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삼성생명, 방카슈랑스 급성장 이면의 자충수 우려 왜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8.13 06:00 수정 2020.08.12 20:57

1년 새 신규 판매 두 배 넘게 불어…몸집 줄인 경쟁사들과 대비

실적 반등 카드로 주목…불어나는 저축성 보험 재무 부담 '숙제'

삼성생명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삼성생명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삼성생명이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을 파는 방카슈랑스 영업 실적을 1년 새 두 배 넘게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실적 악화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영업이 더욱 힘들어진 가운데 방카슈랑스가 탈출구가 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 상당수가 보험사에 큰 재무 부담을 안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저축성 보험이란 점으로, 당장은 이익이 되겠지만 두고두고 기초체력을 갉아 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총 2조224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051억원) 대비 16.7%(319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이 같은 흐름만 놓고 보면 생보업계가 전반적으로 방카슈랑스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 뜯어보면 현실은 오히려 이와 정반대다. 실상은 생보사들이 대체로 방카슈랑스 영업을 축소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생보업계의 방카슈랑스 영업이 성장한 것처럼 보이게 된 데에는 삼성생명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같은 기간 4131억원에서 8928억원으로 116.1%(4797억원) 급증했다. 다만 삼성생명을 뺀 나머지 23개 생보사의 해당 초회보험료는 도리어 1조4920억원에서 1조3314억원으로 10.8%(1606억원) 감소했다. 최근 들어 생보업계 방카슈랑스가 성장하고 있다고 선뜻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생명이 방카슈랑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최근의 부진한 회사 실적이 거론된다. 보험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영업 활로가 막혀가는 가운데 그나마 판매 여지가 남아 있는 방카슈랑스가 반전의 카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517억원으로 전년(1조7337억원)보다 39.3%(6820억원)나 줄어들며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반등 기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566억원으로 전년 동기(4696억원) 대비 45.4%(2130억원) 감소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에 제동이 걸린 현실도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보험사의 핵심 판매 채널인 설계사들은 코로나19 이후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반면 코로나19 속에서도 항상 문을 열고 고객을 맞이해 온 은행 창구를 통한 영업이 대안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여기에 새로운 금융 상품 판매가 절실해진 은행들의 사정도 맞물렸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펀드 손실 사태로 은행들은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로 인해 수수료 수익 축소가 불가피해지자 이를 메꾸기 위한 방편으로 방카슈랑스가 부각되는 형국이다.


이런 이해들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이 벌이고 있는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은 은행 창구 영업의 특성 상 방카슈랑스에서 팔리는 핵심 상품이 저축성 보험이라는데 있다. 저축성 보험은 날이 갈수록 보험사의 위험을 키울 악재로 거론되는 상품이다. 기준금리가 0%대까지 추락할 정도로 저금리가 심화한 와중에도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높은 금리를 보장해야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삼성생명이 저축성 보험 고객에게 제시하는 이자율은 여전히 2%대 초중반으로 시장 금리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이런 금리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소다. 2023년 IFRS17이 적용되면 현재 원가 기준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과거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생보사들이 요즘 들어서는 이를 자제하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예견된 리스크에도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 보험 확대에 보험사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건 단기간 실적을 개선시키기에 유리한 카드여서다. 주로 매달 보험료를 내는 보장성 보험과 달리 저축성 보험은 처음 가입 시 목돈의 보험료를 한 번에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많은 보험료 수익을 빠르게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덕분에 삼성생명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 중 이 같은 일시납 금액은 눈에 띄게 확대됐다. 삼성생명의 올해 1~5월 기록한 일시납 보험료는 97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42억원)보다 93.1%(4696억원) 증가했다.


삼성생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방카슈랑스와 저축성 보험 판매를 감내할 수 있는 데에는 경쟁사들보다 자본력이 뛰어나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삼성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325.0%로 생보업계 전체 평균(281.2%)보다 높은 편이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로,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성생명의 자본력 역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불안한 대목이다. 지금의 자본력만 믿고 저축성 보험을 마구 팔아선 안 된다는 염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분기 말 338.7%였던 삼성생명의 RBC 비율은 같은 해 상반기 말 357.4%, 3분기 말 363.2% 등으로 상승하다가 지난해 말 339.6%로 뚝 떨어졌다. 이어 올해 1분기 말 325.0%로 추가 하락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저축성 상품에 따른 지속적인 금리 비용은 보험사의 부담을 계속 가중시킬 것"이라며 "실적을 끌어올릴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더라도 저축성 보험 확대보다는 보장성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인 상품 포트폴리오 개편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