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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산출”…공공 정비사업으로 서울 7만가구 확보 가능할까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0.08.11 06:00 수정 2020.08.10 17:51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사전 논의 없이 ‘예측’으로 발표

“파격적 인센티브 없으면, 조합 참여율 낮을 것”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경.ⓒ데일리안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경.ⓒ데일리안

정부가 8·4 부동산 대책에서 공공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서울에 주택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산출 근거가 빈약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8·4 대책에서 나온 서울·수도권 총 공급 물량(13만2000가구)에서 공공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물량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공공 정비사업 물량이 절대적이지만 정작 각 조합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도입해 5년간 5만가구+α, 정비 예정및해제구역에서 공공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2만가구+α를 확보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는 전날 공공재건축의 조속한 선도사례 발굴을 위해 ‘공공정비사업 활성화 전담조직(TF)’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8·4 대책 발표에서 정부는, 공공재건축 5만가구 산출 근거에 대해 묻는 질문에 현재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받고 아직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않은 93개 단지 26만가구 중 20% 정도가 참여한다는 ‘가정’하에 나온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공공재건축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단지들이 공공재건축을 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해, 초기사업장을 대상으로 고밀재건축이 작동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여러 인센티브들을 감안했을 경우 초기사업장의 한 20%정도가 참여한다는 가정하에 5만 가구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즉 5만가구 물량은 예측일 뿐, 재건축 조합들과 사전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공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 단지에서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기존 가구수 보다 2배 이상 공급하는 대신, 개발 이익은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공공재건축 단지에서는 층고를 기존 35층에서 50층까지 허용하고,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높이며, 준주거지역의 주거비율도 상향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러나 이렇게 확보한 증가 용적률의 50~70%를 정부가 기부채납으로 환수하기에 관심을 보이는 조합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강남권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잠실 주공5단지·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은 모두 공공재건축에 참여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서울 마포구 성산시영 등 강북 단지 또한 마찬가지다.


재건축 조합들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이미 수익성이 낮아졌는데, 기부채납을 하면서까지 용적률을 높여 조합이 얻는 이득이 하나도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재개발 역시 2만가구 확보는 가정일 뿐이다. 정부는 “공공재개발에 참여하겠다는 조합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수요단계에 있는 사업장들 중에서 일정 비율이 참여한다는 가정하에 참여를 독려해 5만가구 정도의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전 수요조사 없이 무턱대고 발표부터 했다는 지적에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추진에 다수의 조합 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LH와 SH 등이 확인한 결과 구체적인 지역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15곳 이상이 참여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를 통한 7만가구 공급물량은 현실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조합이 정부 생각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낮다”며 “정부는 조합도 용적률을 올려 받아 이득이 되니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낭만적인 착각을 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합 입장에서는 고밀도 개발을 하면 중장기적으로 주택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불로소득 환수라는 명분을 버리고 재건축단지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이상 조합에게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발표된 공급물량이 전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담당부처에서는 13만가구라는 식으로 공표되는 주택숫자를 늘리는 것에만 주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3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15만 가구인지, 12평짜리를 청년주택을 기준으로 15만 가구인지가 불명확하다”며 “작은 평수로 숫자 카운팅만 높이면 공급물량이 많아 보이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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