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내각 총사퇴…'새 내각' 쇄신 가능성은 '글쎄'
입력 2020.08.11 14:23
수정 2020.08.11 14:26
레바논 총리 "폭발사고는 부패의 결과"
10일(현지시각) 레바논 내각이 수도 베이루트 폭발참사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대국민연설을 통해 내각 총사퇴를 발표했다. 디아브 총리는 "우리는 대규모 참사를 맞았다"며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라고 말했다.
디아브 총리는 이날 레바논 대통령궁을 찾아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차기 정부가 구성되기 전까진 디아브 총리의 현 내각이 업무를 맡는 과도 정부가 운영될 전망이다.
디아브 총리가 이끌어온 내각은 지난 1월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어 출범했다. 헤즈볼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이스라엘 등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단체다.
최근 베이루트 도심에서는 연일 정권 퇴진 운동이 이어져왔다. 특히 지난 8일에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경찰 1명이 숨지고 시위 참가자 및 경찰 2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레바논 공보장관·환경장관·법무장관·재무장관 등 내각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사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일 베이루트에서는 창고에 보관 중이던 질산암모늄 2750톤이 폭발했다. 해당 폭발 사고로 현재까지 160여명이 숨지고 600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 내각은 질산암모늄의 위험을 인지하고도 6년 간 창고에 방치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폭발 사고 2주 전에도 대통령과 총리에게 질산암모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가 이뤄졌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레바논 내각 총사퇴로 책임론은 일단락됐지만, 레바논의 정치·경제적 난맥상이 해결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레바논이 막대한 국가부채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데다 이슬람교·기독교 등 18개 종파를 반영한 독특한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각종 개혁 정책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레바논은 명목상 임기 6년 단임제인 대통령제를 운용 중이지만,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 국가로 평가된다. 특히 종파 간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아왔다. 이로 인해 레바논이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더라도 기존 내각과 차별성을 갖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