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방역(防疫)은 누가 하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9.01 09:00 수정 2020.09.01 08:12

‘방역의 일등공신’에서 졸지에 ‘역적(逆賊)’ 된 의료인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감탄고토(甘呑苦吐)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 추진할 일 아니다

전국 전공의들이 지난 8월 7일 오전 7시부터 하루 동안 집단휴진과 공동행동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전국 전공의들이 지난 8월 7일 오전 7시부터 하루 동안 집단휴진과 공동행동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재인 행정부나 민주당이 말은 안 해도 코로나-19가 어느 면에서는 고마울 것이다. 궁지에 몰렸다 하면, 환자가 급증(急增)해 주거나 엉뚱한 사람이 사고를 쳐 주니, 선거에도 도움이 됐고, ‘원칙에 따른 법 집행’으로 폼도 좀 잡으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를 선방(善防)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누가 수고해 이룬 성과일까? 청와대? 보건복지부? 민주당?


몇 달 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주요 20개국(G-20) 특별 화상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대응 모델을 국제사회와도 공유해 나가고자 한다”고 자랑했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이 방역 모델은 누가 흘린 피와 땀의 결과일까?


지난 8월 하순 문 대통령은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는 데”에 대해 질타했다. 멋진 비유 까지 동원했다. “전시 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離脫)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며, 소방관들이 화재 앞에서 파업(罷業)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지금까지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의료인들의 헌신과 성과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금세 ‘전시 탈영병’ ‘부도덕한 소방관’이 됐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현 집권층 상부 구성분자들의 특징인 감탄고토(甘呑苦吐)다. 배은망덕(背恩忘德), 권상요목(勸上搖木)도 있다.


이 정부가 지금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금(金)이야 옥(玉)이야’ 하지만 계기만 있으면 ‘전시 탈영병’ ‘부도덕한 인간’으로 금방 만들어 버린다.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의 경우를 우리가 보고 있지 않는가?


우한(武漢)에서 발병한 이 전염병의 유입(流入)을 조기(早期)에 차단해 달라는 의료계의 권고는 몇 차례나 무시하고, 틈만 나면 엉터리 예측으로 국민들의 방역 의지를 심란하게 만들어 놓고, 각종 쿠폰에 임시공휴일 지정까지, 수많은 헛발질을 묵묵히 뒤처리 한 선인(善人)이 누구인지 국민들은 안다.


<8.15 광화문 집회>도 그렇다. 의미 있는 그 날, 주권자(主權者)인 국민은현 정부의 실정(失政)과 무능(無能), 독단(獨斷)과 오만(傲慢)에 대해 청와대에 경고(警告)하기 위해 모인 것이지, 설교를 들으러 모인 게 아니다. 연휴 때 쿠폰 들고 해운대 등지로 간 70만명은 좋은 국민이고 광화문에 모인 3만명은 나쁜 국민인가?


우리 국민은 그래도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시위도 하지 않고 미(未)착용자에 대해서는 바로 바로 고발하는 건강한 집단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과 그들의 선의(善意)에 대해 감사는커녕 ‘방역의 방해자’로 몰면 안 된다. 방역의 문법(文法)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어디에나 있다. 국민 탓 교회 탓 하지 말고, 정부나 문법에 맞게 행동하면 된다.


‘방역의 일등공신’에서 졸지에 ‘역적(逆賊)’이 된 의료인에 대해서도 그렇다. 의료인들은 지금 “우리의 몸을 갈아 넣어”라며 이 사태를 겨우 수습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이 피땀 흘리는 의료진의 등 뒤에서 총성이 나고 있다. 앞에는 ‘코로나 위기상황’, 등 뒤에서는 ‘야비한 총질’을.


대통령 발언처럼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의료진에 대한 총질은 비열하게도 지금, 정부가 하고 있다.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非對面) 진료 추진, 한방 첩약(貼藥) 급여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필요성은 사안 마다 다르지만,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계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추진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때[時]가 아닌 것이다.


서부영화의 문법 가운데 ‘등 뒤에서 총질 하지 않는다’ ‘여자와 어린이는 보호한다’ 같은 것이 있다. 문법에 맞지 않으면, 우리는 ‘틀렸다’고 말한다. 마치 [Mr. Moon is the President of Korea]는 맞고, [Mr. Moon was the President of Korea]는 틀린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의사가 모자란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의사 하나 기르려면 지금 대학생이라도 10년은 더 훈련해야 된다. 특정 지역에 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하고 해당 지역 출신 학생들 위주로 선발하는 문제는 ‘공정(公正)의 문제’다.


현 의료 체계의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다. 요약하면 “모든 수술환자와 암환자들은 두세 달 대기하더라도 서울의 대형병원에 가서 치료받겠다고 한다”는 이 한 마디를 머리 맞대고 풀어내면 된다.


코로나 방역으로 “온 의료계가 몸을 갈아 넣는” 틈을 타서, 문제의 소지가 많은 법안을 다수의 힘을 빌려 날치기로 처리할 수는 있다.


2013년 12월,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에 강경 대응하는 당시 정부에 대해 국회의원 문재인은 이렇게 말했다. “왜 이렇게 강경한가. 대화와 협상이 먼저여야지 공권력이 먼저여서는 안 된다.”라고


그러던 분이 왜 가만히 있나? “왜 이리 급한가. 코로나 끝나거든 모여서 이야기하자” 하면 될 일을.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나?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