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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황금세대' 벨기에 축구, 무관의 한 풀까

박시인 객원기자 ()
입력 2020.04.26 19:30 수정 2020.04.26 22:06

아자르-데 브라위너-루카쿠 등 스타 플레이어 동시 출현 ‘FIFA랭킹 1위’

메이저대회 우승과 여전히 거리...유로2020-2022 카타르월드컵 적기

에당 아자르. ⓒ 뉴시스 에당 아자르. ⓒ 뉴시스

‘골든 제네레이션’ 벨기에 축구대표팀이 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벨기에 축구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이보다 더 화려한 선수진은 없었다. 벨기에는 현재 FIFA랭킹 1위다. 최근 유럽 빅클럽에서 벨기에 출신의 이름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세기까지 벨기에 축구의 역대 최고 성적은 1986 멕시코월드컵 4강이다. 전설적인 플레이메이커 엔조 쉬포가 이끄는 벨기에는 ‘붉은 악마’라고 불리며 4강까지 진출해 이변을 일으켰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 1994 미국월드컵에서도 16강에 올랐고,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는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1-1로 비겨 조별리그 탈락에 고배를 들었지만 4년 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재차 16강에 진출했다.


메이저대회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꾸준한 성적을 거둔 벨기에의 암흑기가 찾아온 것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부터다. 유로 2004, 유로 2008, 유로 2012,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내리 예선 탈락했다.


2010년대 들어서며 우수한 인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티보 쿠르투아, 사이몽 미뇰레, 토비 알더베이럴트, 토마스 베르마엘렌, 뱅상 콤파니, 얀 베르통언, 안토니 반덴 보레, 악셀 비첼, 케빈 데 브라위너, 마루앙 펠라이니, 에덴 아자르, 드리스 메르턴스, 스티븐 데푸어, 무사 뎀벨레, 아드난 야누자이, 나세르 샤들리, 로멜루 루카쿠, 케빈 미랄라스, 디보크 오리기 등 선수 이름을 나열하면 끝이 없을 정도다.


이들보다 뒷 세대인 토마 뫼니에, 토르강 아자르, 유리 틸레망스, 레안더 덴동커, 미시 바추아이, 야닉 페레이라 카라스코도 등장했다.


이러한 황금세대가 마르크 빌모츠 감독 지휘 아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2년 뒤 유로 2016에서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8강에서 돌풍의 웨일스에 덜미를 잡혔다.


선수진만 화려했을 뿐 조직력은 최악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빌모츠 체제는 막을 내리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위건, 에버턴을 지휘한 바 있는 스페인 출신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가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빌모츠의 포백 대신 스리백 전술로 탈바꿈하며 벨기에의 장점인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데 주력했다. 좌우 윙백마저 공격 성향이 짙은 선수들로 구성했고, 특급 2선 공격형 미드필더 데 브라위너를 한 칸 낮은 더블 볼란치의 한 자리에 포진하면서까지 무게 중심을 공격으로 쏠리도록 했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32년 만에 벨기에의 4강 신화를 재현했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으로 통과한 벨기에는 일본과의 16강전에서 최대 고비를 맞았다. 일본에 2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25분부터 내리 3골을 터뜨리는 저력을 발휘하며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3위 벨기에 축구대표팀. ⓒ 뉴시스 2018 러시아월드컵 3위 벨기에 축구대표팀. ⓒ 뉴시스

8강 브라질전은 벨기에 축구의 정점이었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자재로 혼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그리고 메르턴스, 카라스코를 빼고, 펠라이니와 샤들리를 주전으로 기용하기 시작했으며, 3선에서 제한적인 역할에 그치던 데 브라위너에게 자유를 부여했다. 데 브라위너는 압박 상황에서 최전방까지 올라가며 스리톱을 형성하고, 브라질의 후방 빌드업을 차단했다.


왼쪽 윙백 샤들리가 중앙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되는 4-3-3 포메이션이 이뤄졌다. 벨기에는 견고한 수비와 날카로운 카운터 어택으로 브라질을 2-1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4강에서 프랑스에 0-1로 패하며 우승에 실패했지만 3,4위전에서 잉글랜드를 격파하고 대회 3위로 마쳤다. 벨기에의 3위는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이다.


벨기에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 2-0 리드에도 2-5 역전패를 당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르티네스 감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유로 2020 예선에서 벨기에는 10전 전승을 기록했다. 예선 10경기에서 무려 40득점을 폭발시켰다. I조 최대 난적이었던 러시아와 두 차례 맞대결에서 3-0, 4-1로 대승을 거뒀다.


3-4-3 포메이션에서 아자르-루카쿠-메르턴스로 구성된 스리톱은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중원은 데 브라위너-비첼이 책임진다. 데 브라위너는 2선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서도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아자르, 메르턴스 중 한 명이 빠질 경우 데 브라위너가 윙 포워드로 전진 배치되고, 중앙 미드필더 한 자리는 유리 틸리멩스가 메꾼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여전히 비대칭 좌우 윙백 구성을 선호하고 있다. 왼쪽은 카라스코, 토르강 아자르가 경쟁 중이다. 이 2명 모두 윙백이 아닌 본 포지션은 윙포워드다. 반대편에는 전문 오른쪽 풀백이자 윙백인 뫼니에, 티모시 카스타뉴가 경쟁을 벌인다.


고민이라면 스리백이다. 좌우 스토퍼를 책임질 토트넘 듀오 알더베이럴트, 베르통언의 하향세가 뚜렷하다. 이밖에 베르마엘렌, 콤파니, 보야타 등도 이미 전성기에서 내려온 수비수들이다.


그동안 벨기에 축구는 유럽에서 중심축에 속하지 못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잉글랜드, 네덜란드보다 크게 밀렸다. 코로나19로 인해 내년으로 연기된 유로 2020, 더 나아가 2년 뒤 있을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벨기에 축구가 꽃을 피울 최대 적기다. 이미 수비진은 30줄을 넘어섰고, 데 브라위너와 아자르가 20대 후반이다. 황금세대 벨기에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 이유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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