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건, 영구미제 되나…항소심 ‘무죄’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0.07.16 19:10 수정 2020.07.16 19:10

문자 메시지·메모 작성만으로는 살해 추론 어려워

재판부 “직접증거 없이 살인죄 인정 신중히 검토해야”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연합뉴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연합뉴스

고유정(37)이 항소심에서도 의붓아들 살해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전날 제주지법 201호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에게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의붓아들 살해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을지가 문제가 된 이 사건에서는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봐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네살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기소했다.


검찰 측은 의도치 않게 다리 등에 의해 눌려 죽음을 당하는 포압사 가능성이 낮다는 법의학자들의 의견과 이 사건 전후 고유정의 증거 인멸 행위를 비롯한 의심스러운 행적 등 간접사실들을 종합해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고의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제3자의 출입이 없던 자택에서 사망한 의붓아들의 사인이 질식사라는 법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에 따라 포압사 또는 고유정이나 현남편의 고의적 행위에 의해 질식사가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붓아들이 현남편의 신체에 눌려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법의학자들의 의견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여러 사정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감정 결과나 법의학자들의 의견만을 근거로 바로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사망 원인에 대한 1500만여건의 의학논문 전수조사를 근거로 만4세 어린이가 성인의 몸에 눌려 포압사한 경우가 단 한 건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통계일 뿐”이라며 포압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법의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의붓아들의 사망시각에 대해 정확한 추정이 어렵고, 그 시각 고유정이 깨어 있었다고 검찰 측이 제시한 인터넷 검색 기록도 잘못된 것이어서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내세운 정황이 살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결론냈다.


현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범행을 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수면제 복용 시기가 모발 채취일부터 약 4.5개월 이전까지의 기간으로 대략 추정되었을 뿐이어서 고유정이 수면제 가루가 섞인 차를 마시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또 “고유정이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는 약에 관하여 사전에 특별한 지식이나 정보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고유정으로서는 현남편에게 얼마만큼의 수면제를 투약해야 하는지, 약의 효과가 언제부터 발현되고 언제까지 지속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유정에게 2007년 벌금형 선고 이후 범죄전력이 없는 점과 고유정에게 의붓아들을 살해하고 그 누명을 씌울 만큼 심리적, 정서적 위험 요인이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살해할 만한 뚜렷한 범행동기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고유정이 현남편에게 적개심을 표현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메모를 작성한 사실만으로는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는 없다”며 고유정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항소심의 결과를 뒤집지 않을 경우 의붓아들 살해 사건은 가해자를 밝히지 못한 채 영구미제가 될 전망이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