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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의 ‘탈이념’과 ‘기본소득제’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6.02 09:00 수정 2020.06.04 13:35

보수정당이 ‘기본소득제’를 주요하게 거론된다면 패착될수도

미래통합당, 보수만의 가치와 아젠다 만드는데 주력해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래통합당에 ‘김종인 비대위’가 드디어 출범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일단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진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리고 기대도 가져본다. 무너진 보수진영과 보수가치를 세우고, 나아가 ‘성공’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길 바란다. ‘정치적 성공’은 어떤 진영이 세(勢)를 얻어 정국을 주도할 때 현실화된다. 그 ‘현실화’는 선거에 이기는 것이고 정권을 잡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 또한 전략이 있어야 하고, 그 전략에는 선후(先後)가 있어야 한다.


세(勢)로 말하면, 보수진영이 상당부분 회복된 것은 틀림없다. 세는 숫자로 표시된다. 2017년 대선과 이후 지방선거에 비해, 이번 4.15총선의 득표율은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2017년 19대 대선결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41.08%) 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4.03%)간 표차는 거의 더블 스코어였다. 안철수 후보가 21.41%, 유승민 후보가 6.76%를 얻었지만, 한 사람만을 뽑는 대선에서 ‘분열’ 이외의 의미부여는 공허하다. 이후 지방선거 또한 야당의 참패였다. 서울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민주당이 50%를 넘어섰고, 한국당은 25% 정도였다. 집권당은 더욱 강해졌고 야당은 침체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득표율이 올라가면서 야권 분열양상은 좀 호전됐다. (대선 당시 서울지역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이 42%를 넘어선 반면,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0%대 후반으로 안철수 22.7%에도 못 미쳤다)


두 번의 참패에는 ‘홍준표 리더십’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홍준표 대표는 ‘패전마무리투수’로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 보수진영 분열시기 제1야당 존재근거를 지켜냈다는 의미에서 기여한 바가 작지 않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가치를 세우기보다는 극단적 대치상황을 부각시켜 국민을 갈라치기함으로써 야당을 지켜냈다. 이는 진영확장의 한계로 나타났다. 어차피 ‘확장’은 그의 몫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번 4.15총선 결과 의석수에서는 참패했으나, 득표율면에서는 상황은 확연히 호전됐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9.9%, 미래통합당은 41.5%의 표를 얻었다. 여당은 여전했지만, ‘통합’을 통해 야당은 세를 상당히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모색하고 확립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그동안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면, 총선이후에는 ‘새로운 처방’이 가능한 상황까지 온 것이다. 정치집단의 새로운 모색은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김종인 비대위’가 직면한 과제가 바로 이것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이념지향을 버리자’고 한다. ‘진보’, ‘보수’, ‘중도’라는 말도 쓰지 말자고 한다. ‘실용주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실용주의는 보수진영의 전통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진보’, ‘보수’, ‘중도’는 평론가, 관전자의 용어일 뿐이다. 진보진영이 이런 논의로 탁상공론을 할 동안, 보수진영은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실용주의노선을 걸어왔다. 보수주의가 지면의 논리에서는 밀릴지라도, 현실정치에서는 승리해 온 이유다. 그러나 보수에 이념지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합리주의’보다는 ‘경험주의’ 전통에 치중했고, ‘이성’보다는 ‘관찰’에 집중했기 때문에 논리가 없는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크게 보면 지성의 다른 방향일 뿐이다.


‘처방’ 문제는 항상 위기 때 발생한다. 공감하는 이념이 분명치 않으면 공통의 지향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면 또 분열할 수밖에 없다. 지금 미래통합당처럼 위기를 겪을 때 처방이 ‘탈이념’이라면, 임시방편은 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념에 경도된 진보진영의 경우, 위기 때는 ‘탈이념’이 새로운 모색이 된다. ‘제3의 길’, ‘흑묘백묘론(黑猫白描論)’의 성공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보수주의는 위기 때 진보진영과는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이념을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에는 치열한 이념논쟁을 벌여야 한다. 합리주의가 벽에 부딪혔을 때 경험주의에서 활로를 찾는 진보주의와 달리, 보수주의자들은 ‘경험주의’의 막다른 골목에서 ‘합리주의’로 새로운 길을 모색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세우는 것이고, 진영구성원이 따를 수 있는 ‘깃발’을 세우는 길이다.


이명박 정부를 ‘실용정부’라고 한다. 그 실용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기저에 보수의 가치인 ‘자유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로 통칭되는, 보수주의로 전향한 좌파들이 ‘자유주의’를 중심으로 담론을 구성했고 정치력을 키워갔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은 이들을 비롯한 자유주의 세력들이었다.


이제 미래통합당은 보수진영 분열을 극복했고, 득표율이라는 물적 기반도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가치’를 세우지 못했고 있고, 오히려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좌파 아젠다인 ‘기본소득제’가 미래통합당의 주요 이슈로 거론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제’는 북유럽의 좌파정부에서 주로 거론됐으나, 현재로서 실현되는데 한계가 있음이 증명된 제도다. 미국에서는 정부차원이 아니라 소비침체를 우려하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거론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선 이번 총선 때 ‘코로나19’의 위기상황을 틈타 일부 친정부 정치인들이 이슈화했으나, 정부에서는 재정문제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국가가 100조원 이상의 재원을 조성해 ‘코로나 경제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총선공약을 발표했지만, ‘기본소득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렇듯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든 ‘기본소득제’가 보수정당에서 ‘이슈선점’이란 측면에서 주요하게 거론된다면 패착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보수정당이 추구하는 실용주의도 아닐 뿐 아니라, 차별화된 그들만의 가치도 아니다. 현 정부와 차별성이 없다면 이념적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고, 당에 대한 보수진영내 지지를 지키지도 못할 것이다. 보수진영과 미래통합당은 ‘무상급식’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다. 하지만 그때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정부를 장악했던 시기다. 수성(守城)을 할 때였다. 지금은 야당으로 공성(攻城)을 할 때다. 수비의 전략과 공격의 전략은 달라야 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의료보험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그 것은 보수정권 때의 일이다. 지금 제1야당이 ‘기본소득제’를 제안한다면, 문재인 정권 핵심세력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아직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가 기본소득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론이 자주 거론하는 것을 보면 그냥 관측만은 아닌 것 같다. 보수정당이 눈치를 보며 진보진영의 가려운 곳만 긁어 줘서는 집권에 성공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은 진보진영의 아젠다는 그들에게 맡기고, 보수만의 가치와 아젠다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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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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