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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 ‘반도’가 보여준 우리의 자화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7.30 11:14 수정 2020.07.30 11:15

ⓒ'반도' ⓒ'반도'

영화 ‘반도’의 흥행열기가 뜨겁다. 개봉 2주차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국내에서는 무주공산에 가까운 독주를 펼쳤다. 개봉 일부터 전국 2000여개가 넘는 스크린을 점령하며 장기침체에 빠진 극장에도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코로나사태 이전으로 대입해 본다면 800만 명 이상의 수치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성공했다.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었으며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흥행 1위에 오르며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8월부터는 유럽, 북미 등에서 개봉될 예정이고 IPTV, VOD 등 부가판권으로 인한 수익도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화는 좀비들의 습격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체제가 무너지게 되는 상황을 먼저 보여준다. 정석(강동원 분)은 어렵게 홍콩으로 탈출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나와 조카를 잃고 심한 자괴감에 빠진다. 정석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매형 철민과 함께 서울로 되돌아가서 민정(이정현 분)과 함께 폐허가 된 반도에서 군림하는 대규모 좀비무리와 국가부재 상황에서 잔존하고 있던 631 부대원들과 맞서게 된다.


ⓒ'반도' ⓒ'반도'

표면상으로는 좀비 영화지만 실제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반도’는 영화 ‘부산행’의 속편이지만 전작과는 다른 형태의 좀비 영화다. ‘부산행’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가 배경이라면 ‘반도’는 좀비의 공격을 받고 폐허가 된 서울이 배경이다. 전작에서는 사람과 좀비가 맞붙으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면 ‘반도’에서는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의 사투가 주요 얼개가 된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부산행 열차 안에서 생존하기 위한 사투를 그린 ‘부산행’은 좀비들이 주된 캐릭터였지만 ‘반도’에서의 좀비는 배경이 된다.


이기심과 절망의 세상에서 벗어나 연대가 가능한 공동체로 향해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이 영화는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혼란 속에서 인간성의 상실을 보여준다. 좀비와 공생하며 살아가는 ‘반도’의 사람들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간다. 살아남아 있는 생존자 631부대는 자기 파괴적 유희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낸다. 돈과 권력에 취하고, 나 하나 살겠다고 남을 헤치는 삭막한 세상에서 사람들과의 사랑과 연대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해야 만이 절망의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프로덕션 디자인과 CG를 통한 압도적인 비주얼도 특징이다. 연상호 감독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 영화를 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CG를 통해 비주얼 효과를 높였다. 그러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다. 전작 ‘부산행’은 열차에 올라탄 인간군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지만 ‘반도’에서는 평면에 그쳤다. 액션이 커지고, 공간은 확장됐고 영화의 만듦새에 공을 많이 들였지만 정작 개연성과 캐릭터에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나치게 관객을 의식한 탓에 불필요한 신파적 요소도 과하다. 안타까운 대목이다.


ⓒ'반도' ⓒ'반도'

코로나사태로 우리는 좀비처럼 살아가고 있다. 또한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성이 메말라 가고 있다. 개인들의 의지나 철학을 잃고 집단에 몸을 맡길 때, 그리고 맹목적인 욕구에 따라 움직일 때 인간은 좀비처럼 변할 수 있다. 패거리로 움직이고 과도하게 자신의 이익을 쫓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변이된 좀비를 떠올린다. ‘반도’는 절망 속의 현대사회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닌 함께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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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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