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800년된 비자나무 숲에서 사랑을 약속한다면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8.27 07:12 수정 2017.08.27 07:14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성 클라라 수도원~올래 5코스 순례~섭지코지~비자림~떼제기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필자 주>

【1.11(월), 열다섯 번째 날】

성이시돌 목장안에 있는 봉쇄수녀원인 성 클라라 수녀원 입구 모.ⓒ조남대 성이시돌 목장안에 있는 봉쇄수녀원인 성 클라라 수녀원 입구 모.ⓒ조남대

아침 7시 미사가 있어 6시 40분에 성 이시돌 성인상 앞에 모이기로 한 관계로 5시 40분에 일어나 준비했다. 아침 날씨가 추울 것 같아 옷을 두껍게 입고 나갔는데도 쌀쌀하다. 단체로 모여 바로 옆에 있는 성 클라라 수도원에 있는 성당으로 가서 미사를 드렸다. 클라라 수도원은 봉쇄 수도원이다. 수녀님들의 찬송가는 조용하면서도 가슴속 깊숙이 파고드는 것 같은 기분이다.

수녀원 성당은 참 깨끗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예수님도 편안한 모습이다. ‘수녀원에 있는 성당이라서 그런가’하는 생각을 해 본다. 미사 중에 신부님께서는 강론을 통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기도하는 자세보다는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처음부터 큰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것부터 요구하신다”는 말씀이 와 닿았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고민하기보다는 하느님께서 원하신 대로, 맡기시는 대로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맡게 된 사목위원과 사회복지분과장도 하느님께서 요구하신 순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9시 30분 야외 피정으로 남원 큰엉해안 경승지(올래 5코스) 관광 후 섭지코지와 비자림(천연기념물 제374호)을 돌아보기 위해 출발했다. 이번 피정에 참석한 사람은 총 64명인데 9시 30분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남원 큰엉 부근 올래 5코스 출발지로 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현재의 이시돌 목장을 처음 개척하신 아일랜드 출신의 맥그린치(한국명:임피제) 신부님의 부임 후 정착과정 등에 대한 일대기를 KBS에서 영상으로 제작한 것을 보았다. 신부님께서 불쌍하고 배고픈 제주도 주민을 돕기 위해 열심히 일하셔서 지금과 같은 기적을 이루신 데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솟아난다. 임 신부님은 현재 88세로서 오신 지 62년이 되었으며, 현재는 재단법인 ‘성 이시돌 농촌산업개발협회’를 설립하여 이사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참 대단한 분이시다.

남원 큰엉 해안 절벽 모습.ⓒ조남대 남원 큰엉 해안 절벽 모습.ⓒ조남대
성읍민속마을 입구 모습.ⓒ조남대 성읍민속마을 입구 모습.ⓒ조남대

1시간 정도 걸려 도착하여 올래길을 따라 걸으며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 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고 이름 붙여진 큰엉을 비롯하여 해안 절벽을 따라 1.5㎞에 걸쳐 펼쳐진 우리나라 최고의 명승지인 남원 해안에는 한반도지도 터널, 인디언 추장 얼굴 바위, 호랑이 얼굴 모양의 호두암,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유두암 등을 구경했다. 또 남원항 부근에 오니까 시나 명언을 적어 바닷가에 전시해 놓은 돌판도 있다.

올래길 산책을 마치고 성읍민속마을로 이동하여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막걸리를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성읍민속마을은 조선 태종 16년에 설치되었던 현청이 있던 마을을 잘 보존하여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는 곳이 되었단다.

섭지코지 해안가 모습.ⓒ조남대 섭지코지 해안가 모습.ⓒ조남대
섭지코지 해안가에 피어 있는 유체 꽃과 주변 풍경.ⓒ조남대 섭지코지 해안가에 피어 있는 유체 꽃과 주변 풍경.ⓒ조남대

점심식사 후 섭지코지로 이동했다. 모자를 잡고 다녀야 할 정도로 바람이 엄청 세다. ‘좁은 땅’이라는 뜻의 섭지와 ‘곶’이라는 뜻의 코지가 합쳐져서 ‘섭지코지’라고 하며 조선시대에는 봉화를 올렸던 연대(煙臺)가 있다. 해안을 따라가며 보이는 풍경은 너무 아름답다. 몇 년 전에도 와 봤지만 매번 올 때마다 멋있다는 것을 느낀다. 1시간 반 정도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다가 비자림으로 이동했다.

비자림도 우리 가족 4명이 몇 년전에 왔던 곳이지만 다시 봐도 멋있다.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비자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키는 7∼14m, 가슴높이 나무지름은 50∼140㎝에 이르며, 500∼800년생의 비자나무 2,870여 그루가 밀집하여 자생하고 있는 곳으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비자나무 숲이다. 그중에서 2000년 1월 1일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고려 명종(1189년)에 태어난 나이 800살이 넘고, 키 14m이고, 굵기는 네 아름에 이르는 가장 굵고 웅장한 나무를 ‘새천년 비자나무’로 지정했단다. 새천년 비자나무 아래서 우리 부부는 다정히 손잡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비자림 입구에 있는 비자나무숲 카페.ⓒ조남대 비자림 입구에 있는 비자나무숲 카페.ⓒ조남대

둘러보고 나오다 입구에 있는 비자나무숲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1잔을 시켜 마시며 피로를 풀었다. 비자나무숲 구경을 마치고 1시간 정도 걸려 성당으로 되돌아 왔다. 저녁식사를 하고 빈첸시오 회원들에게 드릴 선물로 종합 초콜릿 세트를 구입했다.

7시 30분부터 3층 강당에서 1시간 반에 걸쳐 떼제기도를 드렸다. 짧은 성가를 부르며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많은 자매님이 울면서 기도를 드린다. 나도 마음속으로 많은 다짐을 하며 기도를 바쳤다. 경희는 옆에서 성가를 부르며 계속 흐느낀다. 마음속에 와 닫는 것이 많은 모양이다. 떼제기도를 마치고 와서는 경희는 이번 피정에 참석하기를 잘했다며, 피정을 가자고 권유한 나에게 고맙단다. 오히려 내가 고맙지, 아무 투정 안 부리고 내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 주니까.

이제 내일이면 이번 피정도 마지막이다. 전부터 성 이시돌 성당에서 실시하는 피정에 오고 싶었는데 여행 중에 일정이 맞아 참석하게 되어 다행이다. 피정을 오면서 노트북 마우스가 고장이 나서 일정을 정리하는데 많은 지장을 받았다. 피정을 마치면 유선 마우스를 하나 사야겠다. 오늘은 일찍 하루 일정 정리를 마무리했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