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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8.15집회 다녀오셨습니까?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8.23 08:00 수정 2020.08.23 07:44

분열의 정치, 이제 끝내야 한다

정부여당, ‘8.15집회=코로라19 확산 주요인’ 낙인은 우려

문정부의 이런 편 가르기 법 집행은 법치가 아니다


개신교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보수단체들이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개신교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보수단체들이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경귀 위원장님, 혹시 8.15집회엔 다녀오셨나요? 주변에 궁금해 하시는 학부모님들 많으시더라구요. 답변 부탁합니다.”


어제 아침 제 공식밴드에 ‘익명의’ 지역구민으로부터 공개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이 질문은 현재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정부 여당의 대처 방식과 행태, 그로 인해 빚어지는 일반 시민들이 휩쓸려 느끼는 정서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익명 뒤의 한 개인의 질문이 아니라 진영을 대변한 질문처럼 느껴졌습니다.


제 밴드는 시민과의 소통 창구입니다. 780여명의 회원이 있는데 저를 지지하고 성원하는 분들이 많지만 저와 우리당을 지지하지 않고 비판적 입장에 있는 분들도 적지 않게 계십니다.


질문하신 분이 익명으로 올렸기 때문에 저는 그 분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래도 공식 질문이 들어왔으니 답변은 했습니다만 그 후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벼운 질문 같지만 많은 것을 함축한 무거운 질문이기에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질문자는 8.15집회가 코로라19 확산의 주요인이라고 낙인찍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인 듯싶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8.15집회에 다녀온 분이 누구 없지는 않나 걱정하시는 마음이 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8.15집회에 가든 안 가든 개인의 자유이고 선택입니다. 구체적인 위법 행위가 없다면 집회 참석 행위에 대해 누구도 비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질문 자체가 적절한가 의문이 듭니다.


이 질문은 제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집회 참석이 지역사회에 위험요소가 된다는 염려가 깔려 있다고 보입니다. 이 질문을 던진 익명 시민이 정말로 궁금해 하고 대중에게 확인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세 가지 정도라고 추측합니다.


하나는 제가 시민과 접촉하는 활동이 많으니 제가 혹 주변에 감염시킬 위험은 없을 지 순수한 마음에서 걱정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코로나19가 심각했던 상황에서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시민과 소통하며 선거운동을 슬기롭게 잘 해냈으니 이 점은 기우라고 생각됩니다. 설사 집회에 참석했으면 검사 받고 조치에 따르면 될 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둘째는 제가 아산시을 당협위원장이므로 위원장이 참석하였다면 우리당 소속 시의원과 주요 당직자들이 여럿 함께 참석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역사회 특히 배방지역 학부모님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행동을 이끈 책임이 위원장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셋째는 우리당이 조직적으로 8.15집회에 참여했는지를 체크해보고 대중에게 이를 확인시켜 주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번 집회의 취지와 목적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집회 주최기관, 시기, 방식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가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어쨌든 집회가 우리당과 무관하다는 걸 중앙당에서 이미 여러 차례 밝혔고 언론도 다 아는 데 굳이 이런 질문을 저에게 던져야 할까요?


아무튼 저는 이렇게 사실대로 답변했습니다.


“저는 아산 수해 마을 현장 돌아보느라 바빴습니다. 광화문 집회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또 광화문 집회는 우리당과 무관합니다.”

“8.15 집회는 우리당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만약 당 공식 행사가 열렸더라도 저는 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제 지역구 피해가 제일 심해 국가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수해 복구가 한창인데 자리를 뜰 수가 없지요.


당 행사가 없으니 위원장으로서 누구에게도 알리지도 않았고, 당연히 배방에서 아무도 안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는 이번 질문을 보면서 정치인 이전에 저 개인의 자유가 시험 받고 침해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8.15집회를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양분된 시선과 잘못된 정치현실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권자는 정치인에게 무엇이든 질문할 수 있지만, 모든 것에 응답할 책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표를 구하는 정치인일지라도 사상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하고 보호 받아야 합니다.


