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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사내이사 내려놓은 롯데 신동빈...‘겸직 논란 해소, 책임경영 강화’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03.27 12:43 수정 2020.03.27 23:19

신 회장, 겸직 논란 해소 및 호텔롯데 상장 리스크 해소

롯데쇼핑 원톱 전문경영 체제로 전환, 롯데 변곡점 ‘기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건설,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 이어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특히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사내 이사직을 내려 놓는 것은 2000년 등기 임원에 오른 지 20년 만이다.


이는 올해부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강화되는 만큼 그 동안 제기돼 온 ‘겸직 과다’ 논란을 해소함과 동시에 전문경영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호텔롯데의 경우 상장을 앞두고 있어 예비심사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27일 롯데쇼핑은 주주총회를 열어 황범석 백화점사업부장(전무)과 장호주 쇼핑HQ 재무총괄본부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이원준 부회장이 롯데쇼핑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에 따른 조치다.


현재 신 회장은 현재 그룹 계열사 중 대표이사를 맡은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캐논코리아 ▲에프알엘코리아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롯데호텔서울 전경ⓒ 호텔롯데 롯데호텔서울 전경ⓒ 호텔롯데

◇4개 계열사 등기임원서 물러난 신동빈···왜?


신 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사내이사에서까지 물러나면서 그동안 국민연금공단 등 다른 주요 주주들로부터 공격받던 겸직 과다 논란이 대폭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신 회장은 롯데지주 대표이사뿐 아니라 롯데그룹 국내 계열사 8곳의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등기이사를 맡으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로부터 신동빈 회장의 겸직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롯데쇼핑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것과 관련해 이미 전문 경영 체제가 어느 정도 안착해 부담이 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업부문별 대표 체제를 ‘강희태 원톱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본격 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강 대표에게 신 회장이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현재 핵심 사업인 e커머스 온라인몰 사업인 ‘롯데온’ 출범을 앞두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 역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크다. 롯데는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왔으나 신 회장의 재판으로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이후 신 회장의 형이 확정돼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할 여건이 마련된 만큼, 경영진의 도덕성이 평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기업 공개 심사과정에서 만약의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았다는 관측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박근혜 전(前)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호텔롯데 상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 회장은 내달 1일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다. 신 회장이 한국에 이어 일본 롯데 경영권까지 총괄하게 되면서 장 추진을 위한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 또한 롯데홀딩스 및 일본 계열사들의 호텔롯데 지분율을 희석하고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약화시켜 ‘일본 기업’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신 회장은 앞서 5년 내에 호텔 전 세계 객실을 현재의 2배인 3만개로 늘릴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롯데쇼핑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롯데쇼핑

◇롯데쇼핑 ‘수익성 개선’ 경영에 속도


롯데쇼핑은 신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4명의 전문경영인을 전면 배치한 만큼, 향후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롯데쇼핑은 비효율 점포 부진 및 사업을 정리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조속히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백화점·마트 사업부별 운영 전략 실행 및 다음달 출범 예정인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은 우선 영업손실을 최소화하고, 재무건전성 확보 및 자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진행 중인 비효율 점포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마트·슈퍼·백화점 등 점포 700여개 중 200여개를 정리하는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매장을 줄이는 대신 그 자리에 주택 등 부동산 개발을 통해 수익을 낸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주택 건설과 전자금융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와 함께 점포 단위 경영을 강화해 점포별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한다. 대형 점포 운영에 집중함과 동시에 오픈 예정인 동탄점과 의왕몰은 지역 상권 핵심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마트와 슈퍼는 신선식품의 경쟁우위를 더욱 강화하고, 디지털 풀필먼트 스토어를 구축해 점포 기반 물류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다음 달 오픈 예정인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쇼핑몰인 롯데온에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 국내 유통사 중 최대 규모인 3900만명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쇼핑 공간을 제공하며, 롯데 유통사의 상품을 포함해 총 2000만개에 달하는 상품도 갖춘다.


또한, 전국 1만 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온·오프라인을 뛰어넘는 롯데만의 고객 최적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강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 역시 남았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롯데의 지난 잃어버린 5년을 되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각도로 뛰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간 롯데는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뼈아픈 시간을 보내왔다. 2014년부터 ▲검찰의 경영비리 수사 ▲경영권 분쟁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재판 ▲중국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후폭풍 등 연이은 악재를 겪었고, 변화하는 쇼핑 트렌드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이번 신 회장의 사태와 강 부회장의 원톱체제가 롯데에게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올해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롯데쇼핑의 핵심역량인 공간, MD 역량, 최대 규모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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