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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종합병원 짓겠습니다" 선거철 공약…건물만 지으면 끝인가 [기자수첩-ICT]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5.04 07:00
수정 2026.05.04 07:00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대형병원 유치’ 약속

수도권 환자 쏠림·전문의 부족 구조는 그대로

건물 아닌 ‘시스템’ 빠진 공약, 현실성 검증 필요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병원을 유치하겠습니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익숙한 문장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후보와 예비후보들이 ‘의료’라는 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 같은 공약이 실제 지역 의료 격차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병원 유치는 분명 지역 주민들에게 매력적인 약속이다.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고, 지역 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실제로 국내 암 환자의 상당수가 서울 등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이동하는 ‘환자 쏠림’ 현상은 비수도권 거주 기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자 지역소멸의 원흉으로 꼽힌다


하지만 의료 현장은 ‘유치’라는 단어만으로 설명되기에는 훨씬 복잡하다. 문제는 ‘병원’이 아니라 ‘의료’다. 병원 자체는 돈과 부지만 있으면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병원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요소는 어떻게 채울 것인가. 의료진을 확보하고, 그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훨씬 고차원적인 문제다. 필수 진료과 전문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규모가 큰 병원이라도 ‘간판만 그럴싸한 깡통 건물’에 그칠 수밖에 없다.


환자 역시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서울 주요 5개 상급종합병원 진료 데이터에 따르면, 비수도권 환자 수는 2022년 71만2848명에서 2024년 79만7103명으로 11.8%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수도권 환자 증가율(4.7%)의 약 2.5배에 달하는 수치로,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지역에 병원이 들어서더라도 환자가 분산되지 않으면 병원 운영은 곧바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의료 인력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재정 구조의 지속가능성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공공병원이든 민간병원이든 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운영은 어렵다. 실제로 지방의료원 상당수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은 ‘유치 이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의 한계를 증명한다.


이번 지선에서도 각 지역 도지사와 시장 후보들은 ‘병원 유치’라는 장사 잘 되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대형병원의 지방 분원’, ‘빅4급 종합병원’ 등 기대를 자극하는 메시지가 여기 저기서 튀어나온다.


‘현실성 검증이 빠진 채 남발되는 공약’들을 향한 의료계의 시선은 차갑다. 정작 중요한 의료 인력 확보나 필수 진료과 유지, 환자 분산을 위한 구조 개편과 같은 문제가 진지하게 담겨있지 않는 한 병원 유치 공약은 ‘표장사’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어디에 얼마나 큰 병원을 짓겠다’는 약속만으로는 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없다. 유권자들도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작동할 시스템까지 함께 제시하는 후보를 선별해야만 제대로 된 의료 인프라의 혜택을 입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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