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덕질’과 집필·출간까지…곰곰출판의 ‘행복한’ 도전 [출판사 인사이드㉝]
입력 2026.05.24 13:16
수정 2026.05.24 13:16
“내서 망해도 행복할 수 있는 저자의 책을 출간하고파…
덕질도 하고 좋아하는 책도 내 손에 쥐어지니 일석이조”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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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질’에서 시작한 곰곰출판…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가능성
곰곰출판은 만화를 그리던 이보현 작가 겸 대표가 설립한 1인 출판사다. 기획부터 저술, 편집, 디자인, 조판, 홍보, 유통까지. 전 과정을 이 대표가 맡아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혼자 운영해서 1인 출판사가 아닌, 책을 직접 쓴다는 점에서 ‘1인 출판사’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출간한 대부분의 책에서 대표 저자가 나 자신이다. 대부분 내가 기획하고 쓰거나, 쓰고 그린 책을 출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곰곰출판사는 곰을 좋아하던 이 대표가 곰을 그리고, 또 쓰기 위해 설립한 출판사이기 때문이다. 2002년 대원문화사의 소년지 ‘주니어 챔프’로 데뷔한 이 대표는 “그림쟁이 ‘덕질’의 특징은 ‘최애’를 그리는 것에서 대부분 출발한다. 나 또한 그랬다. 2009년 사람의 절반 사이즈의 곰 인형을 입양해 오면서 곰 덕질이 시작됐다. 그 친구한테 이름을 지어줬다. 이름을 지어주니 나만의 곰 인형이 되었고, 그렇게 특별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곰 덕질의 시작은 사진 찍기였고, 반려 곰 인형의 일상을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해 왔다. 그 이후 덕질은 당연히 최애를 잘 그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졌고, 그러다가 곰 다큐나 그림책을 찾아보게 됐고 곰 굿즈를 이것저것 사게 됐다. 최애가 애가 움직였으면 좋겠는 마음이 강해서 보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책, 짧은 애니메이션, 일러스트집 등 다양한 형태의 책으로 묶는 덕질을 했다”며 “초창기의 독립출판은 저의 곰 덕질을 묶는 작업이었습. 저의 작업을 여러 권 묶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곰 덕질이 궁금했다. 다른 작가는 왜 곰을 그리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 호기심으로 곰을 그리는 작가님들 10분을 인터뷰한 책 ‘곰 좋아하세요?’를 만들었다”고 책 출간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곰 작가들의 인터뷰집은 물론, 창작하고픈 이들을 위해 ‘쓰는 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곰곰출판은 ‘창작자를 위한 가이드북 시리즈’를 비롯해 ‘그림책 만들기 매뉴얼 A to Z’, ‘창작자를 위한 인터뷰 시리즈’ 등 곰 인형 덕질 출판과 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곰곰출판만의 독특한 시도가 가능성을 확대하기도 한다. 한 예로 이 대표가 거주하는 지역 전주에서 알게 된 인연으로 만들게 된 책 ‘그림책 만들기 매뉴얼 A to Z’는 ‘전에 없던’ 시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간 순서로 담은 실용서로 앞부분은 힐스(그림책 학교)를 나온 이영주 작가가 쓰고, 책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뒷부분은 이 대표가 쓰며 협업했다. 이 대표는 “이 책이 출간될 때는 이런 기획(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록한 형식)의 책이 없었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2020년 텀블벅에서 성공적으로 펀딩 후원을 받아서 책을 만들 수 있었다”며 “같은 해 언리미티드에디션,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출품해 판매하고, 이후에는 독립서점 여러 곳에 입고해 판매했다. 다음 해 12월 2쇄를 찍으면서 온라인 서점 3사(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 처음 넣었는데 바로 알라딘 ‘이 책의 한 문장’에 선정돼 메인 페이지에 소개됐다. 그다음 해에는 교보문고에서 ‘작지만 강한 출판사의 책’에 선정해 주셨다. 곰곰출판의 책 중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 덕분에 인지도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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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확대하는 시리즈물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할 예정이다. ‘그림책 만들기 매뉴얼 A to Z’의 후속권인 ‘그림책 출간하기 매뉴얼 A to Z’가 독자들을 만난 가운데, 한 권의 그림책 더미북이 그림책 출판사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려주는 ‘그림책 만들기 매뉴얼 A to Z’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 책은 이영주 작가와 그림책 출판사 다정다감의 박혜지 편집자 공저로 한 권의 그림책 더미북이 그림책 출판사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시간 순으로 소개한다. ‘그림책 만들기 매뉴얼 A to Z’에 소개된 그림책 ‘바다가 육지라면’이 다정다감 출판사에서 ‘안녕 바다야’로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활발한 SNS 활동을 통해 곰곰출판의 책을 알리고, 나아가 직접 쓰지 않은 책을 출간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현재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계정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책이 나오면 기계적으로 작업해서 업로드해 왔다. 책에 관련된 정보만 업로드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책 추천이라든가 다양한 것들을 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이걸 허용하는 단계까지는 못 갔다. 자꾸 검열하게 된다. 쉽지 않다.(웃음)”고 말했다.
이어 “‘내가 저자로 참여하지 않는 책을 기획해서 만들고자 한다. 현재 열심히 하고 있다. 처음으로 기획서를 만들어 저자와 소통하고 책을 만들고 있는데, 이 또한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외서를 출간하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이 대표가 ‘행복할 수 있는’ 도전이기도 하다. 외서 출간에 대해 “내서 망해도 행복할 수 있는 저자의 책을 출간하고 싶다. 즉 좋아하는 해외 작가의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한 그는 “곰 덕질도 하고 좋아하는 책의 번역서도 내 손에 쥐어지니 일석이조이지 않나. 그러니 용기를 내서 에이전시에 문의해 봐야 한다. 돈을 쓸 각오를 하고.”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