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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펑크·부채증가…증세 논의 언제까지 쉬쉬 할건가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0.06.08 10:26 수정 2020.06.08 11:11

“경기진작 우선” 공감하지만…증세 타이밍도 중요

文정부, 임기 말 레임덕 의식…”증세 논의 없다” 선 긋기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1년 사이 100조원 가까이 늘었으며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처음 110조를 넘어섰다. ⓒ뉴시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1년 사이 100조원 가까이 늘었으며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처음 110조를 넘어섰다. ⓒ뉴시스

정부가 세수감소, 국가채무 증가 등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도 증세 논의에 대해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은 증세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며 선 긋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증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반드시 거쳐야 할 사안이다. 당장 증세를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부터 논의하고 방향을 잡는 것이 시기상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코로나19 정황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 힘들다. 경기부양책도 마냥 재정을 풀기에는 위험요소가 크다. 우선 정부가 상반기에 투입한 1~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올해 안에 다 써야 한다. 내년 이후 올해보다 더 확장적 재정을 운영한다면 확실한 증세 카드 없이는 명분을 잃을 수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양날의 칼’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쓰면 반드시 빈 곳간을 다시 채워야 한다. 증세는 곳간을 채우는데 보편적인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 증세를 거론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빠르다는 판단이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4일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증세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안 차관은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재정이 일정 기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책무”라며 “(GDP 대비)국가채무비율이 40%가 맞다, 50%가 맞다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안 차관은 이어 “그동안 정부는 재정건전성에 상당히 중점을 두고 운영해왔다”며 “최근 경제 위기가 오다 보니까 대응하는 과정에서 채무속도가 조금 빨라졌다”며 “채무 속도 증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증세 논의에 대해 빠르게 진화에 나서는 배경에는 아직까지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예측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증세 시기를 잡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인 셈이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재정건전성은 위험수위까지 올라왔다. 3차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본예산보다 99조4000억원 늘어나는 규모다. 2차 추경 때 41.4%로 예상됐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차 추경으로 43.7%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9년 이후 최대치인 76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 나라 재정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도 200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대 적자 규모인 112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한 돈은 늘어나는 반면 세수는 쪼그라들고 있다. 정부는 올해 예상되는 세수 부족분 11조4000억원을 3차 추경에 포함했다. 지난해 경기 부진과 코로나19에 따른 중간예납액 감소로 올해 법인세는 5조8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보인다. 소비·수입 부진에 따라 부가가치세(-4조1000억원)와 관세(-1조1000억원) 감소도 나라살림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증세 논의는 코로나19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국책연구기관에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국가채무 등을 볼 때 증세 논의가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견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복지 수요가 굉장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가채무가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재정 수입 확대를 위해 증세 논의를 시작할 단계”라고 진단했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역시 “재정지출 확대 규모에 비교해 2분의 1이나 4분의 1 정도 증세를 계획하는 경우 뚜렷한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재난 시기에는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하에 필요한 증세를 뒤로 미루지 말고 적절한 규모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기본소득과 함께 증세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 여야정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레임덕을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증세 논의가 불거지면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부양에 대한 효과를 지켜본 후 내년 이후에 증세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는 정부의 낙관적 태도가 감지되는 이유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증세 논의는 정부 의지와 달리 정치권에서 먼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당의 압박이 강해지면 정부는 또 다시 증세 카드를 제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임기 말 레임덕을 의식하기 보다는 경기부양 효과 극대화를 위한 증세를 생각해야 한다. 증세 시기가 어느 정도 파악돼야 시장도 대비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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