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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때 아닌 ‘싹쓰리 원조’ 주장, 동일 팀명 범주에 둘 수있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8.29 15:05 수정 2020.08.29 15:07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가요계에서는 종종 동일 팀명 사용 논란이 일어난다. 기존에 A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가수(그룹)가 있음에도 같은 이름으로 또 다른 가수(그룹)가 나오면서 시비가 붙는다. 문제가 되는 건 대부분 후자가 대형기획사, 혹은 그에 준하는 인지도를 가진 경우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를 두고 ‘원조’를 주장하는 밴드가 나타난 것도 같은 경우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레드벨벳이 처음 데뷔했던 2014년 동명의 인디밴드 멤버가 당황스럽다는 글을 남기면서 논란이 됐다. 이 멤버는 당시 “지난해(2013년) 싱글을 내고 홍대에서 공연하며 다음 작업의 준비 중에 있다. 이름이 같은 걸그룹이 데뷔한다고 해서 당황했다. SM에서 이름을 지을 때 음원사이트에 검색을 안 해보지 않았을 텐데”라고 하소연했다. 이후 SM은 “2인조 밴드 레드벨벳 측과 각자 팀명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배려해준 레드벨벳에 감사드린다”고 밝히며 예정대로 레드벨벳이란 팀을 데뷔시켰다.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남성듀오 원펀치(1PUNCH)를 데뷔시킬 당시에도 이미 활동 중인 인디밴드 원펀치(ONE PUNCH)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인디 밴드 원펀치의 소속사 스팽글뮤직은 SNS에 “뮤지션의 활동명을 정하는데 제약은 없다. 그러나 이미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기존 뮤지션과 새로운 뮤지션 양측에 모두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감한형제가 수장으로 있었던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역시 논란의 책임을 인지하고, 밴드 측에 연락을 취해 사과와 양해를 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만약 이름을 먼저 사용한 가수가 음반 제작·유통 관련 상표권 등록을 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인디 뮤지션들 중에는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그룹들이 동일한 팀명을 사용하는 것에 사과하고, 기존의 팀에 양해를 구하는 것은 한 업계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싹쓰리의 팀명을 둔 논쟁은 앞선 사례와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의아한 부분이 있다. 27일 밴드 싹쓰리는 신곡 ‘렛츠 고 투 홍콩’(Let's go to Hong Kong)을 발매하면서 “여름 이른 컴백을 예정했으나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이 ‘싹쓰리’라는 팀명을 사용하게 되면서 그들의 활동 종료 시기까지 신곡 발매를 연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밴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터지고 자유로운 세계여행이 막히고 나니 그것을 누리던 시절이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새삼 느끼게 됐다. 이번 신곡은 이미 예전에 만들어 놓고 여러 여건상 출시를 미루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이 시점이 역설적으로 이 노래를 출시하기에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싹쓰리가 나와서 일단 그분들의 활동이 끝날 때를 기다렸다”고 앨범 발매 시기를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싹쓰리’라는 팀명은 저희가 지난 2012년부터 사용해왔던 이름인데 다른 그룹에서 지금까지 관련된 연락 한 번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서운함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 “상표권 등록은 되어있지 않다. 인디밴드가 상표권 등록까지 하고 활동을 하는 경우는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다만 2012년에 첫 번째 싱글 ‘철수야 놀자’를 출시했던 기록들은 모든 음원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놀면 뭐하니?’가 동명의 밴드가 존재함을 알고도 연락 한 번 없었다는 걸 의식한 발언이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앞서 동일 팀명 사용 논란이 불거졌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유는 이들이 2012년 이후 단 한 번의 앨범 발표나 활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이름이나 곡이 없고, 네이버 인물로 등록되어 있지도 않다. 물론 인디 밴드 입장에서는 ‘돈’이 드는 저작권, 상표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다 보니 이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까지 아무 활동이 없던 밴드가 갑자기 ‘우리가 원조 싹쓰리’라고 주장하는 건 대중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처사였다.


밴드 싹쓰리 역시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이들은 “‘놀면 뭐하니’ 싹쓰리의 인기에 편승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만일 정말로 그럴 생각이었다면 그분들이 한참 활동하는 동안에 우리 노래도 슬쩍 출시해버렸을 거다. 나름대로는 그런 논란거리를 피하고 싶어서 그분들의 활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라고 했다.


또 “‘끝나자마자 너무 금방 나왔다’고 지적하는 분도 계실 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번에 발매한 신곡 ‘렛츠 고 투 홍콩’은 여름 노래다. 그러니까 적어도 8월 안에는 출시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겨우겨우 8월말로 미뤄서 출시 일을 결정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놀면 뭐하니?’ 측에 요구할 수 있는 건 없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밴드의 입장에서 MBC를 등에 업고 등장한 싹쓰리가 반갑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미 활동을 종료했고 결과적으론 싹쓰리라는 동명의 팀의 활약 덕분에 주목을 받게 됐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이름 보단 그들이 내놓은 콘텐츠에 있다는 의미다.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그리고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이번 논쟁이 오히려 밴드 싹쓰리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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