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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진 푸드트럭”…정부 무관심과 코로나에 무너진 꿈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08.26 06:00 수정 2020.08.26 08:21

푸드트럭 사업자 ‘흔들’ 산업 존폐기로

장소 제한‧대출 등 사각지대…“자구책 마련도 어려워”

영업 장소 확대 등 울타리 마련 시급…“다양한 지원 선행돼야”

서울의 한 푸드트럭의 모습ⓒ잇츠고 서울의 한 푸드트럭의 모습ⓒ잇츠고

푸드트럭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푸드트럭은 지자체가 정한 제한된 장소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는데 각종 규제에 사업을 지속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데다, 긴 장마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존폐 위기에 처했다.


특히 청년창업 육성이라는 정부의 당초 목표와 달리 대출, 영업장소에 대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면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사업자 전체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푸드트럭은 지난 2014년 식품위생법, 도로교통법 등 적극적인 법 개정을 통해 푸드트럭 영업이 합법화 됐다. 2015년에는 박근혜 정부가 청년창업과 규제개혁의 상징으로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영업장소와 관련 법규의 미비 등으로 푸드트럭 사업자 폐업률은 2018, 2019년도 각각 60%, 70%를 넘어섰다.


푸드트럭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주된 원인은 규제와 관련 정책의 부재에 있다. 특히 입지에 대한 규제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푸드트럭 산업에 대한 합법화 조치가 이뤄졌던 초기와 비교하면 영업 가능 구역이 늘어나긴 했지만, 지자체가 시장 활성화를 주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존 지역 상인과의 마찰이 심화되면서 지자체가 푸드트럭 입지에 대한 입찰공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잇츠고 푸드트럭 O2O플랫폼 관계자는 “푸드트럭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영업지역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라며 “상대적으로 영업지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해외와는 다르게 한국의 푸드트럭은 영업구역을 지자체의 푸드트럭 입찰공고를 통해 낙찰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고, 이 공고 마저도 경쟁률이 심해 영업을 할 수 있는 푸드트럭은 소수에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례를 살펴보면 공원이나 경기장 등 영업이 가능한데 유동인구가 없어 애로사항이 많다”며 “보다 나은 수입을 얻기 위해 외부행사에 눈을 돌리는 푸드트럭 사업자들이 있지만 참여 대수가 한정적이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간도 짧다. 여기에 수수료도 비싸 부담이 영업을 지속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업 장소를 찾지 못 해 행사장 근처에 찾아가거나 도로 위에서 불법영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업자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푸드트럭의 모습ⓒ잇츠고 서울의 한 푸드트럭의 모습ⓒ잇츠고

◇가을 지역 축제 대거 취소…"버티거나 투잡 뛰거나"


최근에는 수도권 지역의 급속한 코로나 확산으로 9월로 대거 연기된 봄 축제들이 또 한 번 취소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업계는 사태의 심각성은 이해하지만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는 사람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봄과 가을을 최대 성수기로 본다. 통상적으로 푸드트럭은 유동인구가 많고 소비자들과 접점이 많을수록 매출이 상승하는 구조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밤도깨비 야시장’ 같은 특수영업지에 속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영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감염 우려에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매출을 수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푸드트럭 운영 5년차 김호진(50) 간다고 대표는 “봄 축제가 가을로 대거 연기 되면서 가을만 바라보며 버텨왔는데, 현재 10월까지 모든 축제가 전부 취소된 상황”이라며 “주변 푸드트럭 사업자들의 경우 나이도 있고 일자리도 워낙 없다 보니 택배 일과 보험 일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발생 이후 하루 많이 벌면 3만원, 적게 버는 날은 3000원이 전부일 때도 있다”며 “요즘처럼 더운 날씨엔 재료도 금방 상하고 안 상하더라도 남는 재료는 모두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안 나가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푸드트럭 운영자 대부분이 청년과 노후대비를 위해 종잣돈을 모아 시작한 중장년층이라는 점이다. 수익이 없어 생활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폐업 조차 쉽지 않다는 점 역시 큰 걸림돌이다.


푸드트럭 운영 6년차 이성민(53) 스타세븐 대표는 “운영하던 호프집이 어렵게 되면서, 주방기구만 있으면 놀지는 않을 텐데 라는 생각으로 푸드트럭에 관심을 갖게 됐고, 소액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발을 들이게 됐다”며 “사업을 시작한 초기부터 현재까지 영업장소에 대한 어려움의 실타래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사실상 폐업도 쉽지 않다”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필요한데, 푸드트럭의 경우 2-3년만 지나도 금액이 50% 이상 뚝 떨어지는 데다, 수익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은행이 만든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대출도 어렵다. 소상공인 대출에서도 소외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뾰족한 자구책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점도 사업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제한된 장소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행사를 개최해 성공을 하더라도 일시적 효과에 그쳐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푸드트럭 운영 10차 김정식(39) 놈놈놈 대표는 “코로나 발병 이후 국내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전국에 있는 푸드트럭 사업자들이 전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며 “현재 생계 유지를 위해 오전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고 오후에는 단속을 피해 이곳 저것을 옮겨 다니며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속이 나오면 최대 3번까지는 봐주는데, 그 이상 부터는 벌금이 최대 300만원을 넘는 등 굉장히 무겁게 처벌을 하고 있다”면서 “단속이 덜 나올 때는 장사가 잘 되는 자리를 두고 먹고 살기 위한 자리 싸움이 굉장히 치열하다. 3개월 전에는 자리 다툼으로 인해 살인사건까지 일어났을 정도로 굉장히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사업자들끼리 힘을 모아 사람들을 끌어 모을만한 행사를 주체하고자 해도 마땅한 영업 장소도 없을뿐 아니라 노래 부르는 팀만 섭외해도 그게 다 돈과 직결이 된다”며 “현재처럼 사람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영업 장소 제한 등 자체적으로 자구책을 만드는 데도 제한이 많이 따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영업 장소 확대 절실…"다양한 지원책도 뒷받침 돼야"


푸드트럭 사업자들은 정부가 허가한 이동영업이 무명무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허가 이동영업은 장소 제한을 없앤다는 게 아니라 지역 내 지정된 ‘푸드트럭존’을 옮겨 다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가장 현실적 대안은 영업 장소의 확대라는 게 종사자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푸드트럭은 청년창업 뿐만 아니라 시니어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인 만큼, 앞으로 영업할 장소가 확대돼 더 이상은 폐업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게 울타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는 상권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해 영업 장소를 확장하고 멘토링 및 창업컨설팅, 창업 자금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잇츠고 푸드트럭 O2O플랫폼 관계자는 “푸드트럭 시장이 활발히 움직일 수 있도록 영업장소 입지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푸드트럭 사장님께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 역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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