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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두번째 세번째 단추도 잘 채워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7.17 08:00 수정 2020.07.16 10:52

초보자 짧은 성공의 과신이 지나쳐 낭패 볼 수 있어

분산투자·장기투자를…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한국거래소 모습.ⓒ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거래소 모습.ⓒ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얼마 전 공중파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일이 있었다. 그때 사회자가 나에게 영화 '국가부도의 날' 주인공이었던 배우 유아인의 실제 모델이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우스갯소리로 넘어갔지만 아마도 내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 1억원으로 156억원을 번 일이 있어서 그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실제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벌긴 했지만, 나에겐 이미 과거의 이야기이다. 오히려 나는 영원한 펀드매니저로 기억되고 싶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돈 많이 벌었던 이야기나 회장이라는 묵직한 타이틀보다는 미래와 능력이 나에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30년도 넘은 내 이야기가 자주 회자되는 건 최근 동학개미라는 개인투자자들의 활약상 때문인 것 같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쌀 때 주식을 산 용기 있는 행동은 매우 칭찬할 만하다.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잘 채웠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어떻게 하면 남은 단추들을 잘 끼워 갈지가 중요하다. 나는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외환위기 직후 30대 후반에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고, 지금은 가치투자 명가를 이루고 있는 자산운용사 창업가로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열심히 투자공부를 해야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충분한 학습을 통해 자기 관점과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주식은 단기 성과로만 따지면 초보자와 전문가를 구분하긴 어렵다. 3개월도 안 된 초보자가 수십 년도 넘는 노련한 투자자를 이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 좋게도 실력 이상으로 성과를 내면 자기 능력인 양 착각에 빠지기 쉽다. 결국, 과신이 지나쳐 낭패를 보는 것이다. 지난 3개월간 투자자들은 멋진 경험을 했다. 그때는 눈감고도 벌 수 있었다면 이제부턴 눈을 부릅 떠도 쉽지 않은 투자를 해야 한다. 치열하게 공부해야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나의 공부 경험을 나누고 싶다. 30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사업보고서를 온라인으로 편하게 접할 수 없었다. 설령 가까이 있더라도 주목하지 않을 때였다. 그러나 나는 사업보고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고 특히 상장이 예정된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먼저 접하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금융감독원 공시실에 직접 가서 그곳에 비치된 예비상장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일일이 복사했고, 밤늦게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공부했다. 보물찾기 같은 느낌으로 사업보고서들을 열독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엔 상장기업 핸드북이라고 봄 가을로 발간되는 책자가 있었다. 지금도 그때 함께 근무했던 선배나 동료들을 만나면, 증권회사 펀드매니저 근무 시절 내가 얼마나 그 책을 열심히 봤었는지 책갈피가 새까맣게 닳아져 있었다고 전해 듣곤 한다. 돌이켜 보면 젊었을 때부터 치열하게 공부했던 것 같다. 그 덕분에 나만의 투자관점과 원칙을 만들 수 있었다. 결국, 그런 내적 성숙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외환위기 직후에 위기를 기회로 삼아 큰 돈을 벌었고, 그 이후에도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온 것 같다.


다행히 지금의 개인투자자들은 투자 공부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에 있다. 관심과 열정 그리고 투자의 끼가 있다면 잘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과신은 금물이고 분산투자는 필수 덕목이다. 그리고 인내할 수 있는 돈으로 장기투자 하길 당부한다. 아울러 나는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권한다. 본업에 충실하고 투자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만족할 만한 장기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바람은, 모처럼 찾아온 개인들의 활발한 시장 참여가 건강한 펀드투자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선 공모펀드의 장기투자 세제혜택 상품 허용은 필요하다. 자산축적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에겐 펀드투자는 좋은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실제 돈을 알차게 불리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까지 뒷받침된다면 마지막 단추까지 성공적으로 잘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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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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