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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폭풍] 갑-을 굳어진 프레임에 외식업 경쟁력 뒷걸음질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6.17 07:00 수정 2020.06.17 08:36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업계 자정작용에도 부정 시각 여전

올해는 가맹점 단체교섭권, 최저수익보장제 뜨거운 감자로 부상

제47회 프랜차이즈서울 박람회장을 찾은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47회 프랜차이즈서울 박람회장을 찾은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악화된 경영환경으로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외치면서도 정작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 개선은 외면하고 있으며 과도한 입법으로 오히려 기업들의 경영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게 하는 정치와 경제의 난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만 80건. 지난달 30일 임기가 시작된 21대 국회에서는 보름여 만에 3건의 법률안이 발의된 법률안. 바로 가맹사업법 개정안 얘기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도 대부분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가맹본부는 ‘갑’, 가맹점주는 ‘을’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이 그대로 적용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과거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오너의 갑질 사건이 전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면서 생겨난 부정적인 인식은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4~5년에 걸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규제들이 신설되고, 업계의 자정노력도 뒷받침 되면서 프랜차이즈 산업 안팎의 환경이 변화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초점은 여전히 규제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장 큰 이슈가 차액가맹금 공개 문제였다면 올해는 가맹점 단체교섭권과 최저수익보장제 등이 뜨거운 감자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대등한 관계…단체교섭권 적용은 ‘어불성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30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등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단체가 가맹본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리 거래조건 등을 논의해도 담합이 아니라는 내용의 ‘소상공인 단체 행위에 대한 심사 지침’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가맹점주들이 모인 사업자단체가 가맹본부를 상대로 ▲원·부재료 가격 ▲영업시간 ▲판매장려금 ▲점포환경 개선비용 등 거래조건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미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등에서 상생 노력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공정위가 정식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크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산업의 특성 상 가맹점주는 개인사업자로 가맹본부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는다.


반면 단체교섭권은 기업과 기업에 속한 근로자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인 만큼 동등한 지위를 종속관계로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맹점주의 권리를 높이고 가맹본부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가 업종 특성을 무시하고 단체교섭권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8일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는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요청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하는 경우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가맹사업의 통일성이나 본질적 사항에 반하는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행위, 가맹본부의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등은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개인사업자에 최저수익보장하는 업종 어디에도 없어”


최저수익보장제는 지난 4.15 총선 때도 범진보 진영의 공약으로 등장한 바 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최저수익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8년 발의돼 그동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지만 슈퍼여당이 탄생한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의 일정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개인사업자의 수익을 제3자가 보장해주는 것 자체가 시장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자본주의를 무시한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비용은 광고, 마케팅부터 신메뉴 개발 등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 재투자 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가맹점 매출이 늘어야 가맹본부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어느 한 쪽만 이익을 봐서는 관계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사업자에게 최저수익을 보장해주는 어디에도 업종은 없다”며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일정 수익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을 갑과 을로 나누는 데서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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