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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체제 2년...젊어진 LG, 과감한 변화 속 미래 대비 본격화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6.21 06:00 수정 2020.06.21 08:53

29일 취임 2주년... 변화·실용·고객 3가지 키워드 경영 전면에

선택과 집중 전략 속 디지털 전환 가속화 성과...고객 중심 철학

3년차에 미래를 위한 변화 본격화...보다 강력한 리더십 주문도

구광모 LG그룹 회장.ⓒLG 구광모 LG그룹 회장.ⓒLG

오는 29일로 총수 취임 만 2년을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지난 2년은 변화·실용·고객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 부친인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갑작스럽게 총수 자리에 오르게 됐다.


1978년생으로 당시 만 40세 불혹의 나이에 4대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젊은 총수답게 과감한 실용주의 노선하에 고객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자연스러운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취임 첫 해동안 새로운 도약을 위한 ‘뉴 LG'로의 변화와 혁신을 시작하는 시기였다면 지난 1년은 변화와 혁신을 본격화하는 시기였다.


◆ 변화·혁신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40대 총수


구 회장의 변화와 혁신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LG그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X)을 내세워 디지털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LG그룹 전 계열사는 구 회장 체제 하에서 일제히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 IT 기술을 올해 50% 이상, 오는 2023년까지 90% 이상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DX)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 디지털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디지털 경영으로의 전환을 위한 사내 DX 전문가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인화원은 올해 '인공지능(AI) 마스터 양성 과정'을 신설해 100명의 AI 전문가를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100명의 AI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과 이론을 실무에서 활용하며 각 계열사에서 AI 기술 적용 등을 지원하게 된다. 또 DX 교육도 올해부터는 마케팅과 인사관리, 안전·환경, 품질, 제조, 구매 등 모든 직무교육 과정에서 실시하고 있다.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외부기관과의 상호 협력도 꾀하고 있다. 서울대와 교육 협약을 체결,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에도 나섰다. 선발된 LG전자 연구원들은 올해 초 서울대에서 고급 통계와 머신러닝, 데이터 모델링 등의 심화 교육 과정에 참가했다.


구 회장은 이러한 디지털 경영에 적극 앞장 서고 있다. 올해 1월 신년 시무식을 오프라인 행사가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신년사 동영상을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같은 달 말에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열어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9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윤수영 당시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오른쪽)과 담당 연구원 등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살펴보고 있다.(자료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9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윤수영 당시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오른쪽)과 담당 연구원 등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살펴보고 있다.(자료사진)ⓒLG

지난달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임직원들에게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디지털 전환과 AI 등 혁신 기술로 미래 기회를 선점하자"고 당부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구 회장이 지난 2018년 6월 취임 이후 첫 번째로 찾은 사업현장으로 그가 디지털 경영으로의 전환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잘 나타내는 장소다.


구광모 회장은 앞서 지난해 9월 인화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숍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경영진에게 실행 속도를 높이자고 당부한 바 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한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40대 임원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등 미래를 이끌고 갈 젊은 인재로의 세대 교체와 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다소 보수적이었다는 LG의 사내 문화를 밀레니얼 시대에 걸맞게 개방적으로 탈바꿈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선택과 집중


구 회장의 지난 2년을 잘 보여주는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실용주의다. 40대 초반의 그룹 총수답게 사업에서도 형식과 격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경향을 뚜렷히 보여왔다.


이러한 실용주의 노선으로 지난 2년간 미래 유망하고 잘 할 수 있는 사업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전망이 어둡고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철수하는 등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두드러졌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이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구 회장이 취임 후 5개월 뒤인 2018년 11월 이례적으로 외부 인사였던 신학철 당시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해 LG화학 최고경영자(CEO)를 맡겼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각각 1조원씩 출자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구 회장은 오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배터리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으로 미래 신사업을 위한 경영행보에도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지난해 말 LG헬로비전으로 출범시켰고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만 총 20조원을 투자하며 본격적인 OLED 전환을 꾀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LG

반면 비 핵심·주력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주력계열사더라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드는 사업은 접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지난 10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한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로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와 올해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과 수처리 사업을,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 사업 등을 각각 매각했다.


실용주의 노선에 맞게 경영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LG전자는 지난달 20일 TV시장 정체에 대응해 생산을 효율화하기 위해 구미사업장 TV생산 2개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이라는 여론의 부담이 있을수 있는 상황에서도 생산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구 회장의 과감한 결정이었다. 회사측은 2개 라인을 연내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으로 옮겨 인도네시아의 TV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해 아시아권 TV 거점 생산 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실용주의 노선은 그의 성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취임 당시 별도의 취임행사를 열지 않았고 그룹 총수들에게 붙는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지주사인 (주)LG 대표로 불러달라고 할 정도로 형식주의를 배격한 소탈한 성품을 보였다.


또 취임 이후 각종 모임·회의 등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기조를 강조해 나가면서 새로운 경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 핵심은 고객 중심 경영철학...경영·리더십 차별화 두드러질듯


구 회장의 이러한 변화와 실용은 고객 중심이라는 그의 경영철학과 맞물린다. 그는 취임 이후부터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철학을 내세워왔고 이를 행동에 옮기고 있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외에서 확산되면서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고객 가치 최우선이라는 경영 철학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도 그것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LG 구광모 LG그룹 회장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LG

구 회장은 지난 3월 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서면 인사말을 통해 “모든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토록 하겠다”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흔들림 없이 고객 가치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멈춤 없는 도전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4월 초에는 사장단에게 이메일을 통해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자신감을 갖고 LG만의 고객을 향한 기본에 집중하자"고 당부하는 등 고객 중심의 경영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취임 3년차를 맞아 변화·실용·고객이라는 경영 키워드가 더욱 강화되면서 본인만의 경영철학이 본격적으로 색깔을 드러내면서 차별화를 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취임 3년차부터는 지난 2년간과는 다른 리더십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 40세에 총수 자리에 올라 지난 2년을 안착하는 시간으로 보냈다면 이제부터는 보다 자신만의 리더십을 강하게 드러내며 그룹 총사령관으로 전문경영인들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LG화학의 인도 공장과 충남 서산 공장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해 안전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또 LG전자 스마트폰과 LG디스플레이 등 적자 사업 개선이라는 현안도 여전하고 삼촌인 구본준 전 부회장에 의한 계열 분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 사례에서 보여준 보다 적극적인 리더십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해 사실상 승기를 잡은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구광모 회장의 지난 2년은 성공적인 안착의 시간이었다”며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심화, 일본 수출 규제 강화 등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가 진정한 리더십을 평가받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LG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LG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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