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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K야구 자랑도 좋지만 K정치 찍어야 화룡점정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5.08 08:00 수정 2020.05.12 09:03

정치인들 말을 줄여야 하고 언론도 줄일 필요가 있어

상대의 말 진지하게 듣고 존중하는 정치문화 정착해야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난 5일 두산 베어스와 엘지(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기자가 한국프로야구 개막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날 5개 도시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난 5일 두산 베어스와 엘지(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기자가 한국프로야구 개막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날 5개 도시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한국에 사는 지인 가족이 영주권 임시랜딩 기한 만료 전 캐나다 입국을 해야만 해서 며칠 전 메트로 밴쿠버의 한 호텔 예약을 하러 갔다.


북미 모텔 체인 운영자의 절대 다수인 인도계 매니져가 프런트 데스크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외 여행자도 받느냐고 물으니 그가 대뜸 어느 나라에서 오느냐고 되물었다. 한국이라고 답하자, 긴장해 있던 그의 얼굴이 좍 펴졌다. "한국 좋아요!"


코로나 펜데믹으로 손님이 뚝 떨어진 마당에 자가격리 기간 포함 3주짜리 장기간 투숙객이 생기고 코로나 감염 위험이 가장 낮은 나라들 중에 속하는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이라고 하니 반색한 것이다. 이른바 K방역이다.


예전 80~90년대 북미 사람들이 한국에 관해 TV에서 접하는 뉴스의 많은 종류가 거리에서 학생들이 돌멩이를 던지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는 것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김정은의 미사일 협박과 K팝으로 불리는 미청년 그룹의 노래와 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BTS는 여기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오히려 한국 젊은이들 문화에 어두운 필자 같은 이민자들보다 현지 10대들과 여성들이 더 잘 알고 더 좋아한다.


이번 주 한국에서는 또 프로야구가 관중 없이 개막돼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 언론에는 미국 TV에서 중계도 했다고 났는데, 보진 못했으나 관심은 충분히 높았을 것이라고 본다. 스포츠 관람 금단현상을 (코로나 방역에 성공해 개막시킬 수 있었던) 남의 나라에서나마 풀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K야구라고 한다. 대통령도 자부심을 갖고 세계를 향해 한마디를 했다. "세계가 한국 프로야구 개막을 통해 어떻게 방역과 일상을 공존시키며 스포츠를 즐길지 유심히 지켜보며 배우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문재인 전성시대'의 도래가 아닌가 느껴진다. 그와 대한민국을 위해 무척 다행스럽고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K시리즈가 완성돼 세계가 배우게 되려면 노래와 춤, 방역, 야구만으로는 2%가 아니라 아마도 70%쯤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대통령도 국민도 알아야만 한다.


바로 K정치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찍혀야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이루어지고 그제야 비로소 세계를 향해 한국을 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옷속에 숨겨서 옆방으로 숨어 들어가 의안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의원들은 상대 당에서 걸어 잠근 방 문을 열려고 '빠루'를 동원하는 조폭만도 못한 수준으로는 K방역, K야구를 아무리 자랑해도 한국은 '3류국가'일 뿐이다.


세계 시민들은 그런 뉴스까지는 대부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의 생각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들이 일류국가 시민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인터넷으로 보고 듣는 한국 정치는 언제나 싸움이고 말장난이다. 이것을 한탄하고 개선이 절실함을 정치권 밖에서는 물론 안에서도 부르짖지 않은 적이 없지만, 어제 행태가 오늘 재현되고 내일 또 재현되게 돼 있다.


필자는 우선 말을 줄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정치인들도 줄여야 하고 언론도 줄일 필요가 있다. 말이 말을 낳고 말이 싸움을 일으키지 않는가? 더구나 요즘 같은 SNS 시대에는 말을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할 수 있고, 또 그것이 속수무책으로 전달된다. 검증되지 않은 채로 삽시간에 퍼져 버린다.


엊그제 보도된 이낙연의 이천 화재 합동분향소 설화(舌禍) 사건도 그렇다. 그는 국무총리도 지냈고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 1위인 사람으로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 곳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예상됐던 유족들의 원망과 요구에 그렇게, 보도가 사실일 경우, 말을 할 것이었다면 안 갔어야 했다. 그의 발언을 보노라면 책임질 말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는 방어적 계산이 엿보인다. 총리 시절 그는 그런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여준 사람이었다.


국회의원이 아니라니 그런 대답이 어디 있는가? 세상 사람들은 이낙연을 국회원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선자도 그들에게는 국회의원이다. 더구나 그는 이미 3선을 했던 국회 복귀 예정 의원이다. 그 시점에서 현역이 아니라 해도 곧 선서할 사람이니 "국회 들어가면 말씀대로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면 그만이다. 또 그런 자세로 의정에 임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이낙연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보도에 반영되지 않은 당시 상황과, 유족들의 태도, 거두절미한 자신의 발언 내용 등에 억울함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것들이 다 한국 정치와 언론 보도 관행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다.


그의 이 말은 당연히 상대 당 의원들과 대변인의 비난 논평을 불렀다. 시청자와 독자 국민들은 한편으론 이걸 즐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피곤해 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호감과 비호감에 따라 한 정치인의 말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런 소모전을 줄이고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존중하는 정치문화가 정착해야만 K정치를 말할 수 있다. '의사봉 빼돌리기'나 '빠루 저지'는 물론이고 말이다. 그래야 K시리즈는 완성되며, 그때는 정말 자랑해도 된다.


글/정기수 캐나다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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