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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후계자 시험 탈락했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6.29 04:00 수정 2020.06.28 07:51

2011년 데쟈뷰

9년 전과 다른 점

김여정이 후계자였으면 이런 일은 불가능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10일 강원도 강릉시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서 마련된 '통일부 장관 주재 남북고위급만찬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10일 강원도 강릉시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서 마련된 '통일부 장관 주재 남북고위급만찬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듬해인 2010년 남북한 관계는 최악이었다. 6.25 전쟁 이후 북한에 의해 ‘가장 많은’ 국군이 희생(46+1)된 천안함 폭침 사건(3.26)이 일어났다. 그리고 6.25 전쟁 이후 ‘최초’로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를 직접 타격한 연평도 포격사건(11.23)이 일어났다. 일본 언론은 김정은이 11월 초에 이미 포사격 준비태세 명령을 하달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2011년 데쟈뷰


2011년이 들어서자 파탄 난 남북한 관계로 인한 국제적 고립 그리고 밀려오는 경제난을 수습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섰다.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 대화를 제안하라고 지시한다. 그 결과 조평통의 당국간 회담 제안을 시작으로, 적십자 회담, 군사실무회담,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회담, 국회회담, 백두산 화산문제 회의, 동해표기 남북공동대처 회의 등 다양한 남북대화 제안들이 4월말까지 봇물처럼 쏟아졌다.


그런데 혈기방장한 젊은 후계자 김정은은 빌미가 생기면 대화를 단절하고 강경책을 밀어붙일 참이었다. 그 기회는 5월 30일에 찾아왔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사진을 사격표지로 사용하고 있는 광경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이에 북한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단절하고 군통신선과 금강산 지구 통신연락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5.30)했다. 그 다음날에는 우리 정부가 비밀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폭로성명을 발표(6.1)하기도 했다. 그리고 총참모부는 군사적 보복행동에 진입할 것이라고 협박(6.3)도 했다. 이렇게 6월에만 9개의 대남 위협 성명이 발표되었다. 그때의 북한의 대남 성명을 보면 시발점부터 통신선 단절, 군사적 도발 위협, 내밀한 남북협상 폭로까지 그 수법이 지금과 판박이다.


9년 전과 다른 점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차 당시 공식적 후계자 김정은의 혈기를 제어하지 못했다. 김정은이 파탄 낸 남북관계의 여파로 밀려오는 경제난을 수습하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은 반신불수의 몸을 이끌고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석 달 간격으로 장거리 기차여행에 나서야 했다. 그런데 9년이 지난 지금은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했던 총참모부의 군사행동이 6월 24일 당중앙군사위원회 화상 예비회의를 통해 유보된 것이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준비되었던 ‘대적사업’들은 중단되었다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대적사업이란 용어조차 사라졌다.


김여정이 후계자였으면 이런 일은 불가능


만약 김여정이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었다면 이렇게 대적사업이 중단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배경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을 ‘잠정적으로’ 후계자로 생각하고 일을 맡겨보았지만, 경험 없는 여동생이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판단하고, 상황을 되돌려 놓았을 수 있다. 둘째, 후계 구도 차원이 아니라, 2018년 평화공세를 김여정이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그녀에게 맡긴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너무 오버하며 일을 망친 것이다.


한국 사회에 대남전단이 무슨 충격이 될 것이며, 비무장지대 대남확성기 설치에 혹여나 우리가 맞대응하면 오히려 북한이 수십 배 손해 볼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관광사업으로 현금을 만지려고 원산 갈마 지구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김여정은 금강산관광지구에 인민군을 들여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 이 두 지역을 연결해서 관광벨트로 발전시키고자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계획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이래저래 김여정은 이번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 같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번 일의 뒷마무리를 그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김영철이 맡았기 때문이다. 그가 김정은의 충복이 된 계기가 천안함 사건과 DDos 공격 등 사이버 테러였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2인자로 불렸던 그가 다시금 그 명성을 찾기 위해 어떤 짓을 벌일지 모를 일이다.


ⓒ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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