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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용기 있는 여성들의 선택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7.23 10:43 수정 2020.07.23 10:43

폭스뉴스 로제 에일스 회장의 실제 성추행 사건 다뤄

'밤쉘'ⓒ '밤쉘'ⓒ

개봉 2주차가 지났음에도 영화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과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 직장 내 성희롱과 권력형 성추행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 ‘밤쉘’(bombshell)은 미국의 거물 보수언론인이며 폭스(Fox)뉴스 회장인 로저 에일스의 실제 성추행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권력 위의 권력이며 미국 최대 방송사인 폭스를 한 방에 무너뜨린 폭탄선언과 그 중심에 서 있는 세 여성들의 통쾌하고 짜릿한 역전극을 다룬다.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인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분)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여성을 비하한 트럼프와 설전을 벌리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다. 한편 동료 앵커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만 분)은 언론계 제왕이라 불리는 로저 에일스(존 리스고 분)를 성희롱으로 고소하고 신입 앵커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 분)은 폭스 회장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형 성추행의 역학관계를 세밀히 담았다. 폭스 사에서 성희롱은 일상화 됐다. 회장 로저 에일스는 TV에서는 여성의 각선미가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짧은 치마를 입도록 강요한다. 그리고 시각매체인 TV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논리로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시킨다. 또한 이런 논리로 충성심을 보여 달라며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여성을 이용한다.


'밤쉘'ⓒ '밤쉘'ⓒ

폭스의 여자 앵커들은 단독 진행자 자리를 두고 남보다 앞서기 위해 자발적으로 섹시한 앵커가 된다. 신입이지만 야망이 컸던 케일라 역시 승진의 기회를 잡으러 회장 사무실에 방문한 후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한다. 영화는 권력을 가진 남성이 여성에게 어떻게 피해를 가하는지 보여 준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피해자는 여성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권력형 성추행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미국 내에서 백인 여성앵커라면 기득권층에 속한다. 그러나 권력과 피권력자 사이에 서면 여성은 속절없이 피해자가 된다. 권력자가 이익과 불이익을 주게 되면 권력형 위계에 의한 풍토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야망을 가진 메긴은 과거 로저에게 성추행 당했지만 자신이 폭스뉴스에 스타앵커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도 로저였다. 케일라의 동료 제스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레즈비언이지만 생계를 위해 정체성을 숨기고 폭스에서 일하는데 케일라의 고민을 들어주면 로저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거리를 둔다.


영화는 여성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그레천 칼슨은 조지 에일스회장 뿐만 아니라 방송국 내의 다른 남성들도 여성을 비하하고 성희롱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자 해고를 당하게 되고 결국 회장을 성희롱 혐의로 고소한다. 처음 폭스의 직원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애써 이를 외면하지만 나중에는 22명의 직원들이 동참하고 결국 이 폭탄선언은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들 여성들은 공포와 두려움을 뚫고 용기를 내어 세상을 바꿀 것을 선언한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갑을관계를 이용해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과 성추행은 그동안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용기 있는 여성들의 폭로로 구체제의 악습들이 백일 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영화 ‘밤쉘’은 권력의 정점을 겨눈 여성들의 용감한 선택과 사회변화의 흐름을 이끌어낸 여성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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