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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파업사태, 잔불정리 못하면 문정권 붕괴 원인될 것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9.09 08:00 수정 2020.09.08 16:48

청와대는 ‘국민여론 민감성과 위기관리 능력 부족이라’며 비판 받아

과도한 정치적 의욕서 비롯된 불순한 의도, 시행과정에서의 정권의 무능

대한의사협회(의협)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이 시작된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전임의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늘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전국의사 2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이 시작된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전임의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늘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전국의사 2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벼랑 끝에서야 실마리를 찾았다. 잔불은 아직도 남아 있지만, 큰 불은 일단 진정국면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다시 타올라 우리나라 의료현장을 불사를 수 있다. 정부는 필요하지도 않았고, 피해야 했을 상황에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켰다. 그런데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회복되기 힘든 상처와 더 큰 원한만 남긴 채 미봉(彌縫)중이다.


이번 의사파업은 세 번째다. 김대중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있었다. 전자는 ‘의약분업’이, 후자는 ‘원격의료’가 원인이었다. 첫 번째는 정부의 승리였다. 지금은 의약분업이 상식이 됐다. 이때 의사들이 깨달았던 것 같다. 정치가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 말이다. 당시 ‘보건복지부 간부들의 대부분 약사들’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때까지 의사들은 굳이 정부에 들어 올 필요가 없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이 생각을 달리할 때 ‘넘봐지는 기득권’임을 깨닫게 된다. 두 번째는 상황이 달라진다. 박근혜 정부에서 원격의료를 밀어붙이자 의사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래서 큰 성과를 거둔다. 정부가 의사들의 기세에 물러선 것이다.


이제 세 번째다. 정부는 예상치 못했고 명분도 약한 이유를 들어 뜬금없이 ‘의사정원을 늘리겠다’고 선포해 버렸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의료서비스 취약지역’을 거론한다.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밀집돼 있는 국가에서는 다른 나라와 전혀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평균적인 통계만 들이댔다.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다른 이슈가 튀어나왔다. ‘공공의대’ 문제다. 공교롭게도 ‘서남의대’가 문을 닫은 전북지역에 이미 공공의대 부지를 준비해 놨다는 기사가 나왔다. 결국 정치적인 이유에서 결론을 내 놓고, 가당치 않게 의료체제를 흔들어 놓을 꼴이 되었다. 의사들은 ‘밥그릇 싸움에만 매몰된 몰지각한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이어 파업이 일어났고 ‘벼랑 끝 대치’가 지속됐다. 우려곡절 끝에 정치권이 나서 합의안을 만들어 냈다. 의협과 전공의협회가 ‘원점재검토’를 명시해 합의를 했지만, 일선 의사들은 여전히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며 파업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한 의사국가고시 원서접수율도 저조한데, 정부는 ‘추가접수 고려 안한다’며 버티고 있다. 양쪽 모두에 아직도 불씨는 남아 있는 샘이다. 한쪽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다시 전면전이다. 국민은 바이러스와 전쟁 중인데, 전투의 최일선에 있는 양측 지휘부가 서로 총질을 해 대는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의료계(의사와 간호사)를 이간시키는 메시지를 냈다’며 비판받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5일간 100명대 코로나 확진자 발생을 ‘정부의 발 빠른 대처’라며 자화자찬해 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로 인해 청와대는 다시 ‘국민여론 민감성과 위기관리 능력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평행선을 걷자, 정치권이 나섰다. 합의안을 국회 상임위원장이 중재했지만, 잔불은 아직 남아 있다. ‘정부와 의사들 간의 신뢰가 없기 때문’이란 평가가 유력하게 돌았다. 이에 다시 야당이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 없이 불요불급한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다가 자초한 평지풍파”라며, “국회는 여·야·의·정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적정 수준의 의료 인력 양성과 최적의 의료전달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주먹구구의 ‘무능’이나 특정 정치적 의도가 주도하는 ‘불공정’이 국가의료시스템을 흐트러뜨리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확고히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주 원내대표는 “코로나19 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마저 편 가르고 의료현장에 혼란과 불안을 초래한 정부여당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뢰’와 ‘존중’이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해법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으로,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의 전형적인 사례다.


일련의 상황을 볼 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부와 국민의 불신’이 원인이다. 조합주의 (組合主義, Corporatism, cooperatisme)로 설명치 않더라도 현대국가는 정부와 사회의 조합들 간의 관계를 통해 국가기능이 유지된다. 정부가 앞서면 전제주의가 되고 조합이 앞서면 아노미가 된다. 이번 사태의 원인제공자는 정부다. 그 배경은 과도한 정치적 의욕에서 비롯된 불순한 의도고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정권의 무능이다.


무능은 어쩔 수 없고, 불순한 의도는 드러내야 한다. 정권의 불순한 의도는 사회의 ‘주류교체’로 대표된다. 작년 검찰에서 쫓겨나, 변호사 개업을 한 친구가 한 말이다.


“이번 의사파업은 법조계와는 차이가 있다. 정부입장에서 변호사는 ‘민변’이란 대안이 있고, 법원과 검찰은 인사로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는 그런 대안이 없다. 그래서 정부가 더 무대포로 밀어 붙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사회 엘리트는 문과에서 법률가, 이과에선 의사다. 이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다. 이 둘을 장악하지 못하면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주류교체’란 이름으로 정권편을 만들거나, 안되면 해체하는 길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의사의 승리가 될 수밖에 없을 거다. 의사의 대안을 만들려고 한의사에게 호의적이지만, 본질적으로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의사파업은 정권입장에선 최고의 위기였다. 의사는 물러날 수 없었다. 의대교수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학생들은 들불같이 타오르지만 지속돼 성과를 내기 힘들다. 교수들이 나서야만 정당성을 얻어 지속되고 성과를 낸다. 모든 민주화운동이 보여주는 교훈이다. 고참 의사들은 ‘의사정원확대’에 사실 큰 피해가 없다. 지금 대학교 인원을 증원해도 교육기간이 한참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경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의사들은 명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서민 교수같은 스타들이 앞장섰다. 처음엔 수세로 출발하지만, 국민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훈련됐다는 것이다. 반대로, 대안이나 명분을 소모해 버린 정권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조국 딸과 부동산 정책실패로 힘을 많이 소진했기 때문에 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잔불정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향후 상황의 전개를 좌우할 것이다. ‘다 이겼다’고 방심하다가 끝내기에서 지는 바둑도 부지기수다.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투쟁과정에서 의기가 충천한 젊은 의사들을 달래고 진정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장에 나선 선배들을 비토하듯이 정권과 싸울 것이다. 그런 상황이면 더 이상 ‘이간계(사회와 의사, 의사와 간호사, 선배와 후배의사 간)’는 통하지 않을 것이고 정권도 약점은 다시 노출될 것이다. 거대한 땜도 작은 균열에서 시작해 붕괴된다. 어차피 터질 땜이라도 대비할 시간을 버는 것은 큰 유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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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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