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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소외된 무대 밖 인력③] “인식 변화·독자적 산업분류코드 필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8.25 08:21 수정 2020.08.26 23:26

ⓒ프리사운드시스템즈 ⓒ프리사운드시스템즈

시스템 업체 관계자들은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와 보다 명확한 산업에 대한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면에서 앞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보여준 의지는 업계에서 보기 드문 훈훈한 사례가 됐다.


‘여명의 눈동자’는 1월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했을 당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티켓 반환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흥행에는 크게 실패했다. 그럼에도 공연을 계속 이어가는 것에 일각에서는 비판의 시각도 있었지만, 제작사인 수키컴퍼니는 배우·스태프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미지급 부분이 발생했고 지불 각서까지 써주면서 끝까지 공연을 이어갔다.


특히 이 작품은 초연 당시에도 투자사기를 당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던 터다. 제작사가 이 공연을 끝까지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에도 초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재연에 함께 해준 배우와 스태프들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을 돌려주기 위함이었다. 제작사와 스태프, 배우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업계에 귀감이 되기도 했다.


한 음향 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무대를 만드는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한다. 함께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그저 ‘하청 용역’에 불과한 대우를 받을 때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다. 음향·조명 스태프들을 홀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등한 입장에서 존중해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더 좋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공감했다. 업계에서는 ‘10년 전 스피커 몇 개 CD플레이어 몇 개 가져가는 금액과, 그때보다 훨씬 많은 인프라가 필요한 지금의 금액이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낮아졌다’는 푸념이 종종 흘러나온다. 그만큼 많은 업체들이 생겨났고,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라이브사운드협회라는 곳이 생기면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들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해외의 경우 단체를 만들어서 개별적인 업체들이 대응하는 게 아닌 단체가 대응을 하거나. 적어도 저희가 공급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 금액에 대한 부분들까지도 어느 정도 방어가 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모델 삼아 체계적으로 운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라이브사운드협회 ⓒ한국라이브사운드협회

라이브사운드협회 고종진 회장 역시 이런 의견에 공감했다. 고 회장은 “아직은 생긴지 1년 반 정도 돼서 만들어나가는 상황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내부적으로 표전계약서와 견적서를 도입해 공유하고 있다. 대금과 납부 방법·시기 등은 물론, 천재지변 등으로 공연이 중단됐을 경우 계약서에 계약금 지급 명시를 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은 업계의 분위기상 넘지 못할 산이라는 느낌도 있다. 다행히 조금씩 사전 준비 작업에 대한 비용을 고려한 법적 장치들에 대한 요구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고 협회장은 정부나 문체부에서 도입한 표준계약서에 대해서도 1차 프로덕션과의 계약뿐만 아니라 2차 하청업체에 대한 명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스템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표준계약서의 역할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예산이 끝까지 제대로 집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속 장치들이 필요하다. 보통 사고는 2차에서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 협회장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산업 자체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공연 관련 시스템 업체들에 대한 산업분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연 무대 시스템 업체들은 '단순 임대업'으로 분류되어 있다. 정부에서 몇몇 직업군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여기에 '공연업'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명백히 공연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입대업'으로 분류가 되어 있기 때문에 지원금 연장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아야 했다.


고 협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산업분류의 이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인건비에 대한 보전, 견적서 협상 등 문제점이 되는 것들도 산업분류가 명확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문제들”이라면서 “(시스템 업체들도) 예술인 복지법 안에 적용이 된다고들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공연은 물론, 이벤트·행사·축제 등도 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산업분류코드를 받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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