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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스테이지 무비②] 편당 제작비 1억, 지속 가능성 있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8.31 00:00 수정 2020.08.30 19:45

공연과 영화 넘나드는 전문적 인력 구성 필요

IPTV 등으로 제작비 회수-수익화 가능할까

ⓒ뉴시스 ⓒ뉴시스

“공연의 영화화, 민간 기획사는 꿈도 못 꾸죠”


스테이지 무비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현장성이 강한 공연의 특성상 오프라인 무대를 포기할 수 없지만,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걸어갈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성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첫 걸음으로 시도된 것이 스테이지 무비다. 하지만 이는 ‘제작비 지원’이 전제되었을 경우다.


실제로 현재 공연의 영상화를 시도하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공공극장 혹은 국공립 예술단체 위주로 진행된다. 존립을 고민하는 현 상황에서 민간 기획사가 영상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없다. 이번 ‘늙은 부부이야기: 스테이지 무비’ 역시 예술의전당에서 제작됐는데, 이들 역시도 제작비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였다.


첫 스테이지 무비로 ‘늙은 부부이야기’를 선정하게 된 것도 예산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 연극은 2인극이기 때문에 비교적 예산이 적게 책정됐다. 초상권 문제에 있어서도 저작권자와 배우의 흔쾌한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최종적으로 연극 무대 제작비로 1억 5000만원, 영상화 과정에서 제작비 1억 2000만원이 들었다. 제작기간은 총 7개월이 걸렸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번 시도가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관계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수익과 별개로 좋은 시도” “수익 보단 새로운 장르의 개척”에 무게를 뒀다.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것인데, 부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사실상 이 작업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소’ 1억원이 넘는 금액을 필요로 하는 제작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소극장 연극은 수익이 안 돼 펀드에서도 외면당하기 일쑤다. 공연 영화, 즉 스테이지 무비가 새로운 투자 아이템이 될 수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라며 “흥행을 목표로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추후 IPTV 등을 통해 제작비가 회수되고 수익도 발생한다면, 공연 예술의 새로운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화 관계자들 역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국 영화계는 시간이 갈수록 중저예산의 영화가 설 곳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스테이지 무비가 하나의 대안이 되고, 영화계를 환기시켜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예산의 문제 외에도 스테이지 무비가 지속되고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온전히 스테이지 무비 제작만을 위한 전문적인 인력 구성이다. 이번 ‘늙은 부부이야기’에는 카메라가 관객의 시선이 되어 배우의 움직임을 쫓아가는 카메라 워킹이 많다. 하지만 배우의 움직임을 완벽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불안정한 느낌이 연출된다.


배우 김명곤 역시 “연극계에선 영상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부족하고, 영화에선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두 장르가 만나고 충돌하면서 재밌는 시도와 작업을 많이 할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공연 관계자도 “두 장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면 어느 쪽도 아닌 애매한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두 장르의 접점을 제대로 파악해 이를 새로운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정부에서 공연의 영상화에 대한 중요성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콘텐츠 자체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스테이지 무비가 영상으로 매체성이 강조된 또 하나의 장르로 탄생한다면 더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극을 시작으로 나아가서는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 장르의 영화화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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