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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순한맛’ 김디지·중식이, ‘음주남녀’로 느낀 묘한 동질감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5.19 00:42 수정 2020.05.20 10:43

개성 강한 두 아티스트가 낸 의외의 시너지

연인의 만남과 헤어짐 담은 ‘음주남녀’ 4월 1일 발매

ⓒ이제이뮤직 ⓒ이제이뮤직

“의외의 결과물이다”


래퍼 김디지와 중식이밴드 보컬 중식이(정중식)가 협업한 음악에 대다수가 ‘의외’라고 반응한다. 심지어 직접 노래를 만들고 부른 스스로의 평가도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김디지와 중식이는 ‘날 것’의 음악들을 선보였다. 필터 없는 사회비판, 외설적인 가사로 매번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문제적 아티스트’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엔 180도 색을 달리 했다. 지난달 1일 발매된 ‘음주남녀’(EAT, SOJU, MAN, WOMAN)는 술과 음식을 주제로 다섯 곡의 노래를 담았다.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1995)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 남자의 만남과 헤어짐을 그려냈다.


“앨범은 헤어진 감정에 대한 이야기에요. 연애 감정이 복잡, 미묘하잖아요. 1번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순서대로 들으면 내용이 모두 이어지도록 했어요. 술 한 잔으로 갑자기 만남이 성사되고, 떨렸던 감정, 마지막 순간엔 연애가 끝난 후 함께 먹었던 맛있던 음식을 혼자 먹었을 때 달라진 맛으로 심경 변화를 그렸어요” (김디지)


타이틀곡인 ‘너라면’은 첫 만남의 설렘부터 헤어지는 과정을 ‘라면’이라는 음식을 활용해 표현했다. 두 사람 모두 ‘사랑 노래’는 처음이다. 앨범 프로듀싱을 한 김디지는 기획 단계부터 보컬을 정해두고 작업했다지만, 중식이에겐 이 제안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제안을 받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더 정치적인 음악을 하려는 건가’였어요. 노래를 들어보니까 전혀 아니었던 거예요. 그런데도 의심이 쉽게 가시진 않더라고요. 디지 형이 ‘사랑 노래’라고 했는데 그 말도 못 믿었죠. 분명 그 속에 어떤 정치적 의미가 숨어 있을 것만 같고…. 그런데 ‘내가 희생해 가며 싸울 의지가 없어졌다’ ‘이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그리고 그 변화의 시발점에 제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었고요” (중식이)


“그 전까지 투쟁, 사회적 분풀이를 한 거죠. 화가 많았던 것 같아요. 18주년 앨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내놨던 당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내가 그들을 대변해서 화를 내주는 건 맞지 않다고요. 이제 내 나이에 맞는, 그저 나로서 온전해지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 결과물이 지금의 앨범이 된 거죠” (김디지)


ⓒ이제이뮤직 ⓒ이제이뮤직

김디지 못지않게 중식이도 노골적인 가사를 쓰기로 유명한 인디 밴드의 보컬이다. 그에게도 ‘음주남녀’는 낯선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흔쾌히 수락한 것은 그 안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그것들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스스로의 변화를 감지했을 때 김디지의 노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저도 이렇게 평범한 노래는 처음이에요. 이런 노래는 아마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이전까지 내 안의 감정(특히 분노)은 세상으로부터 온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형은 이번 앨범에 그냥 ‘내가 이래’ ‘그냥 나야’라는 걸 풀어놨더라고요. 마치 요가를 하는 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 차분함을 느꼈어요” (중식이)


이번 ‘음주남녀’ 이전에도 김디지와 중식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데뷔 22주년 리메이크 앨범 ‘XXII Intermission’, 올해 5월에는 ‘더 큐어’(코로나19 의료진을 위한 헌정앨범으로 수익금 전액 기부 목적으로 제작됐다)를 발매하면서 총 세 차례 호흡을 맞췄다. 비슷한 듯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던 두 아티스트가 만나면서 오는 시너지가 제법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중식이도 저도 특이한 보컬인데 어우러지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의외로 이질감 없이 밸런스가 맞더라고요. 사실 처음엔 까탈스러운 성격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죠. 곡 해석 능력도 좋고요” (김디지)


“음악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표현하기 위함’이잖아요. 쉽게 말하면 할 말 하고 싶어서 음악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자칫 그것이 자신을 모순되게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어려운 게 아닌데도 말이죠. 아주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록 밴드 배다른 형제의 음악을 좋아해요. 마침 디지 형이 사소한 감정을 투명하게 뱉어내는 것들을 보면서 인간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정말 좋았어요” (중식이)


ⓒ이제이뮤직 ⓒ이제이뮤직

음악적 변화에 열려있는 만큼, 이들의 다음 행보도 관심이다. 특히 “많은 걸 내려놓게 됐다”는 김디지는 “이제 진짜 내 음악을 하고 싶어요. 마치 20년 전 음악을 막 시작했을 때의 김디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또 다른 음악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대중적이라는 걸 2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중간에 그만 두는 가수들도 많은데, 22년 동안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건 기적 같아요. 다행히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환경이 됐고,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겠다는 바람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는 앨범 20장을 내는 것이 목표예요” (김디지)


중식이는 김디지와의 협업 외에도 중식이 밴드로서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간다. ‘대머리가 되어가네’ ‘10월 12일’ ‘21세기 중년’ ‘나는 반딧불’ 등 지난 1월부터 매달 앨범을 내놓고 있고, 같은 시스템으로 내년 후반까지 앨범 발매를 이어갈 예정이다.


“디지 형을 통해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보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고 표현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음주남녀’로 사랑 이야기를 노래했는데, 실제 제 곡 중에는 행복한 노래가 하나도 없어요. 이제 곧 나올 것 같아요. 곡 설명에 ‘나도 드디어 행복한 노래가 나왔다’고 쓸 거예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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