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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가 소환하는 미귀(未歸)의 유혹에 관한 추억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9.04 05:00 수정 2020.09.03 06:55

아들 ‘황제 휴가’ 의혹 정의 행사되도록 해야 법무장관

녹취 공개 불구 부인으로 역린 여론 극복할 수 있을까?

‘법무부장관에는 추미애 대신 개(忠犬)를 앉히라’ 풍자 청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법무부장관 추미애의 아들이 군 복무를 한 부대 카투사는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군인들로서 미군과 함께 근무한다.


영어 약자로 KATUSA(Korean Augmentation Troops to United States Army, 미국 군에 증강된 한국 병사들)인데, 옛날에는 외부에서나 내부에서나 이 카투사(원래 미국식 발음은 커투~싸)를 ‘카츄샤’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 톨스토이의 <부활> 스토리를 빌려 만든 한국 영화에서 주제가로 나온 <카츄샤의 노래>를 부대 주제가처럼 부르는 일이 흔했다.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가신/ 첫사랑 도련님과 정든 밤을 못잊어......’ 라고 간드러지게 불렀던 김부자의 그 찰진 가요 말이다. 추미애의 아들 서 일병(당시 계급)은 아마도 휴가 나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서 일병은 약 10대1 경쟁률 시험(일명 카투사 고시)을 봐서 카투사 병(兵)이 된 세대라 이미 주제가가 사라진 부대에서 군대 생활을 했을 것이며 김부자류의 ‘뽕짝’ 가요와는 전혀 다른 대중음악 속에 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부자의 <카츄샤의 노래>를 주제가로 불렀건 안 불렀건 카투사 부대는 예나 지금이나 상대적으로 편한 군 생활을 하는 부대임에는 변함이 없다. 당번 외에는 주말에 외출이 자유롭고 평일 근무나 숙식이 일반 한국 부대가 여인숙이라면 카투사는 호텔급이다.


필자가 카투사 출신이라 이것은 잘 안다. 그래서 ‘호텔 생활’을 하는 사람이 황제 휴가를 갔다느니 황제 탈영 의혹이 있다느니 하는 언론 보도를 접했을 때, 얼른 이해가 안 갔다. 아무리 편해도 군대는 군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견디기 힘든 일반 부대들보다야 백번 나은 곳인데(매일이 반(半) 휴가 상태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왜 저런 말썽을 피워야만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필자도 외출이나 휴가 나왔다가 부대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소위 미귀(未歸)의 유혹을 느낀 적이 없지는 않았다. 카투사 생활은 동료나 상관(上官) 미군들과는 비교적 원만하다. 그러나 한국인 고참 병들과의 내무반 생활은 일반 한국군 부대와 비슷한 피곤한 문화가 상당히 많이 존재했다. 서 일병이 복무한 시점에는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부대 복귀 시간이 다가오면 초조해지고 불안해졌다. 그 좋다는 카투사였는데도...... 여자친구와 함께 하던 마지막 시간이 그때만큼 빨리 줄어들고 없어졌던 적이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서 일병은 정말 다리가 아파서였을까, 다른 이유로 부대에 들어가기 싫어서였을까?


서 일병의 휴가 연장과 관련한 그의 상급부대 한국군 장교와 국회의원이자 집권당 대표였던 서 일병 모친 추미애 보좌관이라고 밝힌 남자와의 전화 대화 녹취록(무려 78분간의 통화 중 3분간의 기록)이 엊그제 공개됐다.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 육군 중장 출신 의원 신원식이 수사를 뭉개고 있는 검찰을 대신해 이 엄청난 증거를 수집한 것이다.


녹취록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대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다. 첫째는 추미애가 아들의 휴가 연장 가능성 타진(사실상의 요청)을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법무부장관을 맡고 있는 사람이 국회에서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시종일관 부인하는 거짓말을 해왔으며, 셋째는 장관의 인사권 등으로 관련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합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아들이 정당한 사유와 절차에 따라 병가(病暇)를 얻었고, 자신은 그 병가 이용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수사가 8개월 동안이나 지연되도록 인사 등으로 무언의 압력을 가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 수사 담당 서울동부지청 차장검사가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누락돼 사표를 낸 바 있다. 또 이 지청으로 정권을 찬양하는 검사가 최근 인사에서 영전되기도 했다.


무릎 수술로 아프다는 군인이 진단서 하나도 없고(국방부는 이에 대해 누락에 의한 행정 오류라고 했고, 서 일병 변호인 측은 수술이 필요하다는 국군양주병원 소견서 등 관련 근거 서류 일체를 제출했다고 주장한다), 병원 치료가 아닌 집에서 쉬어야겠다고 엄마 보좌관을 통해 부대에 사실상 ‘통보’했으며(필자가 군 복무를 한 40년 전에도 카투사 아니라 일반 부대 역시 병사가 실제로 많이 아플 경우 막사에서 쉬도록 배려해 주었는데 왜 집에 있어야만 하는가?), 부대에는 또 휴가 명령지, 병가 사유 등 근거 서류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점 등이 ‘황제 군 복무’란 말을 나오게 만들고 있다.


법무부(法務部)가 영어로 Ministry of Legal Affairs(법적 업무부) 가 아니고 Ministry of Justice(정의부) 란 사실은 신문에 하도 많이 언급되어서 이제 중학생도 외울 정도가 됐다. 사회의 정의(正義)를 구현(具現)하는 일, 즉 죄 지은 자들을 수사하고 감옥에 가두는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곳이 법무부이다. 장관 추미애는 이 정의가 자신과 가족에게도 엄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련 고발 수사의 신속하고 철저한 이행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추미애는 그동안 검찰총장 윤석열을 고립시켜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권력 비리 수사 검사들은 좌천시키고 그런 수사들을 일부러 안하거나 반대 방향으로 튼. 정권에 충성하는 검사들은 영전시키는 인사 전횡(專橫)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아 왔다. 그 결과 심지어 ‘법무부장관에는 추미애 대신 개(忠犬)를 앉히라’는 풍자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화제가 될 정도이다.


한국 국민들 사이에는 몇 가지 치명적인 역린(逆鱗,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이란 뜻으로 군주의 약점을 건드리면 죽는다는 데서 유래한, 국민 여론을 크게 자극하는 비리)이란 게 있다. 만인에게 공평해야 할 입시와 병역 문제가 그 중의 하나이다. 조국은 딸의 전자(前者)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수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추미애는 아들의 병역 관련 불법행위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야당은 군형법 위반(근무 기피 목적의 위계죄와 방조죄)으로 해당자들을 지방검찰청이나 고등검찰청 대신 윤석열이 있는 대검에 고발키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그녀가 법무부장관이니 수사는 어떻게든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린 여론까지 극복하고 문재인 정권 수호의 전위대원(前衛隊員)으로서 계속 역할을 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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