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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熱帶)의 트럼프(Trump)’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7.09 09:00 수정 2020.07.08 11:04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자신의 확진에 “공포에 떨 이유가 없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완치가 돼야 ‘리우 카니발’ 편하게 볼 수 있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국영 뉴스통신 아젠시아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국영 뉴스통신 아젠시아 브라질

‘열대의 트럼프(Tropical Trump)’, 누구일까? 삼바(Samba) 축제로 유명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65)을 말한다. 보우소나루는 육사(陸士)를 졸업했지만 군부통치(1964~1985)가 끝난 브라질은 군인에 대한 대우가 별로였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소신(所信) 발언 때문에 군(軍)내에서의 입지가 어려워지자, 대위(大尉)로 전역한 뒤, 리우 시(市)의원과 연방 의회 의원 20여년을 지낸 보우소나루는 지난 2018년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55%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우소나루는 좌파 정권(2003~2016)의 부패와 무능력에 질려버린 브라질 국민들에게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마약과 조직범죄에 대해 군대식 방법을 동원해 단숨에 해결하겠다”고 호소하면서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 유권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2019년 1월 1일의 취임식에서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은 사회주의와 좌파(左派) 포퓰리즘으로부터 해방의 날을 맞았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도 “미국은 당신과 함께 할 것”이라고 즉각 지지 트위터를 날렸다. ‘열대(熱帶)의 트럼프’ 브라질(Brazil)의 트럼프는 이렇게 출발했다.


한때 세계 9위의 경제 규모와 2억명이 넘는 인구,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잘 나가던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75, 2003~2010 재임)의 좌파 정권 이후 점점 어려워져 최근 수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헤알(Real)화 가치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2017년 세계 살인율 1위의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교 노선도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국 등과 교류를 중시하는 ‘남남(南南) 외교’를 추구하며 미국과도 긴장관계를 형성해 왔다.


보우소나루는 ‘친미(親美) 친서방(親西方)’주의자이다. 취임하자 말자 미국을 방문해, ‘존경하는 선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외교의 방향을 틀고, 앞으로 10년간 8000억 헤알(2020년 기준 178조원)을 절약할 것으로 추산되는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승인하고 남미공동시장(MERCOSUR)을 통한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도 체결했다. 또 살인과 강도 등 중대범죄의 발생을 20% 이상 낮추고 새로운 일자리 76만개를 창출하는 등 취임 1년 동안 상당한 실적을 쌓았다.


그런데 집권 2년째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보가 꼬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도 비판을 받고 있지만, 보우소나우도 미국식의 개방적 방역을 채택해, 자국내 공산당과 노동당 등 반대세력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코로나19를 ‘작은 독감’에 비유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대하는 SNS를 올리고(3월24일), “어차피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사회적 격리를 종료하고 일터로 복귀해야 한다”며“브라질은 멈출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베네수엘라로 변할 것”이라면서 경제 회생을 강조하며 외출을 장려했다(3월29일). 또 자국의 희생자가 1만명을 넘는 날 수도 브라질리아의 한 호수에서 수상 스키를 타는 기행도 연출했다(5월9일).


참다못한 국민들이 대통령을 고발했다. 브라질 연방법원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공공(公共) 장소에 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명령하고, 이 명령이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 참모와 각료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를 어길 경우 2000헤알(약 45만원)의 벌금 부과도 선고했다(6월23일).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국민들이 교회, 상점, 공장, 사적 모임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길거리와 공공교통 이용 시에는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7월3일). 이튿날 브라질리아에서 있은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도 보우소나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동행한 각료 4명, 비서실 보좌관 2명, 브라질 주재 미국 대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미국대사관측은 “사적(私的)인 모임”이었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가 동아시아와 유럽 쪽에서는 한풀 꺾인 듯 하지만 이제 겨울로 접어 든 남미(南美)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월드오미터(worldometers)의 집계를 보면, 7월 8일 현재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1200만명, 사망자는 5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미국의 반(半)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확진자로 판정받았다(7월8일). 지난 4일 미국대사관에서의 “사적으로 가진” 독립기념일 파티 이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동석했던 외교장관, 국방장관, 미국 대사 등도 검진을 받았다.


보우소나루는 7일 브라질리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확진 사실을 전하면서 “공포에 떨 이유가 없다. 그게 인생이다. 삶은 계속된다. 브라질이라는 이 위대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주어진 임무와 내 인생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사뭇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이때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국가 지도자로서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56)에 이어 두 번째 확진자이다.


6만70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브라질을 비롯해 페루,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많은 중남미 국가에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브라질에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확진자와 사망자도 상당하고 검사 건수가 극히 적고 진단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은데다 병상 부족과 함께 공공의료 체계의 부실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특히 하루 벌이가 6600원에 미달하는 빈곤층이 많이 있어 빈부격차가 심한 브라질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서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격리를 실천할 수 없는 사람들, 극단적으로는 보건 당국이 아무리 손씻기를 강조해도 손 씻을 수돗물에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가 전체 20%가 넘는 4500만명 가까이 존재하는 현실도 걱정된다.


2021년 초(2월 말~3월 초) 그 화려한 치장과 현란한 몸짓의 ‘리우 카니발’을 편한 마음으로 보려면 우선 보우소나루 대통령부터 완치가 돼야 할 텐데, 어떨지 은근히 걱정된다.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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