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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뉴딜펀드③] 말 바꿔 수익률 낮춘 뉴딜펀드...내년 운용조차 장담 못할판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0.09.09 05:00 수정 2020.09.09 07:28

목표 수익률 ‘국채수익률+α’로 변경했지만...“대부분 불확실한 중장기 사업”

사업 지속 가능성 논란도...“정부 주도로 테마주만 급등, 뉴딜 초점 흐려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20조원 규모 ‘한국판 뉴딜펀드’가 베일을 벗었지만 출범 전부터 수익률과 관련한 잡음이 불거지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딜펀드의 성공 여부는 수익률에 달렸지만 펀드에 투자하는 신사업의 방향이 불투명하고 사업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정부가 뉴딜펀드 조성과 함께 발표한 K-뉴딜지수로 테마주성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뉴딜펀드는 신설되는 정책형 뉴딜펀드와 기존의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 세 가지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정책형 뉴딜펀드다. 정부가 재정출자를 통해 모(母)펀드를 만드는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5년간 각각 3조원, 4조원을 출자하고 민간에서 13조원을 조달해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정책성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자(子)펀드를 만들어 뉴딜 관련 기업과 각종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뉴딜펀드는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집권 여당은 처음 한국형 뉴딜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힐 당시 원금 보장과 수익률 3% 등을 제시했다. 이후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이 일면서 이번에 발표한 방안에선 수익률이나 원금보장 등의 표현은 빠졌다. 다만 정부가 사실상의 원금보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금으로 투자자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특히 시장 관계자들은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아무래도 국고채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52% 수준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직 투자하는 대상과 투자 방식도 명확하지 않다. 뉴딜펀드의 투자처로는 데이터센터와 수소충전소, 신재생에너지 시설과 수소·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등이 꼽힌다. 수익이 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며 일부 업종의 경우 투자 매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도 손실이 나면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안전한 투자처만 선택해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좋은 투자처에는 이미 돈이 몰려있고 남은 곳은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지적도 있다.


A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처 발굴이 어려운 데다 펀드 투자 대상인 사업 대부분이 시장 초기 단계고, 공공 인프라 사업 성격이 강해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고 말했다. B운용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크지 않은 사업이지만 정부 재원으로 손실 발생분을 메우는 방식인 만큼, 투자해서 수익을 낸다고 해도 보수적인 운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더라도 일반 투자자들에겐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도 일부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정기예금(만기 1년)을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1.5%에 제공하고 있다. 또 뉴딜펀드 가입자에 세제혜택을 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내년이 돼야 공모 참여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 정부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수익률 기대는 내년 말이나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뉴딜펀드 조성작업이 차기 정부 집권 중반기인 오는 2025년까지 진행돼 사업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뉴딜산업은 대부분 중장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차기 정권에서도 유지가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이다. 국민의 뉴딜펀드 투자 시점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고 있다. 대선이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각각 녹색성장펀드, 통일펀드 등 정책 펀드들을 내놨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설정액과 수익률이 크게 빠졌다. 녹색성장펀드는 2009년 평균 58%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낸 뒤 임기 말로 갈수록 관련주들의 주가가 하락하며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한때 펀드 잔액이 5000억원을 넘어섰지만 현재는 2000억원대로 줄어든 상태다.


일각에선 정부가 뉴딜펀드를 조성하며 한국거래소에서 K-뉴딜지수를 발표한 것에 대해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의 고수익을 이용해 뉴딜펀드를 홍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BBIG 업종의 성과로 뉴딜 사업을 선전함과 동시에 정부가 테마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K-뉴딜지수는 관련주가 거침없이 치솟으며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 사업 자체는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상태인데, 이미 주가 상승률이 좋았던 종목들을 K-뉴딜지수로 지정해 연계성이 만들어졌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뉴딜지수에 있는 종목들과 뉴딜펀드가 관련이 있는 줄 알고 있는 투자자들도 많고, 왜 이 기업이 뉴딜 사업에 포함됐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 것들도 있어 뉴딜이란 초점 자체가 흐려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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