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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다 망할라"…식품업계 '원가부담' 직격탄, 가격인상 불가피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06.08 07:34
수정 2026.06.08 07:34

5월 소비자물가, 26개월만에 3%대 ↑

나프타發 원가폭등…2Q 실적 '비상등'

외식·커피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 시동

치킨업계, '슈링크플레이션' 고육지책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정박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고환율·고금리·고유가·고물가 등 각종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도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에 몸을 낮춘 채, 가격 인상을 자제하던 식품업계의 체력이 임계치에 다다른 모양새다.


중동전쟁 여파로 포장재의 주원료인 나프타, 주류·음료 캔에 쓰이는 알루미늄 등의 가격이 폭등했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계육 가격 상승 등 각종 원·부재료 값이 급등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과자 등 식품포장재에 쓰이는 비닐과 필름·페트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지난해 말 톤(t)당 500달러 수준에서 최근 730달러대로 50% 가량 상승했다.


캔 음료와 주류 제품에 사용하는 알루미늄 가격도 비슷하다. 연초 톤 당 3000달러 수준에서 최근 3700달러 안팎까지 오르며 25% 상승했다.


통상 캔과 페트 등 포장재 비중은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한다. 포장재 가격이 오르면 전체 제품원가가 10% 가량 비례해 올라가는 구조다. 라면 업계도 포장재가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축산물 ▲커피 ▲코코아 ▲설탕 ▲유지류 ▲밀 ▲대두 ▲팜유 등 주요 식품 원재료 가격도 전년 대비 10% 이상 상승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월 말까지만 해도 원가 증가분을 마케팅 같은 '자체 비용 감축'으로 상쇄했다면 이젠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다"며 "소폭 수준이라도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가장 먼저 가격 인상 행보를 보인 곳은 '외식 업계'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재료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환율 마저 안정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실제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40원 선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더본코리아는 오는 9일부터 11개 브랜드의 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자사 브랜드인 '롤링파스타'의 경우 샐러드·사이드류 4종의 가격을 20.4% 인상한다. 피자 프랜드 '빽보이피자'도 피자류 12종에 대해 가격을 20.2% 올린다.


메가MGC커피도 19일부터 '할메가커피' 3종의 가격을 기존 가격에서 200원씩 인상한다.


회사 측은 "주원료인 동결건조 커피 가격이 지속 상승했다. 전쟁과 환율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압박 속에서 가맹점의 수익 보전과 품질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물가 기조 속 런치플레이션의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버거 업계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한국 맥도날드가 빅맥 등 3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4% 올렸고, 버거킹도 와퍼 등의 가격을 평균 1.07% 올렸다. 맘스터치 역시 싸이버거의 가격을 300원 올리는 등 평균 2.8%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KFC코리아도 징거버거 등 일부 메뉴의 가격을 200~300원, 롯데리아도 지난달 28일부터 평균 2.9%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각 업계는 가격 인상과 동시에 브랜드별 주요 메뉴에 대한 대폭 할인에 나서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상분을 상쇄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5일부터 오는 11일과 18일 세 차례에 걸쳐 인기 메뉴로 구성된 콤보팩과 간식팩에 대해 최대 46% 릴레이 할인에 나선다.


ⓒ데일리안DB

월드컵 대목을 앞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실제 굽네치킨의 경우 제품의 핵심 원재료인 계육 가격상승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메뉴 가격은 그대로 가되, 닭다리살 순살과 윙봉, 통다리 메뉴의 중량을 기존 800g에서 700g으로 낮추는 특단의 결단을 내렸다.


소비자들로부터 '슈링크플레이션'(제품 판매가를 유지하되, 크기나 중량을 줄이는 것)에 대한 비판을 감내하고서라도 원가 상승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 조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같은 슈링크플레이션 단행의 배경에는 치킨 업계에 직격탄을 날린 계육 수급난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닭고기 소비자물가지수는 139.37로, 전년 동기(131.77) 대비 6.3% 상승했다. 지난해 동절기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육용종계(병아리를 낳는 닭) 3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된 이후 공급이 대폭 감소한 탓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 주요 축산물 수급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683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상승했다. 이에 따라 닭고기 수입단가는 지난 4월 2.31달러(1kg당)로, 전년 대비 15.8% 상승했고, 브라질산은 2.40달러로 20.9% 올랐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업계의 가장 큰 부담은 원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식품업계의 수익성이 실제로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27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감소한 수준이다. 올 1월만 해도 증권가는 30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기대치가 낮아졌다.


같은 기간 롯데웰푸드도 연초 511억원에서 445억원으로 전망치가 낮아졌고, 롯데칠성음료는 686억원에서 622억원으로 감소했다. 동원산업은 1369억원에서 1273원, 농심도 516억원에서 495억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설상가상 고물가 기조 장기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도 업계 입장에선 부담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이는 지난 3월 2.2%에서 4월 2.6%, 5월 3.1%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6개월 만이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5월 생활물가는 3.3% 상승했다. 축산물 가격은 5.8%, 수산물 가격은 5.0% 오르는 등 먹거리 물가 또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식 물가는 2.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아무리 고객 부담을 낮추려고 해도 시간이 지날 수록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며 "사실상 대다수의 식품·음료·주류·외식 업계가 연내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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