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물량도 아닌데"…벌써 뛰는 해운 운임, 왜?
입력 2026.05.24 07:00
수정 2026.05.24 07:00
지정학적 리스크에 주요 항로 운임 상승세
성수기 조기화 전망…선복 확보 경쟁 본격화
ⓒ데일리안 AI 이미지
통상 3분기로 여겨지던 컨테이너 해운 성수기가 올해는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유럽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소비재 수출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주요 항로 운임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과 홍해 사태 등 지정학 리스크가 해운 시장의 전통적인 성수기 공식까지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국내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 트레드링스와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주 SCFI는 전주 대비 187포인트 오른 2141을 기록했다.
지난주에는 미주와 남미 항로가 상승세를 주도했다면, 이번 주에는 유럽·지중해·미주·남미 노선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특히 유럽 노선은 5월 중순 시행된 FAK(품목무차별운임) 인상이 시장에 빠르게 반영되며 상승폭을 키웠다.
해운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상승 시점이다. 통상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보다 한참 이른 시점부터 운임과 화물량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양밍해운의 차이펑밍 회장은 최근 타이베이 선주협회 회의에서 “컨테이너 시장이 예정보다 일찍 성수기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가 지목한 핵심 원인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전체 해운 공급의 약 1.5%가 호르무즈 해협에 묶였고,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주요 선사들이 비용 증가와 수급 불안을 운임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선사들은 운임 추가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위 선사인 MSC는 중동 상황에 따른 벙커 공급 차질과 운영비 증가를 이유로 긴급 연료 추가 할증료(EFS)를 조정했다. 미주 노선에서는 GRI(운임인상요금)도 연이어 발효되며 운임 상승 압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선복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요 얼라이언스의 임시 결항(블랭크 세일링) 영향으로 일부 항로 선복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신규 선박 투입 역시 제한적이다. 해운 시황 분석 기관인 라이너리티카는 4~6월 극동~북유럽·지중해·태평양 노선에 투입될 신조선이 16척에 불과해 공급 압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단순한 ‘호르무즈 변수’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해협·운하·항만이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해운 시장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홍해에서는 후티 반군 공격 여파로 선박 우회 운항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은 항만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갈등 과정에서는 특정 항만 기항 이력이 있는 선박의 입항이 제한되기도 했다.
트레드링스는 “걸프만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해운 시장이 의존해온 계절적 패턴을 흔들고 있다”며 “성수기 조기화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운임 압박과 선복 확보 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