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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天理)를 헤아려야 파인(破人)을 막을 수 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8.12 09:00 수정 2020.08.12 08:30

문재인 정권, 거듭된 실정과 ‘내로남불’ 과오 감당하기에 너무 커져

문정권, 자신들 실책 감추고, 전정권 업적 깎아 내리는 유치한 태도

문정권이 천리와 민심을 이겨먹으려 하면, 하늘은 재앙을 내릴 것

ⓒ청와대 ⓒ청와대

“인중자승천 천정역능승인(人衆者勝天 天定亦能勝人)”이란 말이 있다. “사람의 세력이 강하게 될 때는 일시적으로 천리를 이기게 되나. 하늘은 재앙을 내림으로써 强暴(강포)한 자를 이기고 만다”는 뜻이다. 사마천 史記(사기)의 伍子胥傳(오자서전)에 나오는 경구다.


오자서는 중국의 춘추시대 초나라 명문가 출신 사람이다. 초나라 평왕이 간신의 참소를 듣고 오자서의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오자서까지 쫒았다. 그는 간신히 몸을 피해 생명을 유지한다.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오랜 인고 끝에 오나라 합려를 도와 초나라 수도정복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 때 평왕은 이미 사망해 복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아들을 쫒았지만 용케 피신하여 잡을 수 없었다. 절망한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서 시신에 300차례 채찍질하며 분을 삭인다. 이를 들은 초나라 사람 신포서(申包胥)가 한 말이 “인중자승천 천정역능승인(人衆者勝天 天定亦能勝人)”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오자서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라며, 어쩔 수 없었음을 하소연한다. 스스로 도리에 어긋났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신포서는 진나라로 부터 원군을 얻어 초나라를 수복하고, 오자서는 오나라로 돌아간 후 임금의 눈 밖에 나 자결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복수를 위한 한사람의 불굴의 의지와 인내, 그리고 그 수단이 도를 넘었을 때 겪게 되는 천형을 확인하게 된다.


필자는 문재인 정권이 잘되기를 바란다. 집권 초에는 성공을 바랐다. 거듭된 실정과 ‘내로남불’에 실망하면서도 너무 큰 파탄은 없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과오가 감당하기에 너무 커져가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악수에 악수를 거듭했다. 온 나라가 난리인데, 한줌 ‘문바라기’의 옹위를 받으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 결국 약간 후퇴하는 듯 했지만, 해법은 또 다른 악법들이다. 세금폭탄으로 국민의 허리가 휘고,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각종 부동산규제는 그 위에 있는 금융과 실물경제를 위축시킨다. 결국엔 우리경제를 파탄 낼 지도 모른 다는 위기감을 만든다. 식자층은 부끄러움 없이 이민지를 찾는다. 갈 곳이 없는 서민들은 자포자기 수준이다.


문제가 생기면 돈을 풀어 땜질해 위기를 모면한다. 근본적인 해법이나 노력은 찾아 볼 수 없다. 거듭된 추경으로 곳간은 동이 나고 시중엔 돈이 넘쳐난다. 시중에 돈이 많아지니 당장의 국민 불만은 피해갈 수 있다. 직장인들은 명목상 봉급이 오른다. 일도 많이 하지 않고 봉급이 오르니 ‘이게 행복이구나’ 싶을 것이다. 돈이 넘쳐나니 갈 곳 잃은 돈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끌어 올린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빚까지 내 투자대열에 합류했고 상당수가 제법 돈을 번 듯 하다. ‘동학개미’, ‘패닉바잉’으로 대표되는 묻지마 투자다. 실물경제와 관계없는 활황으로 주식가격은 상승했고 부동산은 사놓으면 값이 뛰기 마련이다. 당장 수중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서류상으론 부자가 됐다.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외제차들은 이런 거품을 반증한다.


언제가 거품이 꺼질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미국 대선이후 미국 연준이 달러의 금리를 올리면 그 거품이 꺼질 거라는 경고가 있음에도 불구하는 그들은 당장의 거품 장을 포기할 수 없다. 꼭 미국발이 아니라도 국제금융의 위험요소는 너무도 많다. 달이 차면 기울 듯, 실물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부양시킨 경제를 영구적으로 지탱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이런 상황에서 자연재해까지 덮쳤다. 경험해보지 못한 정부에서 고생하던 서민에게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비가 내렸다. ‘최장기 장마’란다. 제방이 터지고 집과 농경지가 물속에 잠겼다. 올 들어 여러 차례 추경을 편성해 경제위기에 땜질을 했는데 다시 추경을 해야 한단다. 피해가 너무 엄청나 야당도 추경을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상황에는 국가지도자를 중심으로 국민이 똘똘 뭉쳐야 한다. 국가지도자는 당파를 떠나 국민의 단결된 위기극복을 위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평소에도 중요하지만,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더욱 말씀을 조심하고 삼가야 한다.


그런데 이번 주 초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시기와 사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쏟아내 필요 없는 구설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자화자찬했다. 전세매물이 사라지고 전세값이 폭등하는 현실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엉뚱하게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보아야 할 것은 안보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해야 할 말은 안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다시 국론을 분열시키는 발언을 했다.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 것이다. 지금 이런 발언을 할 때인가 귀를 의심했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다시 ‘정치싸움’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정쟁을 하다가도 위기상황엔 일단 접고 위기극복에 힘을 모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말이다. 내용도 어이가 없다. 과거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를 ‘적폐’라 부정하면서도 “4대강 사업으로 주변 홍수지역 중 93.7%가 예방효과를 봤다”는 평가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홍수피해 예방가치 0원’이라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과거의 관성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번 홍수 때도 친여 환경운동단체들은 “4대강 보 때문에 제방이 무너졌다”고 했고, 지역 주민들은 “4대강 덕분에 홍수피해가 줄었다”고 고마워했다. 대통령이 국민간의 이런 반목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한편을 응원하고 상대편을 몰아붙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산사태 원인으로 지목되는 태양광 시설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자신들이 한 실책은 감추고, 전정권의 업적은 깎아 내리는 유치한 태도로 보인다. ‘4대강 효과’는 전문가, 실무자가 평가하도록 하고, 대통령은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극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 정도의 메시지를 보였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은 ‘일모도원(日暮途遠)’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급한 마음에 도리에 어긋나는 언행을 하면 결국 하늘이 노하여 사람을 치게 된다. 극성팬의 도를 넘는 에너지와 이에 견인된 대중지지도로 그동안은 일시적으로 천리를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과거 전통시대 현명한 지도자(군자)는 나라에 질병과 자연재해가 연속해서 발생하면 스스로 천리를 거스른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부터 했다. 그래야 국민들이 지도자를 따르고, 그 기회에 정치를 진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반성’이다. 그렇게 해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희망’이 있다면 당장의 ‘위험과 고통’을 참을 수 있다. 그래서 정치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하는 행태를 보면, 국민에게 어떤 희망을 주는지 알 수가 없다. ‘남탓’과 ‘분열’로 해가 뜨고 진다. 정치에서 ‘희망’이나 ‘책임’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께 간곡히 호소한다. 계속 천리와 민심을 이겨먹으려 하면, 하늘은 재앙을 내림으로써 强暴(강포)한 정권을 이기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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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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