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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연인 나체 몰래 촬영?…대법 "평소 동의했더라도 '불법'"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입력 2020.08.09 16:00 수정 2020.08.09 14:39

1, 2심서 해당 혐의 무죄 판단했지만, 대법 유죄로

폭행·감금·재물손괴 등 혐의는 그대로 유죄 취지

대법원 전경 ⓒ대법원 대법원 전경 ⓒ대법원

상대방이 잠든 사이 나체사진을 몰래 찍었다면 평소 동의를 얻었더라도 불법촬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상해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감금,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일부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8월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가 일을 하다 알게 된 남자와 연락을 한다는 이유로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병원에 가겠다며 집 밖으로 나가려는 피해자 머리채를 끌고 방안에 가둬 나가지 못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한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나체로 잠든 여자친구의 몸과 얼굴을 촬영했다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과 2심은 A씨의 상해 및 감금 등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카메라 등을 통한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사진 촬영 전 여자친구로부터 명시적인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평소 여자친구의 신체부위를 촬영할 때 종종 동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 간의 평소 관계에 비춰 A씨가 여자친구가 반대할 것을 알고서도 나체 사진을 찍었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무죄 판결을 뒤집었다. A씨가 평소 여자친구의 묵시적 동의를 받고 사진을 찍은 점은 인정했지만, 나체로 잠든 사진 촬영까지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촬영한 사진은 주로 특정 신체부위를 대상으로 한 반면, 피해자가 잠들어 있을 때 촬영한 사진은 피해자의 얼굴을 포함한 신체 전부가 찍혀있다”며 “피해자가 사진촬영에 당연히 동의했으리라 추정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의 여자친구가 평소 촬영한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A씨에게 수차례 요구했고 A씨가 나체로 잠든 여자친구 사진을 몰래 촬영한 점 등에서 A씨 역시 여자친구가 사진 촬영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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