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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경제다] "회사 말고 법정서 봅시다"...커지는 전속고발권 폐지 우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4.24 05:00 수정 2020.04.24 04:55

공정거래법 개정, 여당 총선 압승으로 재추진되나

고발 남발에 허위 고발...기업 법정 공방 부담 가중

무리한 기업 옥죄기로 코로나19 극복 의지 찬물 우려

공정위거래위원회 전경.ⓒ연합뉴스 공정위거래위원회 전경.ⓒ연합뉴스

20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될지 주목된다. 2년 전 개정안에서 기업들을 과도하게 옥죄고 큰 부담을 지운다는 평가가 나왔던 터라 올 하반기 다시 추진될 개정안이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가 관심사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제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공정거래법 개정안 재추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정부들어 법 개정안이 추진됐지만 야당과 재계의 반발로 1년 반 가량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11월 전속고발권 폐지,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자회사·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후 많은 논란 속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계류 2년만에 자동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2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일부 법안이 의결됐지만 이는 절차법제 관련 법안으로 공정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기업집단 규제 관련 법안은 법안소위에서 단 한번도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4·15 총선이 정부 여당의 압승으로 귀결되면서 차기 21대 국회에서 재시동을 걸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지주회사 체제 개편과 일감몰아주기 제재 강화 등의 내용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여파로 큰 타격을 입은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뉴시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뉴시스

◆ 무분별한 고발로 기업 부담 가중...이미지 훼손도 우려


재계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가져올 변화와 함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 경제에 대한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일부 무리한 조항들이 있어 법 개정시 기업들에게 무리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속고발권 폐지다. 전속고발권은 가격·공급제한·시장분할·입찰담합 등 경성담합과 같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공소제기(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위의 고유권한이었던 공정거래법 위반 고발권을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정위의 전문적인 판단없이 누구나 고발이 가능해져 과도한 고발 남발과 허위 고발로 인한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고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폭 늘어나면서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이에 향후 개정안이 추진되더라도 전속고발권 폐지는 재고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발권을 모두에게 완전 개방하게 되면 악의적인 고발로 인한 기업이미지 훼손도 우려된다”며 “공정위라는 경쟁법 분야 전문기관이 먼저 사안을 살펴보고 판단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모호한 규정에도 규제 대상 확대 ‘무리수’ 재현될까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또 다른 주요 내용인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와 자회사·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도 뜨거운 감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자는 그룹 내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를, 후자는 총수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과도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규제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공정위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 지분 30% 이상인 상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 20%)에 적용되고 있는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20%(비상장계열사 20% 동일)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또 특수관계인 20% 이상 보유 계열사가 50%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개정안에 담았다.


국회 본회의장 전경.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 본회의장 전경.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와함께 현행 상장 계열사 20%, 비상장 계열사 40%인 신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의무지분율을 상장 걔열사 30%, 비상장 계열사 50%로 상향 조정하는 것도 기존 개정안에 포함됐었다. 이는 기존 지주사의 신규 계열사 편입시에도 적용되도록 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사익편취행위에 대한 규정 정의가 모호한 상황에서 규제 대상을 확대하면 그룹 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이뤄지는 계열사간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그동안 사익편취행위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 제공’, ‘상당한 규모’ 등으로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정의돼 성립 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도 지주회사 전환이나 계열사 신규 편입에 더 많은 비용이 소모돼 기업들의 기업들의 소유 지배구조 개편을 저해하고 투자와 고용 여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면서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을 추진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지점이 있다고 강조해 왔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려면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을 추진하지 않아야 하고 적어도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 규제를 적용받는 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사익편취 규제를 완화해 적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사익편취행위에 대한 정의가 지나치게 모호해 그룹 내 계열사간 정상적인 거래도 보는 시각에 따라 사익편취 행위로 판단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 대상 확대를 논하기 전에 모호한 규정부터 보다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 21대 국회의원 배지.(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제 21대 국회의원 배지.(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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