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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이공’ 유치에 팔 걷은 중국…코로나 이후도 불안한 면세업계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7.17 06:00 수정 2020.07.16 16:03

보따리상 매출 비중 80% 웃돌아…한국 면세점 최대 고객

중국 정부, 세관 단속 강화‧면세한도 확대 등 당근과 채찍 동시 사용

코로나19 사태 이전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의 모습.ⓒ데일리안 코로나19 사태 이전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의 모습.ⓒ데일리안

면세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6개월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여파에 매출액은 반토막이 됐지만 매달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 면세점의 큰 손인 따이공 유치에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17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179억원으로 지난해 5월 2조860억원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여객기 운항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면세점 이용객 수는 지난해 5월 415만명에서 올 5월 46만명으로 88.9%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올 1월만 해도 면세점업계는 월 매출액이 2조원을 넘을 정도로 호조를 보였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여파로 여전히 한국을 찾는 중국 단체관광객 수는 회복되지 못했지만 기업화 된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구매력이 확대되면서 매출은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면세업계의 매출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인천공항 등 임대료 인하와 재고 면세품 한시 판매 등 정책적인 지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업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따이공 유치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내 면세업체 간 경쟁에서 벗어나 중국 면세점 등 국제적인 경쟁에까지 나서야 하는 탓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과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자국 산업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연간 한국에서의 면세품 쇼핑에만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하는 따이공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외환유출을 막고,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세관 통관물품 단속을 강화하는 등 따이공 규제에 나선 중국 정부는 최근 2년간 자국 내 시내면세점과 공항 입국장 면세점을 20여곳 가까이 늘리고 현재도 추가 증설에 나서고 있다. 따이공의 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고가 화장품에 대한 소비세율도 30%에서 15%로 낮췄다.


아울러 이달부터는 중국의 대표 관광지인 하이난 섬 방문 여행객 1명당 연간 면세 쇼핑 한도를 10만위안(약 1720만원)으로 확대했다. 기존 한도 대비 3배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이외에 면세 물품도 기존 30여종에서 40여종으로 확대해 휴대전화, 태블릿PC, 술, 차 등이 추가됐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한국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3.4%로 집계됐다. 최근 2~3년간 따이공 매출 비중이 꾸준히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80%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따이공 매출 의존도가 큰 만큼 이들의 유출은 곧 국내 면세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동남아, 일본 등 매출 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따이공 비중이 워낙 큰 탓에 단 기간에 이를 개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면세점들이 따이공 모객을 위해 중국 여행업체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 규모가 커 단기적인 위협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8년 매출액 대비 송객수수료 비중은 40%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2015년 6개였던 시내면세점 수가 당시 13개로 2배 이상 증가하면서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이 때문에 재주는 한국 면세점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중국 여행업체)가 챙긴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중국 정부까지 공격적으로 따이공 유치에 나서면서 부담이 크다”면서도 “따이공들이 선호하는 한국 화장품의 경우 한국 면세점들이 가장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높은 송객수수료율 또한 여전히 매력적인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인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도 이전만큼 상황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하이난 섬 사례가 중국 대도시로 확대될 경우 따이공 유치에 상당 부분 애를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베이징 등 일부 지역 시내면세점에서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180일 이내에 시내면세점 최대 5000위안까지 추가 면세점 쇼핑이 가능하도록 규제도 완화하고 있다.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까지는 한국이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수수료 등 인센티브도 커 한국 면세점 인기가 높았지만 중국 정부가 따이공에 대한 대대적인 세관 단속과 규제 완화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할 경우 이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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