다만 사회적 상황에 따라 그 권리 행사를 스스로 절제할 필요가 있고, 행사시에는 그에 따르는 응당의 책임을 감당하면 됩니다. 이번 8.15집회가 코로나19 확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는데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있을 지 합리적 의문이 듭니다.


8.15집회 참석자가 집회과정을 통해 감염된 것이 아니라, 이미 감염 잠복기 상태에서 전국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상경하여 집결했다가 재확인된 측면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감염시기가 8.15이전에 이루어진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정부에서 방심하여 7월말부터 대량의 쿠폰을 발행하며 여행을 권장하고, 특별 휴일까지 지정하며 소비와 여행을 부추겼습니다. 그로 인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을 소지도 작지 않았습니다. 이건 분명히 정책 실패입니다.


따라서 8.15집회에 참석하고 방역 수칙을 준수한 대다수 선량한 참석자들을 죄인처럼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물론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대중집회를 갖는 것은 국민의 우려를 낳는 부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특정교회와 민노총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자성하고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적극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앞장서 8.15집회 참석자 가운데 기독교 집단만을 특정해 매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의 자유, 그 자체를 억압하는 더 큰 죄입니다.


8.15집회의 주요 집단은 여럿이 있었지만, 특정 집단만 문제 삼아 압수 수색과 조사, 격리를 집중시키고, 민노총에 대해서는 코로나 검사조차 안 하고 수사도 안 했습니다. 국회에서 우리당 국회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행안부 장관은 아무 답변을 못했습니다.


이런 편 가르기 법 집행은 법치가 아닙니다. 부끄럽습니다. 특히 지지율이 떨어질 때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문 대통령의 사생결단식 분열의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끌어야 할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정작 사생결단으로 매달려야 할 일은 야당에 책임 덮어씌우기가 아니라 경제 살리기와 잘못된 부동산 정책 등으로 신음하는 민생 해결입니다. 하물며 ‘무오류의 영도자’ 김정은도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데 어떻게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야 할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경제가 잘 되고 있다" "부동산이 안정되었다" 허언을 계속해서 국민을 절망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19 대처를 빙자하여 이참에 폭압적 경찰국가를 만들려 하십니까? 8.15집회와 전혀 무관한 야당에게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덧씌우려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비열한 정치 공세를 이제 그치십시오.


코로나19를 잡겠다며 자유를 억압하고 법치를 실종시킨다면 어느 국민이 이를 용인하겠습니까. 저는 정치인 이전에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신봉자입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일관하는 대통령, 이런 정부라면 저는 단호히 맞서 싸우겠습니다. 국민을 시험에 빠지게 하는 여당, 국민 간에 분열을 부추기는 여당은 각성하기 바랍니다.


우리당 지도부는 청와대와 여당의 꼼수와 책임전가 행태를 능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8.15집회 이전에 분명히 선을 긋는 태도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떠한 집회도 주최하지 않으니 당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안이하게 대응을 한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합니다.


코로나19를 빙자해서 청와대와 여당이 정치공세를 할 한 치의 틈도 빌미도 주지 마십시오. 앞으로 우리당이 오해 받는 일이 없도록 당직자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상식에 반하는 언사와 행동을 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국민 개개인이 감당해야 할 공동책무입니다. 정파를 떠나 함께 협력해야 할 과제입니다. 코로나19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누구든지 정은경 본부장의 요구에 충실히 따르십시오.


국민들은 코로나19를 빙자해 자유를 억압하고 편 가르기 하는 나쁜 정치인들의 시험에 빠져들지 마시기 바랍니다. 국민 분열의 정치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8.15집회 다녀오셨습니까?” 분열의 정치에 휘둘린 이런 질문, 서로 묻지 않는 성숙한 민주시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글/박경귀 아산참여자치연구원 원장(미래통합당 아산시을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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