 생각을 확신으로 절감하게 해 준 오만철 화백을 이달 초 만났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 ‘무’에서 새의 깃털처럼 두루마기를 벗어 먹물을 찍고 휘휘 몇 번의 동작으로 ‘유’를 만들어내는 작업. 하얀빛 달항아리에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이 핀다. 그림을 왜 그리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림을 그리고 난 현장에서 그는 “미술은 가까운 곳에 있고, 내 주위에 있고, 내가 느끼고 좋아하면 그걸로 충분히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만철 화백은 한국 도자회화의 개척자다. 길이 없는 곳에서 최초의 길을 냈다.


도판에 부조로 달항아리를 도드라지게 새겨 넣고 그 위에 음각해서 상감을 넣고, 색감을 놓아 1,330도의 강한 불에 구워낸다. 긴 수고로움 끝에 도자(陶磁) 위에는 조선백자 달항아리가 은은한 자태를 드러내고, 추위를 견디는 세한삼우(松,竹,梅) 중 하나인 소나무가 귀한 모습을 드러낸다. 달항아리나 소나무가 뽐내는 모양이나 화려한 빛깔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저 순하고 무던해서 좀처럼 말이 없는 사람을 닮아 더 아름답다.


그림일까, 도자기일까. 달항아리1, 2019년 作 ⓒ갤러리K 그림일까, 도자기일까. 달항아리1, 2019년 作 ⓒ갤러리K

달항아리를 한참 들여다보면 조선 선비의 풍류와 민초의 고된 삶이 묻어난다. 수백 년간 고단한 삶을 릴레이처럼 이어온 선조들의 애환과 혼백이 아롱져있다.


등 굽은 소나무는 동네 어귀에서 아직도 고향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고향 소나무를 떠오르게 한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와 허리 굽은 할머니가 먼 길 떠나는 아이들을 고갯마루까지 따라와 배웅할 때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소나무 말이다. 때로 눈으로 덮인 소나무는 겨울 아침 고향 집 툇마루에서 바라보던 광경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소나무는 묵묵히 바라볼 뿐 바스락 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그의 작품 속에는 고향의 넉넉한 마음과 앞마당 두엄처럼 열기 높아가는 정(情)이 있고, 1,300도 이상의 불길을 이겨낸 강한 생명력과 절제미가 있다.


세한삼우 -송(松), 2017년 作 ⓒ갤러리K 세한삼우 -송(松), 2017년 作 ⓒ갤러리K

오만철 화백은 20년간 도자와 회화의 결합을 시도하면서 두 몫으로 배가되는 도공과 화공의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흙 판에 그림을 그려 구워낼 때 자신의 혼마저 구웠다. 마침내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였고, 덕분에 회화를 도자기처럼 매만져볼 수 있게 되었다. 조선백자의 바탕 위에서 천 년의 빛깔과 혼을 품게 되었다.


작품 소재로는 달항아리 외에 불교사찰의 목어와 창호, 목장승, 석장승도 자주 등장한다. 이미 작가의 인품은 달항아리를 닮아 수더분하지만, 그의 실험정신은 창의적이고 불처럼 도전적이다. 오만철 화백의 작품과 예술혼은 아직도 성장하고 있으며 다음 목표는 미술의 ‘한류화’이다.


오만철 화백 ⓒ 오만철 화백 ⓒ

작가는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국제미술전에 출품하여 이미 큰 주목을 받았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 초대전을 가졌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개인전시회를 개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잠잠해지는 날, 유럽과 동남아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오만철 화백에게 도자회화는 사색의 근원이자 몸부림이고, 행복이자 뜨거운 사랑이다. 그의 집념과 표정에서 도자회화가 세계무대에서 ‘K-art’로 크게 도약하는 가까운 미래를 발견한다.


오만철 화백/ 1963년생, 세종대 겸임교수 및 홍익대 출강교수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건국대학교 대학원 도예과 졸업

개인전 48회, 기타 초대전, 그룹전 300여 회 출품


ⓒ

글/ 이동신 갤러리K 아트딜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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