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산적 금융' 구호뿐…중소기업 연체율만 키웠다
입력 2026.06.08 07:02
수정 2026.06.08 07:02
중기대출 10조원 늘렸지만
대기업 대출이 더 빠르게 '쑥'
은행의 기업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자금이 절실한 중소기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고 연체율만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위험을 우려한 은행들이 총량 실적을 채우기 위해 안전한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적 달성과 건전성 관리라는 상충된 목표 아래 은행들이 '무늬만 생산적 금융'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74조42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1.5% 증가한 수치다.
가계대출 규제가 촘촘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은행권에 생산적 금융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결과다.
수치상으로는 중소기업 자금 공급이 원활해진 듯하지만, 은행권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대출 증가와 동시에 중소기업 연체율과 부실채권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1%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05%포인트(p) 상승했다.
부실채권의 비율인 NPL비율 역시 1.03%로, 전체 기업대출이 0.74%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고금리 여파를 견디지 못한 한계 중소기업들이 늘어난 탓이다.
결국 은행들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을 이행하면서도 자산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기업대출 총량 실적은 채우되 부실 위험은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85조435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9% 급증했다.
올해 늘어난 대기업 대출 순증가액만 15조원을 웃돌면서, 증가율은 물론 순증가폭 면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을 압도했다.
은행이 중소기업이나 혁신 벤처기업에 자금을 집행할수록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다.
이는 건전성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이 악화되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규제 완화 없이 은행에 일방적인 생산적 금융만 요구할 경우 시장 왜곡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생산적 금융이 작동하려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인 받침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한 손으로는 기업 대출 확대를 외치고 한편으로는 연체율 관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영세 중소기업들만 금융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며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