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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에 순응하라, “더 콜 오브 드 와일드”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6.04 16:06 수정 2020.06.04 16:07

'더 콜 오드 더 와일드'의 영화 포스터ⓒ '더 콜 오드 더 와일드'의 영화 포스터ⓒ

여러 동물들 가운데 개(犬)만큼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 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개를 좋아하는 데는 다른 동물보다 충성심이 높고 복종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가장 오래된 친구로 자리매김한 개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매우 많다.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의 강아지는 물론 대형견, 모험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블록버스터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더 콜 오브 더 와일드’ 역시 개와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1890년대 골드러시 시대,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일확천금을 노린 수많은 사람들이 알래스카로 몰려든다. 미국 남부, 부유한 가정에서 길러진 ‘벅’은 이기심에 눈이 먼 사람에게 납치돼 알래스카 유콘으로 팔려간다. 그동안 안락했던 삶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맞닥뜨리면서 힘겨운 삶을 경험하게 된다. 추운 겨울, 우편배달 썰매견이 된 벅은 모든 역경을 뚫고 무리의 리더가 되지만 결국 잠재된 본능이 발화 되면서 인간의 손길을 피해 야생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전달한다. ‘더 콜 오브 더 와일드’는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평가되는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1903년)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잭 런던(1876년~1916년)의 원작소설 '야성의 부름'(1903년)을 영화화했다.ⓒ 잭 런던(1876년~1916년)의 원작소설 '야성의 부름'(1903년)을 영화화했다.ⓒ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귀족적인 삶을 살아왔던 벅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 일꾼으로 전락하고 채찍과 몽둥이에 길들여진다. 개들은 인간의 욕심과 쓸모에 따라 거래되고, 편의에 따라 이용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영화는 벅의 생존공식을 통해 인간은 절대로 자연을 정복할 수 없으며 야성의 부름에 순응하며 자연과 공존하라고 전한다.


우편배달 썰매견이 된 벅은 순발력과 판단력을 발휘해 멋진 리더로 거듭난다.ⓒ 우편배달 썰매견이 된 벅은 순발력과 판단력을 발휘해 멋진 리더로 거듭난다.ⓒ

벅을 통해 우리네 인생사를 빗대어 전한다. 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상의 이야기, 그가 경험하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충분히 우리 인간 사회에서 일어날 법한 것들과 닮아있다. 벅은 혹독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는다. 따뜻하고 안락한 문명세계를 벗어 던지고 원시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본성을 발견한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벅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이로써 벅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된다.


눈부신 설경과 신비로운 오로라가 펼쳐지는 알래스카, 광활한 대자연을 감상하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모처럼 78세 해리슨 포드의 명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완벽한 CG(Computer Graphics) 이용해 실제 개와 흡사한 디테일한 움직임과 표정 변화도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실사와 디지털 이미지를 합쳐 더욱 리얼하게 탄생한 벅은 원작 <야성의 부름>의 감동을 그대로 옮겼다.


벅은 존(해리슨 포드)과의 교감을 나누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존이 죽게 되자 자신의 정체성과 본능을 찾아 떠난다.ⓒ 벅은 존(해리슨 포드)과의 교감을 나누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존이 죽게 되자 자신의 정체성과 본능을 찾아 떠난다.ⓒ

인간이 개를 사랑하는 만큼, 개들도 인간을 사랑할까? 개는 오랜 세월 늑대로부터 인간의 손에 의해 가축이 되었고, 지금은 가장 가까운 친구로 자리매김했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본능을 거세 당하고 도구화 되기도 한다. 인간 세계에서 해방되어 늑대의 본성을 찾은 벅을 보며, 우리가 온갖 정성을 다해 퍼붓는 사랑이 개들에게는 어떠한 의미 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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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영화평론가,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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