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내 현황 >
2020-05-28 10시 기준
확진환자
11344 명
격리해제
10340 명
사망
269 명
검사진행
22370 명
19.2℃
튼구름
미세먼지 22

개그콘서트 폐지, 코미디는 왜 몰락했나

  • [데일리안] 입력 2020.05.23 08:20
  • 수정 2020.05.23 03:46
  • 하재근 문화평론가 ()

ⓒKBS 화면캡처ⓒKBS 화면캡처

‘개그콘서트’가 사실상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휴식이라고는 하지만 돌아올 기약이 없기 때문에 폐지로 판단된다. 앞으로 유튜브에서 ‘뻔타스틱’ 채널을 이어간다고 한다. 유튜브는 유튜브일 뿐 방송사가 아니기 때문에, ‘개그콘서트’ 폐지는 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의 축소를 의미한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에선 MBC, SBS에 이어 코미디의 완전한 몰락이다.


사람은 웃음을 원한다. 그래서 언제나 웃기는 걸 찾아보려 한다. 문제는 예능이 그 역할을 차지해버렸다는 점이다. 최근 예능 최전성기가 도래했는데, 코미디 퇴조기는 예능 부흥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요즘 예능은 대중문화계 ‘최종 장르’의 위상이다. 가수, 배우, 코미디언 등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은 이들이 예능으로 차출된다. 예능에서 국민스타들이 탄생한다.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을 보면, MC들이 코미디언 등 출연자들을 예능 마이너리거 취급하면서 예능감을 평가하는 자세를 취한다. 출연자들은 MC 눈치를 보며 예능이라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 한다.


‘국민MC'라는 말이 사용될 즈음부터 이런 분위기가 강화됐다. 그때는 리얼버라이어티 득세기였다. 현장에서 ’리얼‘로 진행하며 돌발적 상황이 이어지는 생생함에 시청자가 열광했다. 반면에 코미디는 사전에 작성된 대본에 의해 진행되는 콩트다. 리얼의 생생함에 익숙해진 시청자는 대본 콩트에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라디오스타‘에서 MC들이 콩트식 개그에 질색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방영되기도 했다.


그리고 관찰예능 시대가 도래했다. 리얼버라이어티 정도의 설정조차도 참을 수 없다며 시청자는 더욱 리얼한 것을 원했다. 이젠 수많은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출연자는 그 앞에서 그냥 생활할 뿐이다. 요리를 하거나, 밥을 먹거나, 아기를 키우거나, 여행을 간다. 아니면 ‘강식당’처럼 테마를 정해 소동극을 벌인다. 이때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들은 주로 가수, 배우들이다. 코미디언은 설정을 잡아서 웃기려고 연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중은 그런 코미디언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이들을 원했다.


콘텐츠가 너무 많아지기도 했다. 과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희소했을 땐 코미디가 절대적 위상이었지만, 다 매체 다 채널 시대에선 위상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튜브 등 인터넷 플랫폼이 주류 미디어로 부상하면서 방송 코미디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튜브가 적나라한 표현으로 웃음과 자극을 주는 데에 반해 지상파 코미디엔 한계가 있었다. 다른 부문에 비해 지상파 코미디는 유독 강한 제약을 받았다. 권력층에 대해 비판적 표현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사회 각 집단에 대해서도 표현을 조심해야 했다. 사람들은 솔직한 웃음코드를 원하면서도 지상파 코미디엔 점잖음을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코미디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됐고 식상함을 초래했다. 그런 구조에서 반복돼온 전통적인 코미디 코드가 최근 들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외모지상주의, 약자 비하, 여성혐오 등에 민감해진 사회분위기가 코미디에 더욱 타격을 가한 것이다.


이렇게 날로 축소되는 지반에서 ‘개그콘서트’는 지향점을 잃고 표류해왔다. 시청자는 완전히 외면했고 폐지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이것은 아쉬운 일이다. 코미디는 기초 장르 중의 하나다. 여기서 길러진 신인 코미디언들이 예능 같은 응용 부문에 활력소가 된다. 유재석, 신동엽 등 예능계를 주도하는 MC들이 대부분 코미디언 출신이다. 인재사관학교와도 같은 것이다. 풍자의 웃음이 가능하다는 점도 코미디의 가치다. 우리나란 풍자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문제인데, 프로그램이 유지돼야 경쟁력을 향상시킬 기회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그콘서트’ 폐지가 아쉬운 이유다.


휴식이라는 말이 진담이어서 정말 재정비 후에 ‘리부트’되면 좋겠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시청자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좀 더 관대하게 봐주고, 코미디언들은 풍자 등 깊이 있는 코미디를 구현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0
0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좋아요순
  • 최신순
  • 반대순
데일리안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