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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가 던진 주사위…대웅제약-메디톡스 운명 가를까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7.08 05:00 수정 2020.07.07 21:08

대웅제약 "ITC 결정은 명백한 오판…최종 판결은 우리가 승리할 것"

메디톡스 "번복된 전례 거의 없어 이번 예비판결이 최종 결정이나 마찬가지"

ITC 예비 판결이 메디톡스에 유리하게 나오면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6일(현지시간) 두 회사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등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자료사진) ⓒ연합뉴스 ITC 예비 판결이 메디톡스에 유리하게 나오면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6일(현지시간) 두 회사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등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자료사진) ⓒ연합뉴스

ITC 예비 판결이 메디톡스에 유리하게 나오면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6일(현지시간) 두 회사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등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현지 제품명 주보)를 10년간 수입금지하는 명령을 최종 결정권을 가진 ITC 위원회에 권고했다.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 경쟁의 결과물이므로 미국 시장에서 배척한다는 의미다.


대웅제약은 즉각 반발하며 예비 판결에 대해 '권고사항'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ITC의 예비판결이 '명백한 오판'이라며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통지를 받는 대로 이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7일 밝혔다.


대웅제약은 ITC 행정판사도 보툴리눔 균주를 절취·도용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한 점을 들어 최종 판결에서 상황을 뒤집어 보겠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행정판사가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자료와 허위증언을 진실이라고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며 “11월에 나오는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에선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는 통상 ITC가 한번 내린 예비 판결을 번복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ITC 행정판사의 예비 판결로 경기도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으로 입증됐다는 게 메디톡스 측 주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음이 이번 판결로 명백히 밝혀졌다”며 “이번 판결은 대웅제약이 수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균주와 제조과정의 출처를 거짓으로 알렸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ITC의 판결 결과를 토대로 ITC 소송 외에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사, 서울지검에 접수된 형사고소 등을 통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에 관한 혐의를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관련 자료가 제출되면 한국 법원은 물론 검찰에서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ITC의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ITC에 제출된 여러 증거자료와 전문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더욱 신속하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톡스 기사회생 기회 잡아… 대웅 "끝까지 간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했다며 불공정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ITC에 제소했다. 보툴리눔 균주는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 성형에 주로 쓰는 전문의약품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주원료다. 메디톡스는 2006년 국내 첫 보툴리눔 제제 ‘메디톡신’을 내놨고, 대웅제약은 2016년 ‘나보타’를 출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신의 품목허가가 취소되는 등 벼랑 끝에 몰린 메디톡스가 ITC 예비판결을 계기로 기사회생할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ITC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판결을 내린 만큼,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최종판결이 예비결정과 같다면 대웅제약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툴리눔톡신 시장 1위인 미국 시장에 10년이나 발을 들이지 못하게 돼 해외 매출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메디톡스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ITC의 예비판결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와는 별개 사안이다. 메디톡스는 무허가 원액 사용, 허위 서류 작성 등 약사법을 위반해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것이지 균주 분쟁과는 무관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이번 ITC 예비판결로 국내 품목허가 취소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긴 균주 논란에서 일단 승기를 잡은 만큼 향후 결과에 따라 무너진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회생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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