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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미국 안 보내서 성범죄 처벌 막았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7.16 08:20 수정 2020.07.16 08:05

사법주권 선택했다고 판사 범죄자 취급은 문제

우리 처벌 수위, 국민 법감정에 맞도록 올려야

ⓒKBS 화면캡처 ⓒKBS 화면캡처


법원이 아동성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를 미국에 인도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후 공분이 아직까지 들끓는다. 특히 판사가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심지어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이른바 ‘디지털 교도소’가 해당 판사를 범죄자들과 나란히 배치했을 정도다. 이건 과도한 비난이다.


손정우가 미국에서 아동성범죄로 엄벌에 처해지는 걸 판사가 막았다는 판단 때문에 이런 공분이 터졌다. 하지만 우리의 사법주권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는데 우리가 처벌하지 못해서 외국으로 보내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보낼 수도 있다. 미국에서 엄벌을 받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건 맞다. 하지만 사법주권도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법원이 사법주권을 선택했다고 해서 판사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손정우를 미국에 보낸다 해도 어차피 동영상 성범죄 관련 혐의로는 처벌받지 않는다. 이미 한국에서 해당 혐의로 처벌 받았기 때문에 이중처벌은 받지 않는다. 그러니까 손정우가 미국에서 성범죄 처벌 받을 걸 판사가 막았다는 건 오해다. 미국에서 처벌 받는다면 돈세탁 혐의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미국 돈세탁 혐의와 유사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이미 고소된 상태다. 손정우의 아버지가 아들을 미국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꼼수 고소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어쨌든 고소는 됐고, 이제 조사해서 처벌할 일이 남았다.


국제돈세탁 혐의는 미국에서 50만 달러 이상이면 징역 20년 이하, 50만 달러 미만이면 징역 10년 이하에 처해진다. 그렇다면 손정우는 10년 이하가 될 것이다. 반면에 한국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 혐의도 우리 처벌이 훨씬 약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어쨌든 한국인이 한국에서 혐의를 받았는데, 우리가 조사와 처벌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로 넘기는 건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손정우를 미국으로 보내면 가장 속이 후련한 건 맞지만, 법원 판단에도 이런 이해할 만한 대목이 있다.


중요한 건 우리 처벌 수위를 하루 빨리 국민 법감정에 맞도록 올리는 일이다.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고, 이미 존재하는 법조차 제대로 적용하지 않으면서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우리 사법체계가 반성해야 한다.


이번에 손정우 미국 인도를 불허한 결정보다 사실은 1, 2심 판결이 더 문제였다. 손정우 1심 판결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그나마 엄벌했다는 2심 판결은 징역 1년 6개월이었다. 그런데 당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배포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 이하였다. 이러니 이미 있는 법조차 제대로 적용 안 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판사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는 것도 이런 판결들에 대한 분노가 누적된 결과다. 수사당국이 확인한 우리나라의 웰컴투비디오 관련자는 현재까지 235명이다. 이중 217명을 경찰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겼다. 그중에서 재판까지 간 사람은 43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1심에서 34명이 벌금형을 받는 등 실형 선고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200차례 다운로드한 경우 벌금 300만원이었다. 반면에 미국에선 웰컴투비디오 영상을 단 한 건 다운로드한 사람이 징역 5년에 처해졌다. 이런 형량의 차이, 국민 여론이 들끓지 않으면 디지털 성범죄에 소극적이었던 검찰의 태도 모두 시정돼야 한다. 한국인의 범죄를 외국으로 보내 처벌 받게 하라는 국민 요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은 우리 사법의 치욕이다.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 불신임이다.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

글/하재근 시사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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