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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부캐의 범람②] 왜 ‘제2의 자아’ 만들어낼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6.25 07:34 수정 2020.06.26 10:01

스타들의 '부캐 놀이'에 기꺼이 속아주는 대중

새로움 찾는 대중들, '부캐'라는 신선한 재미

ⓒMBC ⓒMBC

“유재석이란 본래의 모습과 유산슬이라는 부캐(부캐릭터) 사이에서 혼란이 올 때가 있다”


유재석은 트로트가수 유산슬로서 가진 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 편의 기자회견에서 본캐와 부캐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방송에서도 굳이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부캐 놀이의 매력 포인트다.


그는 “사인부터 그렇다. 유재석으로 만나도 ‘유산슬로 사인을 해달라’고 하셔서 ‘유산슬 사인이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혼란이 들었다. 저를 유재석으로 알고 계심에도, 유산슬을 아끼고 사랑해주신다”면서도 “중요한 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쪽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유재석의 말처럼 본캐와 부캐로 나누어진 이들의 정체성에 대중들은 호응한다. 독특한 콘셉트,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세계관이 완성되면 비로소 그를 하나의 또 다른 캐릭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리 주변에서 ‘결국 유재석 아니냐’고 떠들어도, 심지어 스스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더라도 이미 그들은 대중에게 독립적인 하나의 캐릭터로 인지된다. 거짓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면서 말이다.


이런 움직임은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 특징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0’이라는 책을 통해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로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이는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일상에서와 SNS상에서의 정체성이 다르듯,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개념이다.


이렇게 다양한 정체성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시기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 바로 추대엽(부캐 카피추)이다. 추대엽은 19년 무명 생활을 하면서 선보였던 개그를 유병재의 주도로 다시 선보이게 됐는데, 이제야 ‘대박’을 터뜨린 격이다.


그는 “유튜브를 개설하기 전에는 (유병재와)모르던 사이었는데, 갑자기 문자로 같이 일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처음엔 유병재의 제안을 거절했다. 15년 전부터 했던 코미디고, ‘코미디빅리그’에서도 할 만큼 했다. 그런데 일주일 후에 기획안을 보내오면서 ‘한 번만 재미로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부캐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유병재는 가발과 의상을 모두 손수 준비하고 콘셉트, 대본까지 써가며 카피추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15년 전의 개그를 다시금 살려냈다. 덕분에 무명 생활을 벗어난 추대엽은 유병재를 ‘유느님’으로 부르며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새롭게 등장한 부캐는 기존에 본캐가 보여줬던 것 이상의 색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채널을 돌려도 같은 예능인들이 번갈아 나오는 것에 대한 실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찾게 해준 놀이”라고 평했다. 또 “대중들의 태도 역시 달라졌다.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정교하지 못한 B급 놀이에 기꺼이 동참해준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부캐는 잦은 방송출연으로 캐릭터에 한계를 느끼는 방송인들에게도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늘 새로움을 찾는 대중들에게 본래 이미지와 전혀 상관없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원 캐릭터와는 다르게 어느 곳에나 스며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BS 소속인 펭수가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고, MBC의 유산슬이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는 등 방송사를 넘나들며 활약한다. 물론 타 방송사의 이름도 꺼내지 못하던 시절과 지금의 방송 환경이 달라진 이유도 있지만, 이 부캐를 하나의 독립적인 캐릭터로서 인정해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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