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초록마을 동반 위기…유통생태계 ‘빨간 불’
입력 2026.06.09 06:39
수정 2026.06.09 06:39
홈플러스 37개 또 폐점 수순…3500명 고용 불안 현실화
초록마을 1호점도 문 닫는다…친환경 농산물 판로 축소 우려
온라인 소비 확산에 인수자 확보 난항…오프라인 유통 위기 심화
생산자·협력업체·지역상권까지…“도미노 충격 확산 가능성 재점화”
지난해 말 기준 1만7986명이었던 홈플러스 직원 수가 지난 4월 말 1만5398명으로 감소했다. 문을 닫은 서울 중랑구 홈플러스 면목점 모습.ⓒ뉴시스
한때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대표했던 홈플러스와 초록마을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두 곳 모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점포 폐점이 본격화되면서 대규모 고용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고, 초록마을은 1호점 폐점을 앞두는 등 매장 축소가 이어지며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의 판로 축소와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경영난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 모델 전반의 경쟁력 약화가 현실화 된 사례라고 보고 있다. 점포 축소가 지속될 경우 대규모 실직은 물론 생산자와 협력업체, 지역 상권으로 ‘도미노 충격’이 번지며 유통 생태계 전반의 취약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노동조합에 공문을 통해 현재 휴점 중인 37개 점포에 대해 폐점을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해당 점포들은 지난달 10일부터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전국 104개 점포 가운데 3분의 1을 넘는 규모가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초록마을 역시 점포 정리가 지속되고 있다. 2002년 오픈한 1호점 마포점이 오는 18일 문을 닫는다. 지난 2013년 리뉴얼을 통해 매장 면적을 33㎡에서 69㎡로 늘릴 정도로 상징성이 큰 매장이었지만, 기업회생 절차를 거치며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1호점 폐점으로 초록마을의 매장은 216개만 남게 됐다. 지난해 7월 회생절차 개시 당시 292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76개 매장이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 11월 청담중앙점 출점을 마지막으로 신규 출점도 사실상 중단되면서 매장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와 초록마을은 업종과 규모는 다르지만 소비 패턴 변화와 온라인 플랫폼 성장에 밀려 수익성이 악화된 데 이어, 기업회생 절차 이후에도 인수자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내는 단면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는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가속도가 붙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4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조12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하며 동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장세의 배경으로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무료배송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배송 경쟁력 강화를 꼽는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 환경이 자리 잡으면서 오프라인 매장 중심 유통업체들이 설 곳이 더욱 좁아졌다.
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고, 월 2회 의무 휴업일도 지정해야 한다. 해당 규제는 오프라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온라인 주문과 배송에도 적용돼 성장이 더딜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초록마을은 대형마트와 달리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친환경 식품 전문점 중심의 오프라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는 동안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장 운영 부담이 커졌다. 일반 제품 대비 높은 가격도 영향을 미쳤다.
초록마을 매장 이미지ⓒ초록마을
점포 축소의 여파는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미치고 있다.
홈플러스의 추가 폐점 결단으로 인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홈플러스는 폐점 대상 점포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용안정지원제도를 적용하는 한편, 희망퇴직도 시행할 계획이다. 직원 3500명이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록마을의 폐점도 다양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
초록마을은 전국 생산자 단체 및 농가와 계약재배, 직거래 등을 통해 상품을 공급받아 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유통 채널이 축소될 경우 일부 생산자들이 새로운 판매처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의 타격을 넘어 소비자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하다. 초록마을은 친환경·유기농 식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오프라인 유통망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매장 수 감소가 이어질 경우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선택권이 크게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고용과 유통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조속한 인수자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점포 폐점과 사업 축소가 장기화될 경우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는 것은 물론 생산자와 협력업체, 지역 상권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의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 중심 사업 모델의 경쟁력이 약화된 만큼 인수자를 찾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에는 전국 단위 점포망이 강점으로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수익성과 성장성이 투자 기준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와 초록마을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축소가 장기화될 경우 유통 생태계 전반의 다양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판매 채널이 줄어들면 생산자와 중소 협력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대형 플랫폼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이는 협상력 저하와 판매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유통 시장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자본력에 따른 노출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플랫폼 내에서는 광고와 프로모션, 검색 노출 경쟁이 중요한 만큼 상대적으로 광고비를 많이 투입할 수 있는 대형 업체 중심으로 소비자 접점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은 생산자와 제조사, 물류업체, 판매채널, 소비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라며 "오프라인 유통망 축소가 지속될 경우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 전반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