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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조국·윤미향, 버려진 양심은 어디에 뒀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9.10 07:00 수정 2020.09.09 08:41

과거, 공직·민간이든 책임 느끼는 양심(良心)들이 있었는데

사태 책임 본인들의 뻔뻔하게 대응은 양심막 두껍게 진화

젊은 세대의 공정(公正)과 정의(正義) 갈구는 지속적 늘어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조국(曺國)에 이어 추미애(秋美愛) 사태를 지켜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마음속에 양심(良心)이 있고 이를 둘러싸는 막(膜)이 있다면 이 막이 점차 두꺼워지고 있다는 생각 말이다. ‘양심막의 진화’가 과(過) 하다면, ‘도의적인 퇴화’라고 해도 된다.


진화든 퇴화든 지금 장안의 화제는 ‘카투사 서(徐) 일병’의 탈영 건이다. 복무 당시에는 민주당 당 대표, 지금은 법무부장관인 어머니가 곤욕을 치루고 있고, 본인은 “울고 있다”고?


우리가 알고 있듯이 차관급 이상의 정무직(政務職) 공직자는 주변에서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면 자신의 직접적인 관련이 아니어도 ‘도의적(道義的)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민간 분야에서도 대표자가 책임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2006년 3월 1일 이해찬 당시 총리는 부산지역에서 골프를 쳤다. 3.1절 휴일이었지만 철도파업이 시작됐는데 파업 사태에 대처하지 않고 부적절한 골프였다고 비난이 거세지자,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했다. 이때는 경실련(經實聯)도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할(3.13, 성명서) 정도로 ‘살아 있었다.’


2009년 1월 한겨울. 소위 ‘용산 참사’로 불리는 서울 용산 역전 4구역 철거현장 화재 사고로 진압경찰 1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점거자들이 화염병을 큰길가로 투척하는 등 선량한 시민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의견에 따라 진압이 진행됐지만,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고 역시 사퇴했다.


공직자 뿐 아니다. 2014년에는 책 사재기 의혹으로 출판사 대표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했는가 하면, 2015년에는 대우조선이 3조원 이상의 분기 손실이 발생하자 이에 책임을 지고 본사와 자회사의 임원과 고문 등 13명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2018년에는 채용비리의 책임을 지고 은행장이 물러나는 등 책임을 통감(痛感)한 사람들의 사퇴가 많았다.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땅콩 회항 사건’의 대한항공(KAL) 조현아 부사장도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벌써 6년 됐다.


심지어 2012년 12월, 오영근 한양대 로스쿨 원장은 제자인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문제가 돼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교육자로서 부끄럽다며 로스쿨 원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에는 공직이든 민간 분야든 ‘사회적 물의에 대한 책임’ ‘도의적 책임’ 등의 이름으로 책임을 느끼는 양심(良心)들이 살아 있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퇴한 공직 후보자는 부지기수이다. 총리급만 봐도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뒤 사퇴자는 4명이나 된다.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 장대환 전 매경그룹 회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등이다. 2006년 국무위원급으로 청문회 제도가 확대된 뒤 물러난 장관급은 훨씬 더 많다.


인사청문회 실시 전이지만 박희태 전 법무부장관은 딸의 편법입학 의혹으로 취임 열흘 만에 사퇴했고, 2005년에는 이기준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아들의 부정입학 의혹이 나오자 바로 사퇴했다. 취임 60시간만이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건강한 양심은 박근혜 정권 말기로 오면서 현저하게 약화된다. 박 정권의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의혹만으로는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정부 방침 아닌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당시 각종 비리 혐의가 쏟아지는데도 꿈쩍 않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이 말은 점점 더 세를 더해간다. 조국 전 장관은 언론의 의혹 보도 때는 “검찰 수사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라고 그러고, 검찰 수사 때는 “재판 과정에서 밝히겠다”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최근의 재판에서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인용하면서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윤미향 의원도 그렇다. 이용수 할머니의 피 토하는 증언이 있었고, 민주당의 김영춘 의원도 보다 못해 ‘당선자에서 사퇴하라(2020.5.21.)’고 했다. 이낙연 전 총리도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고 했다. 그래도 윤미향은 국회의원이다.


추미애 장관의 경우도 아들 서 일병의 특혜 군 복무에 대한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다. 언제 태풍으로 바뀔지 모른다. 의혹이 커지고 우연히 겹치는 데도 추 장관은 그대로이다. 부대 배치 청탁, 동계 올림픽 통역병 차출 청탁, 휴가 연장 의혹에다 군부대에 보관된 2017년치 휴가 관련 서류가 증발하는 미스터리까지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이런 인물들이 장관으로 국회의원으로 발탁되는 과정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거기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본인들도 뻔뻔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양심막이 두꺼운 쪽으로 진화했다는 가설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다행한 일은 문제 인물들의 양심막이 두꺼워 지는데 비례해 국민들의 집요함도 커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공정(公正)과 정의(正義)에 대한 갈구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정말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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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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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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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산에 2020.09.10  01:35
    그런 양심이 있는 년이면 저렇게 버티고 있겠나?
    나는 간첩단 정부의 명줄을 갉아내고 있는 얼빠진 3인방이 고맙다.
    물귀신 작전으로 더불어간첩단 전원과 함께 형장의 이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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