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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정권’의 거듭된 포퓰리즘 유혹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8.27 05:00 수정 2020.08.26 08:02

문재인 대통령·여권 지지율 떨어질 때 마다 코로나가 효자 노릇

‘국가적 위기’의 국민은 현존 리더십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원리 입증

재난지원금, △경제활성화 △재난피해자구제 두 가지 가치에서 선택

ⓒ청와대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대통령’으로 불릴 거야.” 한 선배가 불쑥 던진 말이다.


이어 덧붙이며 설명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사사오입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은 ‘고속도로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은 ‘올림픽 대통령’, 노태우 대통령은 ‘물태우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은 ‘뜀박질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대통령’” 기준도 없고 매우 주관적이지만 나름 그럴 듯해 보였다.


올 초부터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데 유독 현 정권에겐 코로나가 구세주다. 그러니 ‘코로나 정권’, ‘코로나 대통령’이란 수식어가 설득력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 마다 코로나가 톡톡히 효자노릇을 해 준다. 이번만 해도 부동산정책 실패 등 각종 실책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론이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국가적 위기’가 오면 국민은 현존하는 리더십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원리가 입증되는 것 같다.


때맞춰 ‘8.15 광화문집회’에서 확진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불과 수백 미터 옆 보신각 앞에서 민주노총도 집회를 가졌지만, 유독 광화문 보수집회에만 책임을 돌린다. 급기야 여당에서 ‘미래통합당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 모두 거국적으로 나섰고 거듭 밀어붙였다. 일제 강점기 ‘동경대지진’ 후 재일조선인 대학살과 같은 ‘마녀사냥’이 현재 선진국 문턱에 선 대한민국 정치에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대국민 협박극이 현실에서 먹히고 있다.


거기까진 그래도 이해가 된다. 어차피 전광훈 목사 등 광화문집회 주최자와 적극 참여자들이 ‘책임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후 벌어지는 여권 발 ‘재난지원금 논란’은 성격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집권세력의 아마추어리즘을 여실히 보여주고 국정수행능력의 일천함에 온 세상에 알리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예상했듯, 전염병이 확산되자 이를 기회로 ‘포퓰리즘 바이러스’가 다시 여권을 진앙지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올 초의 논란이 그대로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한 쪽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주어야 한다고 하고, 다른 쪽은 △재원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국민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반기 재난지원금 지급의 사례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교훈삼지 못하는 여권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국민에게 줄 것이냐, 아니면 일부에게만 줄 것이냐 논란은 재난지원금의 목적, 효과와 직결된다. 재난지원금은 △경제활성화 △재난피해자구제라는 두 가지 가치가 있다. 재원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전자라면 봉급생활자를 비롯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후자라면 영세상인, 자영업자 등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실질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특정한 국민에게 집중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전반기 재난지원금 논의 때는 실질적으로 효과를 검증할 참고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정치적 목소리’가 꽤 컸다. 4월에 총선이 있었던 것도 한 몫을 했다. 어떤 이는 뜬금없이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의 개념을 끌어들였다. 일단은 그들의 승리였다. 그러나 일단 실행해 본 결과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소고기 사먹고, 안경을 맞추는 등 일시적으로 소비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했다. 재정이 고갈된 만큼 효과는 없었고, 국민과 미래세대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논의과정엔 전례가 있어서 그런지, 재정을 담당하는 정부부처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그들이 ‘재정의 수호자’임을 각성해서인지, 과거에 없이 단호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여당 지도부가 밀어붙이기 곤란했을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 있다. 지금 경제위기는 유동성이 부족해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버블(bubble)’이란 평가까지 듣는다. 부동산시장, 주식시장에는 갈 곳 잃은 자금이 넘쳐난다. 그러니 재난지원금으로 소비를 일으켜 경제를 살리자는 이야기는 설득력을 잃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고 있다.


여권이 머뭇거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또 있다. 코로나 재확산 직전 정부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며 여행, 문화행사 장려 등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대국민 홍보와 지원을 했던 것도 영향이 크다. ‘질본’에서 집에 있으라고 했는데, 다른 정부기구에서는 ‘밖에 나가 놀라’고 충동질했다. 이런 엇박자 행정으로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정부가 앞장서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느슨하게 해 전염병 재확산을 조장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소비진작’과 ‘경제활성화’를 주장하면 ‘미친 소리’란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론은 자명하다. 정치구호인 ‘보편적 복지’, ‘기본소득’, ‘전국민 지급’ 운운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영세상인, 중소사업자 등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각별히 강조할 것은 ‘재정건전성’이다. 포퓰리즘이 전 세계적, 시대적 분위기라지만, 우리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는 그 피해가 어떤 나라보다 클 수 있다. 만약에 미국이 올해 말 대선이 끝난 후 그동안 방만하게 풀어놓았던 돈줄을 조이기 시작하면 우리경제는 경험해 보지 못한 혼란에 빠질 것이 뻔하다. 정부는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국내의 문제는 기만과 호도로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제적 변수는 내실 있는 대비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가경제를 파국으로 인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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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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