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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권 최대 과제는 이념의 대물림이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8.31 09:00 수정 2020.08.31 08:17

김부겸이 선택되지 못한 이유

문재인 아닌 이념집단의 정권

지난 29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김부겸 후보, 박주민 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전당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난 29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김부겸 후보, 박주민 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전당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새지도부가 구성됐다. 이낙연 의원이 큰 표 차로 김부겸 박주민 두 후보를 따돌렸다. ‘어대낙’이라는 이름값을 했다. ‘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던가. 대세를 좌우하는 힘은 친문에서 나왔다. 그들이 이 대표를 선택한 것이다. 박 의원에게는 이들 가운데서 적지 않은 사람들의 표가 갔을 수 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아니다. 그 가문의 일원이 되기엔 촌수가 너무 멀다.


김 전 의원이 이점을 몰랐을 리 없다. 그렇지만 나름대로는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지냈는데! 문 대통령과 친문 가문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받기 위해 모진 말, 넘치는 말을 예사로 쏟아냈다.


김부겸이 선택되지 못한 이유


예컨대 이런 식이었다.


“(여당의 부동산 3법 처리를 ‘독재’라고 비판한 미래통합당을 향해) 누가 누구더러 독재라고 눈을 부라리나?”(7월 31일 SNS에 올린 글)


“<왜 당대표는 김부겸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든든한 힘이 될 사람. 3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 사람. 민주당의 새로운 정통을 이어갈 사람.(5일 SNS에 올린 글)


“종교의 탈을 쓴 일부 극우세력이 코로나바이러스는 퍼뜨린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극우세력이) 테러나 다름없는 짓을 한다. 검‧경이 당장 진원지를 찾아내 발본색원해야 한다.”(22일 합동 연설회)


‘저렇게까지 하면서 한국 좌파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격하고 적극적이었다. 그가 어떤 원칙을 가지고 정치를 해 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게 어떤 것이든 정치적 목표에 닿기 위해서는 쉽게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은 확인시켜줬다.


그런데 그가 아무리 충성맹세를 하고, ‘친문보다 더 친문다운, 대깨문보다 더 대깨문 같은’ 행태를 보이더라도 그 그룹의 권력 중심에 들어서긴 어려워 보인다. 이른바 보수‧진보 정당들 사이를 건너다녔던 전력 때문에 정통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정치적 호적부는 관속까지 따라간다. 지역적으로도 좌파정치세력의 핵심이 되기엔 취약성을 안고 있다. 또 그의 정치역정이나 노무현을 닮기 위한 정치행보가 오히려 경계심을 유발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조직이나 진영에 얽매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은 김 전 의원 이야기를 하자고 쓰는 글이 아니다. 친문‧대깨문을 말하려는 것이다. 과거 대선 때도 후보의 사조직이 있었고, 그들이 선거운동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 조직은 자신들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해산했다. 그게 정치적 도리라고 여겼던 것이다. 대통령이 사조직에 휘둘려가며 정치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상식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아닌 이념집단의 정권


그렇지만 노사모 이후 좌파정치세력의 사조직은 그 자체가 정권화 했다. 이념세력으로 결합됐기 때문이다. 자기들의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정권 장악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추동됐다. 조직의 해체는 이념에 대한 배신이 될 것이었다.


앞으로 대선이 가까워오면 이들은 더욱 결속력을 강화해서 기어이 자기들의 후보를 당선시키려 총력전을 펼칠 게 뻔하다. 정권을 잃는다는 게 자신들에게 얼마나 끔찍한 재난이 될지를 이들은 날마다 상상할 것이고, 그 속에서 전의를 끌어낼 것이다. 이낙연‧이재명 등도 아직은 이들의 대안으로 점지돼 있다고 볼 수 없다. 더 나은 재목을 찾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조국‧김경수 등의 전력을 세탁해서 대권주자로 내세울 수 있다면 아마도 그쪽을 택할 것이다. 정해지기만 하면 이들에게 이력미화‧여론무마는 일도 아니다. 그게 장기이니까. 문 대통령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점지할 경우 친문은 그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이들에겐 이념의 대물림보다 더 큰 과제란 있을 수가 없을 것이므로.


야권 정치세력은 자신들이 상대해야 할 경쟁자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정인 누구누구가 아니다. 친문‧대깨문이 포함된 좌파 이념세력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엔 명망가가 정치과정을 이끌 수 있었다. 대선구도도 그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문재인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정치지형의 변화를 야권은 통찰해야 한다.


아직 대권주자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인 이전에 세력이다. 자유우파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세력화가 선결과제임을 깨달을 때가 됐다.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기성 정치인이든, 신인이든 대권주자는 부상하게 마련이다. 이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어쩌겠는가, 다시 정권을 저들에게 헌상할 수밖에!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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