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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뉴딜펀드④] “퇴직연금 동원위해 법까지”…재원 마련 무리수 논란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0.09.10 05:00 수정 2020.09.09 15:40

정부, 퇴직연금법 개정안 연내 발의…“뉴딜펀드에 장기간 돈 묶여”

“원금손실 가능성에 투자처, 수익률 등도 불투명…유인효과 물음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 추진본부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 추진본부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160조원에 달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20조원 규모 뉴딜펀드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퇴직연금을 연계하겠다고 하자 금융권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 섞인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퇴직연금은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반면 뉴딜펀드의 경우 장기투자 상품으로 일정기간 동안 돈이 묶이게 되는데다 운용 결과에 따라 투자원금의 손실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명확한 투자처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뉴딜펀드 재원 마련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무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뉴딜펀드 활성화 전략의 일환으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을 담은 퇴직연금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 221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뉴딜 인프라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뉴딜펀드는 ▲재정출자를 통한 투자위험을 정부가 우선 부담하는 정책형 뉴딜 펀드 ▲파격적인 세제지원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수익성 있는 양질의 뉴딜 프로젝트 발굴과 제시를 위한 민간 뉴딜 펀드 등 3가지 펀드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뉴딜 인프라펀드는 일반 국민이 투자하는 공모 인프라펀드를 구성해 이를 뉴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구조다. 일반 국민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투자금액 2억원 이내 배당소득에 대해 9%의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정책형 뉴딜펀드가 뉴딜 분야 인프라사업에 투자할 경우 모 펀드 출자를 통해 투자 위험을 분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퇴직연금 투자대상에 민자사업 대상 채권을 포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5~7년 단위로 존속기간이 짧은 공모 인프라 펀드 개발도 검토하기로 했다.


규모는 크면서 수익률이 저조한 퇴직연금이 뉴딜펀드에 투자할 길을 열어주려는 취지에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1~2%대에 그쳤다.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2018년 1.01%에서 2019년 2.25%로 올라서는 듯하더니 올 6월 말 1.75%로 다시 떨어졌다.


정부가 제도 도입을 추진중인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설정한 투자상품으로 자동 선택되는 제도다. 사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할 대안으로 수년째 거론돼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으나 당시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충돌 탓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문제는 디폴트옵션 상품 구성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퇴직연금을 노후자금으로 인식하는 성격이 강해 무조건 안정적이고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업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DB형의 경우 원금에 손실이 날 경우 회사 자체 자금으로 이를 메워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후자금 성격이 강한 퇴직연금을 장기투자상품인 뉴딜펀드와 연계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며 "5~7년 정도 퇴직 기간이 남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겠지만 이들이 가입할 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그는 "세제 혜택도 금융소득 2000만원을 넘는 자산가에는 매력적이지만 일반 투자자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라며 "가입 유인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뉴딜펀드의 투자대상이 모호한데다 학교를 리모델링하는 그린스마트학교처럼 공공성 강한 프로젝트들이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수익성을 장기적으로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간 돈이 묶이는 것을 감내하고 뉴딜펀드에 참여할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법까지 뜯어고치면서 정부의 정책자금에 동원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원금 보장이 되지않는데다 투자처, 수익률 등도 불투명한 상황인데 뉴딜펀드 재원 마련에만 급급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조 뉴딜 정책이 제도 개혁에 주력했다면 한국판 뉴딜은 오로지 돈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며 "은행 등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을 활용해 관제펀드를 만드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관계자 역시 "은행 돈을 쌈짓돈처럼 여기는 권위주의가 여전하다"며 "향후 뉴딜펀드 판매 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판매사들이 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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