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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의 유통talk] 유통업계의 곡소리, 귀 막은 정부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07.16 07:00 수정 2020.07.15 21:33

집권여당의 폭주하는 ‘묻지마 규제’…속도 높이고 강도 더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면세점‧백화점‧복합쇼핑몰 등으로 확대

승객들 발길 끊긴 인천공항ⓒ뉴시스 승객들 발길 끊긴 인천공항ⓒ뉴시스

최근 폭주하는 집권 여당을 보면 칼날 위의 서 있는 것처럼 불안하다. 그들의 입만 바라보는 기업의 두려움은 크다. 그 입에서 쏟아내는 규제 탓이다. 현장의 비명에는 귀를 막은 채 엉뚱한 ‘묻지마 규제’를 외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경쟁하듯 규제 수위를 더 높인 법안을 내놓고 있다. 강도를 실어 무게를 늘린 규제박스는 달리는 속도가 붙었다. 여당이 내건 개정안에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산법)이 정한 의무휴업일 적용 대상에 대형마트에 이어 면세점과 백화점, 아울렛, 복합쇼핑몰 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산법은 제정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균형 있는 발전과 상생을 위해 출발했다. 잘 나가는 대형마트가 월 2회 정도 문을 닫는 것으로 양보해 전통시장에도 소비자들이 발길이 이어지도록 하자는 윈윈 전략이었다. 그때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공룡들이 대거 오픈하면서 시장의 질서를 빠르게 재정비 하던 시기였다.


수년이 지난 현재. 소기의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으로 가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에서 필요한 제품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대형마트도 외면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어찌 보면 이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여당은 이런 현실에 눈 감고, 귀를 막은 듯하다. 더 강력한 규제 카드로 상황을 호도한 대가는 불행히도 가뜩이나 어려운 유통 업체가 호되게 치르고 있다. 갈수록 뚜렷해지는 저성장 기조 속에서 한정된 파이를 놓고 ‘기업 간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수익성은 해마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실제로 시장경영진흥 조사를 보면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2년 20조1000억원에서 유통 규제 법안이 통과된 이후인 2014년 19조9000억원으로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년 감소하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1% 안팎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사양 사업으로 돌아선지 오래다. 버티다 못한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모두 예외 없이 폐점 수순까지 밟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개정안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면세점은 ‘대기업 때려잡기’식 공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추가됐지만, 면세점은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과 해외 출국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 유통 매장으로 전통시장과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21세기 인류 문명의 대전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시작됐다. 이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두고 대형 유통 업체 탓만 하는 단순함은 시시하다. 현실에 기반을 둔 타협의 정치로 풀어야 한다. 쏟아져 나온 유통 규제 정책에도 전통시장 안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정책이 시장원리를 거스르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은 정부가 만든 높은 규제라는 ‘높은 허들’에 미래를 잃어가고 있다. 강제하는 상생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실효성 또한 거두지 못한다. 벼랑 끝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게 규제를 통한 강압보다는 ‘통 큰’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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