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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가족 솔루션 대신 보통 가족 일상…‘남의 집 귀한 가족’의 승부수 [D:방송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6.08 10:31
수정 2026.06.08 10:32

이혼 위기·문제 진단 대신 신혼·캥거루족·황혼 부부로 보는 관계의 온도

최근 가족·부부 예능은 이혼 위기, 부부 갈등, 부모·자녀 문제를 앞세운 ‘마라맛’ 포맷으로 화제성을 만들어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MBN 새 예능 ‘남의 집 귀한 가족’은 연예인 가족의 보통 일상으로 시청자 공감을 노린다. 문제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 가족 안에서 오가는 잔소리와 걱정, 서운함과 애정을 생활감 있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MBN

8일 MBN에 따르면 오는 9일 ‘남의 집 귀한 가족’ 2화가 방영된다. 지난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남의 집 귀한 가족’은 ‘남의 집 이야기 같지만 결국 우리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내세운 가족 관찰 리얼리티다. 첫 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2.195%를 기록하며 신규 예능으로서는 기본 관심을 확보했다. 방송에서는 신지·문원 부부의 결혼 전후 이야기와 신혼 일상, 박미선·이봉원의 34년 차 주말부부 생활, 고준희와 부모님의 일상이 공개됐다.


첫 회에서 박미선과 이봉원은 34년 차 부부의 티격태격한 생활감을 보여줬다. 유방암 치료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방송에 복귀한 박미선은 남편 이봉원이 머무는 천안 집을 찾아 시어머니가 준비한 반찬을 전했고, 냉장고 정리와 부엌 청소를 두고 잔소리를 쏟아냈다. 오래 산 부부에게서 나오는 익숙한 투정과 정이 함께 담긴 장면이었다.


고준희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특히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며 식습관을 챙기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가 디저트를 먹자 “건강관리 잘하라고 얘기하는데 자꾸 밀가루 음식을 먹느냐”고 말하며 과거 아버지가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사연도 털어놨다. 고준희의 화려한 일상보다는 부모의 건강 앞에서 잔소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딸의 마음에 집중했다.


신지와 문원의 이야기는 신혼의 설렘과 결혼 전후의 마음고생을 함께 담았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둔 부부의 일상과 서로를 향한 애정을 보여주면서도, 결혼 발표 전후 겪은 부담과 고민을 꺼냈다. ‘남의 집 귀한 가족’은 이처럼 신혼부부, 오래된 부부, 부모와 자녀 등 서로 다른 가족 형태를 한 프로그램 안에 배치하며 각기 다른 관계의 온도를 보여주려 한다.


이 지점은 최근 방송가에 일반인 가족의 갈등과 위기, 솔루션을 전면에 세운 프로그램이 많아진 가족 예능의 흐름과 구분된다. ‘이혼숙려캠프’는 이혼 위기 부부의 갈등과 상담 과정을 보여주고,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은 부부 관계의 문제를 진단한다. ‘고딩엄빠’는 청소년 부모의 현실을, ‘금쪽같은 내 새끼’는 육아와 부모·자녀 관계의 어려움을 다룬다. 이들 프로그램은 가족 안의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 과정을 따라가며 강한 몰입을 만든다.


가족 문제를 다루는 솔루션 예능은 현실적인 고민을 꺼내놓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부 갈등, 육아 문제, 경제적 어려움, 부모와 자녀의 소통 부재처럼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를 공론화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연결하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갈등이 강하게 노출되는 포맷이 반복될수록 시청자 입장에서는 피로감도 커질 수 있다. 가족 예능이 어느 순간 누군가의 고통과 위기를 관찰하는 장르로 받아들여질 위험도 있다.


과거 연예인 가족 예능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공감을 만들었다.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은 스타 부부의 결혼 생활을, ‘미운 우리 새끼’는 스타와 어머니의 관계를,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스타와 자녀의 일상을 관찰했다. ‘1호가 될 순 없어’ 역시 개그맨 부부들의 결혼 생활을 통해 부부 사이의 티격태격함과 웃음을 보여줬다. 이들 프로그램은 연예인 가족을 내세웠지만, 핵심은 화려함보다 친근함이었다. 시청자는 스타 가족을 보면서도 자신의 가족을 떠올렸다.



ⓒMBN

‘남의 집 귀한 가족’은 이 흐름을 다시 가져오되, 현재 가족 예능 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온도를 낮추려는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1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박미선은 고준희를 젊은 세대의 캥거루족, 신지·문원을 신혼, 전민기 부부를 권태기, 자신과 이봉원을 황혼의 가정으로 설명했다. 여러 세대와 관계의 가족을 한자리에 놓겠다는 의도다. 자극적인 관계 예능 사이에서 ‘매운 낙지볶음 사이 콩나물’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발언도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관건은 순한맛이 심심함으로 흐르지 않도록 관계의 힘으로 시청자를 붙잡을 수 있는지다. 갈등을 강하게 드러내면 화제성은 만들기 쉽지만, 기존 마라맛 가족 예능과 차별화가 사라진다. 반대로 갈등을 지나치게 덜어내면 관찰 예능 특유의 긴장감이 약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물의 매력과 가족 사이의 실제 감정, 그리고 이를 과장하지 않고 보여주는 편집의 균형이다.


향후 전민기 부부 등 권태기 가족 이야기가 본격화될 경우 프로그램의 색깔은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태기, 신혼 갈등, 부모와 자녀의 간극은 얼마든지 자극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소재다. ‘남의 집 귀한 가족’이 이를 솔루션 예능처럼 진단하거나 갈등 예능처럼 부각하기보다,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겪는 감정의 변화로 풀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가족 예능에 늘 거창한 문제 진단과 눈물의 솔루션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집에서 오가는 작은 잔소리, 건강을 걱정하는 말, 오래 산 부부의 투정, 신혼부부의 서툰 대화도 충분히 가족을 말할 수 있다. 마라맛 관계 예능이 화제성을 만드는 시대에, ‘남의 집 귀한 가족’은 잔잔한 우리네 보통 삶을 비추는 가족 리얼리티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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