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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법 통과, 체육의 목적이 변해야

데스크
입력 2020.08.06 09:00 수정 2020.08.06 08:57

성적지상주의, 성적에 마저 악영향

성적지상주의, 체육계 교육 붕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른바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른바 '최숙현법'이 통과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회에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른바 최숙현법이다. 이용, 임오경 의원 같은 체육계 출신 의원들이 주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최숙현 선수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자 보호, 성적중심주의 문화 개선을 위한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담았다”고 했다.


법의 1조인 ‘목적’에서 “국위선양”이라는 문구가 삭제되고 행복, 자긍심 등의 가치가 들어갔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 제도권 체육에선 국위선양이 최고의 목표였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도 그랬지만 1982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체육을 통한 국위선양’이 들어가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노골화됐다.


체육은 국위선양의 도구이면서 남북 대결의 장이기도 했다. 금메달을 많이 딸수록 우리나라의 국위가 상승하고 북한체제에 앞서는 것이라 여겼다. 그 결과 한국 제도권 체육은 오로지 금메달만을 노리는 기형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언론사들도 금메달 선수만을 조명하며 이런 풍조에 한몫했다.


그렇게 성적지상주의가 발달했는데 여기에 강압적인 군사문화까지 덧씌워졌다. 그래서 성적을 위해서라면 때리고 괴롭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라났다. 80년대 청소년 축구가 세계 4강까지 갔을 때 사람들은 감독이 강압적으로 훈육하는 스타일이라고 드러내놓고 말했다. 아무도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지도방식이라고만 생각했고, 최고의 성적을 냈으니 그걸로 됐다고 여겼다. 폭력에 모두가 둔감했던 것이다.


우리 청소년 축구는 세계 최고 수준에 종종 도달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엔 월드컵 16강도 버거웠다. 어렸을 때부터 승리공식만을 주입 받아서 창의성이나 기본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성적지상주의는 이렇게 성적에 마저 악영향을 끼쳤다. 누리꾼들이 재능 있는 선수를 손흥민처럼 어렸을 때 해외로 보내라고 요구하는 건 이 때문이다.


성적지상주의의 또 다른 문제는 체육계 교육 붕괴다. 어렸을 때부터 성적을 내는 기계처럼 훈육되면서 정상적인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이러면 사회적응이 힘들어지고 오로지 운동 하나에만 목을 매는 사람이 된다. 지도자나 선배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도 체육계에서 밀려날 것이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부실한 교육은 인권의식의 미비로 이어져 본인의 피해에도 둔감하고, 장차 자신이 선배가 됐을 때 스스로 선배들의 행동을 답습하는 사람이 되도록 만든다.


이 모든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오로지 금메달만을 따라고 강요한 사회였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그런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국위선양할 소재가 오직 국제대회 금메달 하나밖에 없었던 그런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도 국력이 초라하던 시절의 성적지상주의가 너무 오래 유지됐다.


엘리트 체육이 발달하는 사이에 정작 국민 체육은 방치 상태였다. 이젠 국민 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때려서 1등 만드는 시절엔 작별을 고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엔 폭력 지도자 자격정지 기간 확대,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권한 확대, 징계 관련 정보 의무 제출 등의 조항도 담겼다. 하지만 수십 년 쌓인 문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한 지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런 지도자를 감싸고 선수들의 호소를 외면해온 체육협회 문제도 심각하다. 협회나 체육계 문화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당장 근본적인 변화는 힘들 것이다. 체육계는 최숙현법에 담긴 의미를 숙고해야 하고, 정부와 국회는 체육협회들을 바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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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하재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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